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보조지표 완전정복 ⑫ DMI·ADX — 지표 원리와 매매법, 그리고 크로스를 6만 봉으로 세어본 결과 [보조지표 시리즈]
시리즈를 열한 편으로 닫았습니다. 그런데 목록을 다시 훑어보니 빠진 게 하나 있더군요.
이동평균, MACD, RSI, 볼린저, 거래량, 스토캐스틱, VWAP, 일목균형표, 엔벨로프, 파라볼릭 SAR, 그리고 조합법. 열한 개 중에 DMI가 없습니다.
증권사 HTS 보조지표 목록에서 위쪽에 있고, 트레이딩뷰에서도 기본 제공되고, "추세 지표의 교과서"라고 불리는 그 지표가 빠졌습니다. 뒤늦게 채웁니다.
그런데 이 편은 앞의 열한 편과 좀 다르게 쓰겠습니다. 원리를 설명한 다음, 정말 맞는지 직접 세어본 결과를 그대로 붙이겠습니다. 숫자가 제 예상과 달랐거든요.
씨름판을 숫자로 옮기면 DMI가 됩니다
DMI는 Directional Movement Index, 우리말로 방향성 지표입니다. 파라볼릭 SAR을 만든 그 웰레스 와일더가 같은 시기에 내놓은 물건입니다. 이 양반이 RSI도, SAR도, ATR도 만들었으니 보조지표계의 다작 작가인 셈이지요.
차트에 걸면 선이 세 개 나옵니다. +DI, −DI, 그리고 ADX. 이름만 봐서는 뭐가 뭔지 알 수 없으니 씨름판으로 옮겨보겠습니다.
모래판 위에 두 선수가 있습니다. 한쪽은 매수, 한쪽은 매도입니다.
+DI는 오늘 매수 선수가 상대를 밀어낸 거리입니다. 어제 고점보다 오늘 고점이 얼마나 위로 갔는지를 재서 평균 낸 값이지요. −DI는 반대로 매도 선수가 밀어낸 거리입니다. 어제 저점보다 오늘 저점이 얼마나 아래로 내려갔는지입니다.
두 선수가 서로 밀고 밀리다가, 어느 순간 한쪽이 확실히 우세해집니다. 차트에서는 +DI 선이 −DI 선을 뚫고 올라가는 장면으로 나타납니다. 이걸 골든크로스라 부르고, 반대를 데드크로스라 부릅니다. 여기까지가 방향 이야기입니다.
ADX는 방향이 아니라 판이 얼마나 기울었는지를 봅니다. 두 선수가 힘이 비슷해서 모래판 가운데서 부들부들 떨고 있으면 ADX는 낮습니다. 한쪽이 상대를 계속 밀어내며 판 끝까지 몰아가면 ADX가 올라갑니다.
그래서 ADX에는 방향이 없습니다. 폭등장에서도 올라가고 폭락장에서도 올라갑니다. "지금 추세가 있느냐 없느냐"만 말해주는 눈금입니다. 보통 20 아래면 횡보, 25 위면 추세가 살아 있다고 봅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방향은 +DI와 −DI가, 세기는 ADX가 말해줍니다.
시중의 매매법과, 제 의심
DMI 매매법이라고 돌아다니는 것은 대개 이렇게 정리됩니다.
+DI가 −DI를 상향 돌파하면 매수, 하향 돌파하면 매도. 단, ADX가 20~25 위일 때만.
깔끔합니다. 논리도 그럴듯합니다. 방향이 바뀌는 순간에 들어가되, 추세가 있을 때만 들어간다. 어느 책에나 이렇게 적혀 있고, 저도 오랫동안 이 문장을 의심 없이 옮겨 적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차트를 넘겨보면 이상합니다. 크로스 이후 쭉쭉 가는 장면도 있지만, 크로스 나고 바로 되돌아오는 장면도 그만큼 많습니다. 우리 눈은 잘 맞은 장면만 기억하기 때문에 "꽤 맞는 지표"라는 인상이 남습니다.
그래서 세어봤습니다. 인상 말고 숫자로요.
6만 봉을 전수 조사했습니다
대상은 금(XAUUSD) 5분봉 6만 개와 10분봉 3만 개입니다. 검정 구간은 최근 180일, 2026년 3월부터 9월까지입니다. 10분봉은 5분봉이 마감된 시점에 이미 닫힌 것만 썼습니다. 미래를 몰래 훔쳐보는 실수를 막기 위해서입니다.
방식은 단순합니다. 크로스가 난 봉을 전부 찾아서, 그 뒤 30분·60분·120분에 크로스 방향으로 갔는지를 세었습니다. 동전 던지기면 50%가 나옵니다.
| 신호 | 횟수 | 30분 적중 | 60분 | 120분 |
|---|---|---|---|---|
| 5분봉 DMI 크로스 | 1,944회 | 49.5% | 49.6% | 50.4% |
| 5분봉 + ADX 20 초과 | 723회 | 49.9% | 48.4% | 51.2% |
| 5분봉 + ADX 25 초과 | 357회 | 48.5% | 50.1% | 51.5% |
| 10분봉 DMI 크로스 | 973회 | 49.5% | 51.0% | 49.2% |
| 5분·10분 동시 크로스 | 358회 | 49.2% | 51.1% | 52.0% |
전부 49~52%입니다. 동전입니다.
