포모(FOMO)와 조모(JOMO) — 대한민국의 허리가 흔들린다 [기획 2부] 누가 사다리를 빌려주고, 누가 걷어찼나
1부에서 개미들이 왜 하필 꼭대기에서 샀는지 — 포모의 심리 구조를 이야기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공감의 댓글 대신 조용한 조회수로 답해주셨습니다. 아마 남의 이야기가 아니었기 때문일 겁니다.
2부는 심리가 아니라 구조입니다. 포모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갖는 감정이지만, 그 감정이 이번처럼 대규모 참사가 되려면 반드시 장치가 필요합니다. 사다리를 빌려준 손과, 그 사다리를 걷어찬 손. 오늘은 그 손들을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미리 말씀드리지만 특정 누군가를 악당으로 지목하려는 글이 아닙니다. 각자 자기 자리에서 합법적으로, 합리적으로 움직였을 뿐인데 그 합이 참사가 되는 — 그 구조가 오늘의 주제입니다.
첫 번째 손 — 방향을 가리킨 신호
시작은 신호였습니다. 부동산이 아니라 자본시장이라는, 국가 단위의 방향 제시. 그 자체는 틀린 말이 아닙니다. 기업의 성장을 국민이 나눠 갖는 구조는 선진 시장의 모습이 맞습니다.
문제는 신호를 받은 사람들의 준비 상태였습니다. 평생 예금과 부동산만 알던 세대가 "이제는 주식"이라는 말에 계좌를 열었을 때, 그분들 손에 쥐어진 것은 원칙도 경험도 아닌 믿음뿐이었습니다. 나라가 가리킨 방향이니 설마 절벽이겠느냐는 믿음. 그런데 시장은 방향을 가리켜준 사람이 책임져주는 곳이 아닙니다. 등산로 입구 표지판이 조난까지 책임지지 않는 것처럼요. 표지판을 세웠으면 최소한 낙석 구간 안내도 함께 세웠어야 했는데, 이번 장에는 그 안내판이 없었습니다.
두 번째 손 — 목마른 사람에게 사다리를 파는 장사
여기부터가 제가 허탈해지는 대목입니다.
주가가 오르고 포모가 무르익자, 증권사들은 때맞춰 신용융자 한도를 늘렸습니다. 이자 장사로는 은행보다 화끈합니다. 신용융자 이자율은 연 8~10% 안팎 — 주가가 연 10% 올라야 본전인 돈을, 가장 판단이 흐려진 시점의 투자자에게 빌려줍니다. 미수, 스탁론, 카드론까지 얹으면 개인이 동원할 수 있는 지렛대는 생각보다 깁니다.
오해는 마십시오. 신용거래 자체는 제도권의 합법적인 서비스이고, 잘 쓰는 분들도 있습니다. 문제는 판매 시점과 판매 대상입니다. 목마른 사람에게 물을 파는 것은 장사지만, 갈증으로 판단력을 잃은 사람에게 바닷물을 파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포모가 최고조인 국면 — 즉 정의상 꼭대기 근처에서 신용 한도가 가장 후해지는 이 구조는, 개인의 실패를 시스템이 증폭하도록 설계돼 있습니다. 그리고 하락이 오면 어떻게 되는지, 우리는 이번에 배웠습니다. 담보비율이 깨지는 순간 증권사는 기계적으로 반대매매를 집행합니다. 투자자가 가장 붙잡고 싶은 자리에서, 가장 낮은 가격에, 강제로 팔립니다. 올라갈 때 빌려준 사다리가 내려올 때는 제일 먼저 걷힙니다. 사다리 대여업의 약관은 원래 그렇게 쓰여 있었습니다 — 아무도 읽지 않았을 뿐입니다.
세 번째 손 — 점점 화끈해지는 진열대
세 번째는 상품의 진화입니다. 한때 주식 투자의 최전선이 개별 종목이었다면, 지금 진열대에는 2배 레버리지 ETF, 단일종목 레버리지, 해외 3배 상품까지 올라 있습니다. 상품이 나쁘다는 게 아닙니다. 문제는 순서입니다 — 경험이 가장 적은 투자자가 가장 매운 상품으로 직행하는 구조가 돼 있다는 것입니다.
