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모(FOMO)와 조모(JOMO) — 대한민국의 허리가 흔들린다 [기획 3부·완결] 놓아주는 즐거움
1부에서 포모의 심리를, 2부에서 포모를 조립한 구조를 이야기했습니다. 약속드린 대로 마지막 3부는 조모(JOMO) — 놓치는 것의 즐거움입니다.
그런데 고백부터 하나 하겠습니다. 이 글을 쓰려고 앉았을 때, 저는 조모를 '투자 기법'으로 쓰려 했습니다. 시세 확인 횟수를 줄여라, 원칙을 자동화해라, 남의 계좌와 비교하지 마라. 전부 맞는 말이고 아래에서 다 말씀드릴 겁니다. 그런데 쓰다 보니 알겠더군요. 그건 조모의 껍데기라는 것을. 조모의 알맹이는 투자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놓아주는 것과 포기하는 것은 다릅니다
먼저 오해 하나를 풀고 가겠습니다. 조모는 시장을 떠나라는 말이 아닙니다. 포기는 문을 닫는 것이고, 놓아주는 것은 손에 쥔 힘을 푸는 것입니다.
모래를 생각해 보십시오. 움켜쥘수록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고, 손바닥을 펴면 오히려 고요히 남습니다. 지난 여름 꼭대기에서 산 분들의 공통점은 시장을 너무 꽉 쥐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시세, 점심에도 시세, 잠들기 전에도 시세. 시장이 삶의 배경음악이 아니라 삶 전체의 주제곡이 되어버린 상태 — 포모는 그 틈으로 들어옵니다. 쥔 손에는 언제나 '더'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시장 밖에도 세상이 이렇게 넓습니다
30년 주식판에 있으면서 뒤늦게 배운 것이 있습니다. 세상은 시장 말고도 살아갈 만한 요소가 이렇게 많다는 것입니다.
새벽에 미국 시황을 정리하고 창을 열면 계절이 바뀌는 냄새가 납니다. 뜨거운 커피 한 잔, 아침 산책길의 바람, 오랜만에 걸려온 친구의 전화, 저녁 밥상의 된장찌개. 시세창에는 없는 것들입니다. 그리고 시세창보다 확실한 것들입니다. 주가는 내일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지만, 내일 아침에도 커피가 맛있을 것은 거의 확실합니다. 수익률 그래프는 우하향할 수 있지만, 소소한 즐거움의 그래프는 내가 긋는 대로 그려집니다.
우스운 이야기지만, 투자자에게 이만한 분산투자가 없습니다. 계좌가 파랗게 질린 날에도 배당처럼 꼬박꼬박 들어오는 즐거움 — 일상이라는 우량주입니다. 이 우량주는 폭락이 없습니다. 반대매매도 없습니다.
궁금증으로 세상을 보면, 시장이 다시 보입니다
두 번째 알맹이는 궁금증입니다.
저는 요즘 세상이 앞으로 무엇을 그려나갈지가 궁금해서 잠이 안 옵니다. 사람처럼 말하는 인공지능이 나왔고, 빌 게이츠는 원자로를 공장에서 찍어내겠다고 하고, 미국의 초등학생들은 한글을 배우고 있습니다. 이 뉴스들을 '관련주가 뭐지?'로만 읽으면 조급해집니다. 남들보다 빨리 사야 하니까요. 그런데 '세상이 어디로 가는 거지?'로 읽으면, 같은 뉴스가 경이로움이 됩니다.
묘한 것은, 궁금증으로 세상을 보는 사람이 결국 투자도 잘하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포모 투자자는 가격을 쫓고, 궁금한 투자자는 변화를 봅니다. 가격은 매분 바뀌지만 변화는 10년에 걸쳐 옵니다. 쫓는 사람은 언제나 늦고, 기다리는 사람은 언제나 이릅니다. 조모는 게으름이 아니라 시야의 교체입니다 — 초 단위의 창을 닫고, 10년 단위의 창을 여는 것.
그리고, 이 모든 것의 끝에 있는 얼굴들
마지막 알맹이는 부끄러워서 잘 안 하던 이야기입니다.
투자를 왜 하십니까. 처음에는 다들 돈이라고 답합니다. 그런데 조금 더 파고들면 돈이 아닙니다. 아들이 결혼할 때 부끄럽지 않은 아버지이고 싶어서. 언젠가 태어날 손주에게 세뱃돈을 두둑이 쥐여주는 할아버지이고 싶어서. 그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이 지금보다 조금은 아름다웠으면 해서. 결국 계좌의 숫자가 아니라 얼굴들입니다.
그렇다면 계산이 달라집니다. 꼭대기에서 빚내서 사는 것은 그 얼굴들을 위한 투자가 아니라 그 얼굴들을 거는 도박입니다. 반대로 놓아줄 줄 아는 투자 — 잃어도 일상이 무너지지 않는 크기로, 원칙대로, 천천히 — 는 수익률이 낮아 보여도 그 얼굴들 곁에 끝까지 남는 방법입니다. 1부에서 말씀드렸지요. 무너진 것은 계좌가 아니라 일상이라고. 뒤집으면 이렇게 됩니다. 지켜야 할 것은 수익률이 아니라 식탁입니다. 저녁 밥상에서 웃을 수 있으면, 그 투자는 아직 성공하고 있는 것입니다.
조모 투자자의 다섯 가지 습관
알맹이를 말씀드렸으니 껍데기도 약속대로 드립니다. 내일부터 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① 시세 확인은 하루 두 번. 장 시작과 마감. 그 사이의 등락은 내가 봐도 안 봐도 똑같이 움직입니다. 보는 횟수를 줄이는 만큼 포모가 들어올 문이 줄어듭니다. ② 살 종목보다 살 금액을 먼저. 잃어도 식탁이 흔들리지 않는 금액 — 그것이 내 투자 한도이고, 그 밖은 전부 남의 돈입니다. ③ 남의 계좌와 비교하지 않기. 단톡방의 수익 인증은 복권 당첨자 인터뷰와 같습니다. 낙첨자 인터뷰는 아무도 안 올립니다. ④ 원칙은 미리, 글로. 공포와 욕망은 분석보다 빠르지만, 미리 적어둔 원칙보다는 느립니다. ⑤ 시장 밖의 정기 일정 하나. 매주 하나면 됩니다. 산책이든, 손주 얼굴 보는 날이든, 오래된 친구와의 국밥이든. 시장이 삶의 전부가 아니라는 증거를 달력에 박아두는 것입니다.
맺으며 — 시장은 수단이고, 삶이 목적입니다
세 편에 걸친 이야기를 한 문장으로 줄이겠습니다.
포모는 시장이 삶을 삼킨 상태이고, 조모는 삶이 시장을 제자리에 돌려놓은 상태입니다.
시장은 내일도 열리고, 기회는 또 옵니다. 30년을 지켜본 사람으로서 장담하는데, 기회는 정말로 또 옵니다. 그러니 오늘 저녁에는 시세창을 닫고 밥을 천천히 드십시오. 사랑하는 사람의 얼굴을 보며, 이 세상이 앞으로 그려나갈 것들을 궁금해하며. 힘든 상황일수록 더 활발하게, 더 즐겁게 — 그래야 긍정의 에너지가 돌아오고, 그 에너지가 있어야 다음 기회를 잡을 손에도 힘이 들어갑니다.
당신의 계좌가 회복되기를 빕니다. 그러나 그보다 먼저, 당신의 저녁이 평안하기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