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표 조합법 — 열 명의 참모, 회의는 누가 주재하는가 (보조지표 완전정복 ⑪·최종편)
드디어 마지막 편입니다. 이동평균선에서 출발해 파라볼릭까지, 열 개의 지표를 함께 공부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시리즈를 끝내면 반쪽짜리입니다. 지표를 열 개 아는 것과 열 개를 같이 쓰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거든요.
차트에 지표를 다 켜본 적 있으신가요. 이평선 다섯 줄에 볼린저밴드, 아래엔 MACD와 RSI와 스토캐스틱과 OBV까지. 그쯤 되면 차트가 아니라 크리스마스 트리입니다. 반짝이는 건 많은데 정작 길은 안 보입니다 ^^;
오늘은 트리를 걷어내고 회의실을 차리는 법입니다.
참모는 열 명이지만 부서는 셋뿐입니다
열 개 지표를 한 줄로 세우면 복잡해 보여도, 하는 일로 묶으면 세 부서밖에 없습니다.
| 부서 | 하는 일 | 소속 지표 |
|---|---|---|
| 방향 (추세) | 지금 어느 쪽으로 가는 장인가 | 이동평균선①, MACD②, 일목균형표⑧, 파라볼릭⑩ |
| 위치 (과열·침체) | 그 길 위에서 지금 비싼 자리인가 싼 자리인가 | RSI③, 볼린저밴드④, 스토캐스틱⑥, 엔벨로프⑨ |
| 진심 (수급 검증) | 이 움직임에 실제로 돈이 실렸는가 | 거래량·OBV⑤, VWAP⑦ |
회의 순서도 이 순서입니다. 방향부터 듣고, 위치를 확인하고, 마지막에 돈이 실렸는지 검증합니다. 5편에서 "가격은 의견이고 거래량은 사실이다"라고 했지요. 사실 확인은 언제나 회의의 마지막 안건이자, 최종 결재 도장입니다.
순서를 거꾸로 하면 사고가 납니다. "RSI가 30이니까 사자"부터 시작하는 회의가 대표적입니다. 위치 부서 혼자 결정한 매수는, 하락 추세라는 방향 보고를 건너뛴 결정입니다. 내리막에서 싸 보이는 것은 세일이 아니라 그냥 내리막입니다.
같은 부서 둘을 부르면 생기는 일
조합에서 가장 많이 하는 실수가 이겁니다. RSI와 스토캐스틱을 나란히 켜놓고 "두 지표가 모두 과매도래, 근거가 두 개야"라고 안심하는 것.
둘은 같은 부서 직원입니다. 계산법만 다를 뿐 "가격이 최근 범위에서 어디쯤인가"라는 같은 질문에 답하는 지표라, 대체로 같이 움직입니다. 같은 말을 두 사람에게 들었다고 근거가 두 배가 되지는 않습니다. 회의실에 같은 부서 직원을 두 명 부르면 정보는 안 늘고 목소리만 커집니다. 그 커진 목소리가 만드는 게 가짜 확신이고, 가짜 확신이 만드는 게 과한 베팅입니다.
조합의 원칙은 하나입니다. 부서별로 한 명씩. 방향에서 하나, 위치에서 하나, 진심에서 하나. 세 명이면 회의는 충분합니다. 어떤 지표를 고를지는 장세에 달렸습니다. 6편에서 스토캐스틱을 "횡보장의 명의, 추세장의 돌팔이"라고 불렀는데, 반대로 일목균형표와 MACD는 추세장의 명의입니다. 지금이 어떤 장인지 먼저 정하고, 그 장에 맞는 참모를 부르는 것까지가 조합법입니다.
계좌를 부수는 장면 — 지표 쇼핑
마지막 편이니 이 시리즈에서 가장 위험한 장면을 말씀드립니다.
물린 종목이 있습니다. 이평선은 데드크로스, MACD도 하락, 일목은 구름 아래. 그런데 계속 지표를 뒤지다 보면 어딘가에서 "매수" 비슷한 신호 하나가 나옵니다. 스토캐스틱이 과매도라든가, 엔벨로프 하단이라든가. 그 순간 사람 마음은 그 하나를 붙잡습니다. 아홉 명이 팔라는데 한 명이 사라고 하면, 물린 사람 귀에는 그 한 명의 목소리만 들립니다.
이건 분석이 아니라 지표 쇼핑입니다. 결론을 먼저 정해놓고 근거를 사러 다니는 것. 8편에서 "선 다섯 개 중 내 포지션에 유리한 선만 골라 보는" 장면을 말씀드렸는데, 그 확장판입니다. 지표가 열 개면 쇼핑할 매장도 열 개가 됩니다. 공부가 무기가 되지 않고 변명 창고가 되는 순간이지요 ㅠㅠ
막는 방법은 순서를 지키는 것뿐입니다. 포지션을 잡기 전에 어느 부서의 누구를 부를지 먼저 정하고, 잡은 뒤에는 참모를 바꾸지 않습니다. 회의 멤버를 장중에 갈아치우는 사령부는 전투에서 집니다.
시리즈를 닫으며
열한 편을 관통하는 문장은 결국 하나였습니다. 지표는 미래를 맞히는 도구가 아니라, 지금을 정직하게 보는 도구라는 것. 구름은 예보가 아니라 지형이고, 거래량은 의견이 아니라 사실이고, VWAP은 예언자가 아니라 회계사였습니다.
그리고 오늘 한 줄을 보태며 시리즈를 닫습니다.
참모가 열이라도 결정은 사령관이 합니다. 그리고 계좌의 진짜 사령관은 손절선입니다.
지표 공부는 여기까지입니다. 다음에 차트 앞에 앉으시면 트리 장식을 걷어내고 세 명만 남겨보세요. 회의가 짧아지고, 잠이 늘어날 겁니다.
※ 본 시리즈는 기술적 지표에 대한 교육 목적의 글이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 추천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