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보조지표 완전정복 ⑧ 일목균형표 — 선 다섯 개 중 넷은 안 봐도 됩니다, 30년 주식쟁이의 강의노트 [보조지표 시리즈]
지난 편 끝에 "다음이 시리즈의 마지막"이라고 적었습니다. 그런데 두 편이 늘었습니다 ^^;
이유가 있습니다. 마지막 편을 "지표 조합법"으로 잡아놓고 목차를 다시 보니, 한국 개인 투자자 화면에 제일 많이 떠 있으면서 제일 안 읽히는 지표가 빠져 있더군요. 조합법을 말하기 전에 이건 짚고 가야겠다 싶었습니다.
일목균형표입니다.
이 지표의 이상한 위상
증권사 HTS를 켜면 기본 지표 목록에 반드시 들어 있습니다. 이름도 다들 압니다. 그런데 정작 쓰는 사람은 드뭅니다.
이유는 화면 한 번만 보면 압니다. 선이 다섯 개고, 그중 둘은 색칠된 구름이 되어 있고, 하나는 뒤로 밀려 그려져 있습니다. 처음 켠 사람 반응이 대체로 이렇습니다. "아, 이건 아니다" 하고 끄는 겁니다 ㅎㅎ
저도 그랬습니다. 20대 때 처음 켜보고 3분 만에 껐어요.
그런데 이 지표, 사실은 다섯 개 중 두 가지만 봐도 됩니다. 오늘 그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신문기자가 학생 수십 명을 동원해 만들었습니다
1930년대 일본입니다. 호소다 고이치라는 신문기자가 있었습니다. 필명이 '이치모쿠 산진(一目山人)', 한눈에 보는 산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여기서 '일목(한눈)'이 왔습니다.
계산기도 컴퓨터도 없던 시절입니다. 이 사람이 어떻게 했느냐 하면, 학생 수십 명을 모아 손으로 계산을 시켰습니다. 수년에 걸쳐 수치를 바꿔가며 검증했다고 전해집니다. 요즘 말로 하면 사람으로 만든 백테스트였던 셈이죠.
그렇게 나온 이름이 일목균형표(一目均衡表)입니다. "한눈에 보는 균형표." 이름에 이미 제작 의도가 다 들어 있습니다. 여러 지표를 여기저기 켜지 말고, 이거 하나로 한눈에 보라는 겁니다.
선이 다섯 개인 것도 그래서입니다. 욕심이 많아서가 아니라, 하나로 다 담으려다 보니 그렇게 된 거예요.
이평선과 결정적으로 다른 한 가지
본론에 들어가기 전에 이것부터 짚겠습니다. 이걸 모르면 일목을 이평선의 친척쯤으로 오해합니다.
이평선은 종가의 평균입니다. 며칠간 종가를 더해서 나눕니다.
일목의 선들은 평균이 아니라 중간값입니다. 기간 중 가장 높았던 값과 가장 낮았던 값의 한가운데를 씁니다.
이게 왜 다르냐. 예를 들어보죠. 9일 동안 종가가 대부분 1만 원 근처였는데 하루만 1만 5천 원을 찍었다고 칩시다. 이평선은 그 하루를 9분의 1로 희석해서 거의 무시합니다. 일목은 다릅니다. 1만 5천 원이 그 기간의 천장이었다는 사실 자체를 기억합니다.
즉 이평선은 "다들 얼마쯤에서 거래했나"를 보고, 일목은 "이 기간의 위아래 폭이 어디까지였나"를 봅니다. 여론조사와 최고·최저 기록의 차이입니다.
그래서 일목의 선은 가격이 좁게 움직이면 딱 붙어서 평평해지고, 신고가나 신저가가 나오면 계단처럼 툭 튑니다. 부드럽게 흐르는 이평선과 생김새가 다른 이유입니다.