운전면허에 비유하면, 지금 시장은 장롱면허 소지자에게 첫 차로 레이싱카를 파는 매장과 같습니다. 매장 직원은 거짓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빠르다"고 했고, 실제로 빠릅니다. 다만 커브에서 어떻게 되는지는 작은 글씨로 적혀 있었을 뿐입니다. 급락장에서 레버리지 상품의 손실이 어떻게 불어나는지, 볼록성이라는 단어를 몰라도 계좌는 정확하게 배웁니다.
네 번째 손 — 시간을 빼앗는 장치들
1부에서 말씀드린 매도 서킷브레이커 이야기를 구조의 관점에서 다시 봅니다. 원래 2~3년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비상 정지 장치가 한 달에 예닐곱 번 울렸다는 것은, 제도가 상정한 '비상'이 일상이 됐다는 뜻입니다. 거래 정지는 시장을 식히려는 선의의 장치지만, 신용을 쓴 개인에게는 탈출구가 잠기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문이 다시 열렸을 때는 더 낮은 가격이 기다리고 있었고, 그 가격에서 반대매매가 집행됐습니다. 선의로 설계된 장치들이 맞물려 돌아가면서, 가장 약한 고리 — 빚을 쓴 개인 — 에게 비용이 집중되는 구조. 이것이 이번 여름의 기계장치였습니다.
그래서, 누구의 잘못인가
여기까지 읽으시면 "결국 누구 잘못이냐"고 물으실 겁니다. 제 답은 싱겁습니다 — 범인을 한 명으로 좁힐 수 없다는 것이 이 구조의 진짜 무서움입니다. 방향을 가리킨 쪽은 투자를 강요하지 않았다 할 것이고, 증권사는 약관대로 했다 할 것이고, 상품 설계자는 위험을 고지했다 할 것입니다. 전부 맞는 말입니다. 전부 맞는 말인데 결과는 중산층의 허리가 꺾인 것 — 이럴 때 필요한 것은 범인 색출이 아니라 구조의 수리입니다.
개인이 구조를 수리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구조에 잡아먹히지 않을 수는 있습니다. 방법은 1부에서 말씀드린 그대로입니다. 빚으로는 사지 않는 것. 이 원칙 하나만으로 위에 적은 네 개의 손 중 세 개가 내 계좌에 손을 대지 못합니다. 반대매매도, 이자도, 레버리지의 볼록성도 — 전부 빚의 문으로 들어옵니다. 문을 잠그면 됩니다.
그럼에도, 살아야 하니까
마지막으로 이 말씀은 꼭 드리고 싶습니다.
이번 장에서 큰 손실을 본 분들, 지금 계좌를 열어보는 것조차 힘든 분들이 계실 겁니다. 그분들께 "공부합시다"라는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대신 이 말씀을 드립니다 — 계좌는 반토막이 나도 복리로 회복할 수 있지만, 무너진 일상은 복리가 없습니다. 그러니 순서는 언제나 일상이 먼저입니다. 밥을 제때 먹고, 사람을 만나고, 몸을 움직이십시오. 힘든 상황일수록 더 활발하게, 더 즐겁게 지내야 긍정의 에너지가 돌아옵니다. 미신 같은 말로 들리시겠지만, 30년 시장 바닥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공통점은 수익률이 아니라 회복력이었습니다. 시장은 내일도 열립니다. 우리가 할 일은 내일도 시장 앞에 앉을 수 있는 사람으로 남는 것입니다.
3부에서는 이 시리즈의 결론 — 조모(JOMO), 휩쓸리지 않는 투자자의 구체적인 생활 습관과 매매 원칙을 다루겠습니다. 놓치는 것이 즐거움이 되는 경지까지는 못 가더라도, 최소한 놓치는 것이 공포가 되지 않는 자리까지는 함께 가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