다섯 개 선, 30초 정리
한 번만 훑고 가겠습니다. 외우지 않으셔도 됩니다.
| 이름 | 정체 | 한 줄 |
|---|---|---|
| 전환선 | 최근 9일 중간값 | 단기 흐름 |
| 기준선 | 최근 26일 중간값 | 중기 흐름, 이 지표의 척추 |
| 선행스팬 1 | 전환선·기준선의 중간값을 26일 앞에 그림 | 구름의 한쪽 경계 |
| 선행스팬 2 | 52일 중간값을 26일 앞에 그림 | 구름의 반대쪽 경계 |
| 후행스팬 | 오늘 종가를 26일 뒤에 그림 | 과거와의 대조표 |
9, 26, 52라는 숫자는 당시 일본 증시가 토요일에도 열리던 시절의 영업일 기준입니다. 9일은 약 한 주 반, 26일은 약 한 달, 52일은 약 두 달. 오늘날 우리 시장 달력과 정확히 맞지는 않습니다. 그런데도 이 숫자를 그대로 쓰는 건, 그 숫자를 보고 매매하는 사람이 많아서 자기실현적으로 작동하는 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표에서 진짜 중요한 건 선의 이름이 아닙니다. 선행스팬 두 개가 26일 앞에 그려진다는 대목입니다.
구름 — 유일하게 '미래 자리'에 그려지는 지표
차트를 보면 캔들은 오늘에서 끝나는데, 구름만 오른쪽으로 한 달쯤 더 뻗어 있습니다.
제가 아는 한 차트의 빈 미래 공간에 그려지는 지표는 이것 하나뿐입니다. 그래서 처음 보는 사람은 대개 이렇게 생각합니다. "오, 이게 앞으로를 예측해 주는 거구나."
아닙니다. 여기가 이 지표에서 제일 중요한 대목이니 천천히 읽어주십시오.
앞에 그려진 구름은 미래를 계산한 게 아니라, 이미 지나간 값을 앞으로 옮겨 놓은 것입니다. 오늘부터 한 달 뒤 자리에 있는 구름은 오늘 데이터로 만든 값이고, 오늘 자리에 있는 구름은 한 달 전 데이터로 만든 값입니다.
그래서 저는 강의할 때 이렇게 말합니다.
"구름은 일기예보가 아니라 지형도다."
내일 비가 올지는 안 알려줍니다. 대신 앞으로 걸어갈 길이 평지인지 산인지는 미리 보여줍니다. 등산 갈 때 날씨는 몰라도 등고선은 볼 수 있는 것과 같습니다. 그것만 해도 대단한 정보예요. 가는 길에 절벽이 있는지 없는지는 알고 출발하는 거니까요.
실전 — 두 가지만 보십시오
선 다섯 개를 다 보려니까 포기하는 겁니다. 실전에서는 이 둘이면 대부분 끝납니다.
첫째, 가격이 구름 위인가 아래인가.
구름 위면 상승 국면, 아래면 하락 국면, 안이면 방향이 없는 구간입니다. 이거 하나로 "지금 이 종목이 어느 편에 서 있나"가 정리됩니다. 추세 판단으로는 꽤 강력합니다.
특히 구름 안이라는 상태가 유용합니다. 다른 지표들은 어정쩡한 구간에서도 억지로 방향을 말하는데, 일목은 대놓고 "지금은 안개 속"이라고 표시해 줍니다. 모른다고 말해주는 지표는 귀합니다.
둘째, 구름이 두꺼운가 얇은가.
구름 두께가 곧 지지·저항의 강도입니다. 두꺼운 구름은 벽이고, 얇은 구름은 커튼입니다. 두꺼운 구름 아래에 있는 종목이 위로 뚫고 올라가려면 힘이 꽤 필요합니다. 반대로 얇은 구름은 그냥 통과합니다.
그리고 앞쪽 구름이 얇아지는 지점 — 두 경계선이 만나 꼬이는 자리가 보이면, 그 시점 근처에서 방향이 바뀔 여지가 커집니다. 벽이 얇아지는 날짜가 미리 표시돼 있는 셈이라, 이건 다른 지표가 못 주는 정보입니다.
여기까지가 실전 8할입니다. 전환선·기준선의 교차나 후행스팬 해석은 그다음이고, 없어도 매매는 됩니다.
계좌를 부수는 장면 — 얇은 구름을 벽으로 착각할 때
가장 많이 당하는 장면부터 말씀드립니다.
"구름 돌파했다, 매수 신호다." 이 말, 조건이 빠져 있습니다. 얇은 구름 돌파는 신호가 아닙니다.
두께 없는 구름을 뚫는 데는 힘이 안 듭니다. 커튼 젖히고 들어간 걸 성문 돌파로 착각하면, 다음 날 커튼이 도로 닫히고 그 안에 갇힙니다. 저도 이걸로 여러 번 물렸어요 ㅠㅠ 차트에 색이 칠해져 있으니 뭔가 대단한 걸 넘은 기분이 드는데, 그 색의 두께를 안 본 겁니다.
돌파를 논하려면 그 구름이 두꺼웠어야 합니다. 두꺼운 벽을 뚫었다면 그건 사건이고, 얇은 커튼을 지났다면 그냥 이동입니다.
두 번째 장면. 미래 자리 구름을 예언으로 받아들이는 경우입니다.
앞쪽 구름이 두껍고 위로 뻗어 있으면 "한 달 뒤까지 상승이 보장됐다"고 읽는 분들이 있습니다. 아닙니다. 그 구름은 이미 지나간 한 달의 기록일 뿐이고, 그 사이에 가격이 폭락하면 앞쪽 구름도 뒤늦게 따라 무너집니다. 지형도는 길의 모양을 알려주지, 그 길에 지진이 안 난다고 보장하지 않습니다.
세 번째 장면. 이게 제일 조용하게 계좌를 갉아먹습니다. 선 다섯 개 중 내 포지션에 유리한 선만 골라 보는 것입니다.
선이 다섯 개면 어떤 상황에서도 그중 하나는 반드시 내 편을 들어줍니다. 사고 싶은 날에는 전환선이 위로 향한 게 보이고, 팔기 싫은 날에는 후행스팬이 아직 안 무너졌다는 게 보입니다. 지표를 본 게 아니라 지표에서 내 마음을 찾은 것입니다.
이건 지표 잘못이 아닙니다. 선이 많은 지표를 쓸 때는 볼 선을 미리 정해놓고 들어가야 합니다. 매매 시작하고 나서 고르면 백이면 백 자기 편을 고릅니다.
이 지표의 한계 — 정직하게
하나, 반응이 느립니다. 26일과 52일을 쓰니 태생적으로 굼뜹니다. 급등락이 잦은 종목이나 단기 매매에서는 신호가 항상 한 박자 늦습니다. 큰 흐름을 보는 도구지 타이밍 도구가 아닙니다.
둘, 횡보장에서는 무용지물입니다. 가격이 구름 안에서 왔다 갔다 하면 지표가 알려줄 수 있는 게 "모르겠다"밖에 없습니다. 추세 지표의 숙명입니다.
⑥편에서 스토캐스틱을 "횡보장의 명의, 추세장의 돌팔이"라고 했는데, 일목은 정확히 그 반대편에 서 있습니다.
셋, 숫자가 90년 전 달력입니다. 9·26·52는 토요일에도 장이 열리던 시절의 영업일 기준입니다. 지금 우리 시장과 딱 맞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굳이 바꾸지 않는 건, 많은 사람이 같은 숫자를 보고 있다는 것 자체가 그 자리를 의미 있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맞아서 맞는 게 아니라, 다 같이 보니까 맞는 쪽에 가깝습니다.
강의노트의 마지막 줄
여덟 편째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게 되네요. 지표는 참모지 사령관이 아니라는 것.
일목균형표는 그중에서도 특이한 참모입니다. 미래 자리에 그림을 그려놓고도 예측은 안 하는 참모예요. "저기가 험한 길입니다, 저기는 뚫린 길입니다"까지만 말하고 입을 다뭅니다. 갈지 말지는 안 정해줍니다.
처음엔 그게 답답했는데, 30년 지나고 보니 그게 정직한 겁니다. 앞날을 맞혀준다는 지표치고 오래 살아남은 걸 못 봤거든요.
노트에는 이렇게 적어뒀습니다.
"구름은 예보가 아니라 지형이다. 날씨는 못 알려줘도, 절벽은 미리 알려준다."
다음 편은 엔벨로프입니다. 이번 편이 선 다섯 개짜리 복잡한 지표였다면, 다음은 정반대로 이평선에 위아래 띠 하나 두른 게 전부인 지표입니다.
④편 볼린저밴드와 생김새는 거의 같은데 성격이 전혀 다른데요, 고무줄과 자의 차이라고만 해두겠습니다.
※ 본 글은 교육 목적의 자료이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 추천이 아닙니다. 투자의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