ADX 필터를 걸면 나아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60분 적중률이 48.4%로 떨어졌습니다. 두 시간틀이 함께 크로스한 358회가 그나마 52.0%로 제일 높은데, 이 정도 표본에서 2%p 차이는 우연과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수수료를 넣고 실제 매매로 돌려봤습니다. 왕복 수수료 3달러, 손절 280달러, 주간 시간대만, 1계약 고정 기준입니다.
여기서 '1계약'의 크기를 먼저 잡아두겠습니다. 이 조건에서 한 번 손절할 때 나가는 돈이 280달러입니다. 즉 아래 표의 손익은 한 번에 280달러씩 걸어서 180일 동안 매매한 결과로 읽으시면 됩니다. 계좌가 얼마인지는 사람마다 다르니, 절대 수익률로 환산하지 마시고 방식끼리의 비교로만 보십시오.
| 방식 | 180일 손익 | 거래 | 승률 | 손익비 |
|---|---|---|---|---|
| 5분봉 크로스 진입·반대크로스 청산 | −142달러 | 1,893회 | 28% | 1.00 |
| 5분봉 + ADX 20 초과 | −4,897달러 | 723회 | 29% | 0.83 |
| 5분·10분 동시 크로스 | −332달러 | 358회 | 27% | 0.98 |
1,893번 매매해서 142달러를 잃었습니다. 거의 정확히 본전인데, 그 본전을 위해 수수료를 5,679달러 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ADX 필터를 건 쪽은 4,897달러 손실입니다.
10분봉 단독으로는 5,388달러 수익이 났는데, 월별로 쪼개보니 3월 한 달에 6,192달러를 벌고 4·5월에 4,867달러를 돌려줬습니다. 한 달이 만든 숫자를 실력이라 부를 수는 없습니다.
왜 안 맞을까 — 이미 알고 있는 것을 다시 듣는 일
여기서 더 중요한 걸 하나 발견했습니다.
제가 실제로 돌리는 추세 매매 규칙에 DMI를 필터로만 얹어봤습니다. "DMI가 같은 방향일 때만 진입한다"는 조건 하나를 추가한 겁니다. 결과는 이랬습니다.
| 구분 | 180일 손익 (원래 규칙 = 100) | 거래 | 승률 |
|---|---|---|---|
| 원래 규칙 | 100.0 | 223회 | 52% |
| DMI 동측 조건 추가 | 99.9 | 222회 | 52% |
같은 조건에서 성적을 지수로 환산한 표입니다. 사실상 아무 변화가 없었습니다. 걸러진 거래가 223건 중 1건뿐이었거든요.
이유는 허무할 만큼 단순합니다. 원래 규칙이 이미 DMI와 같은 것을 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DMI는 고가와 저가의 움직임에서 뽑아낸 수치이고, 이동평균이나 추세선도 결국 같은 가격에서 나옵니다. 재료가 같으니 결론도 같습니다. 참모를 한 명 더 불렀는데 앞사람과 똑같은 말을 하는 상황입니다.
⑪편에서 "지표를 늘리면 확신만 늘고 정보는 안 는다"고 썼는데, 그 문장의 실측 증거를 제 손으로 만든 셈이 됐습니다.
그래서 DMI를 버려야 하나
아닙니다. 쓰는 자리가 다를 뿐입니다.
방아쇠로는 쓰지 마십시오. 크로스에 진입하는 방식은 6만 봉이 동전이라고 답했습니다. 특히 5분봉처럼 짧은 틀에서는 크로스가 하루에도 여러 번 나오고, 그때마다 수수료가 나갑니다.
눈금으로 쓰십시오. ADX가 20 아래에 깔려 있으면 지금은 추세 매매를 쉬는 구간이라는 뜻입니다. 이건 진입 신호가 아니라 오늘 어떤 전략을 꺼낼지 정하는 정보입니다. 횡보장이면 박스권 매매를, 추세장이면 추세 추종을. 지표에게 "사라 팔라"를 묻지 말고 "지금 어떤 장이냐"를 물으라는 겁니다.
그리고 하나 더. 이미 다른 추세 지표를 쓰고 있다면 DMI를 얹는다고 좋아지지 않습니다. 위 표가 그 증거입니다. 차트를 복잡하게 만드는 값만 나갑니다.
노트에 적은 한 줄
이번 조사를 하면서 노트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맞는 것 같은 지표와 맞는 지표 사이에는, 세어보는 수고 하나가 놓여 있다."
지표가 나쁜 게 아닙니다. 세어보지 않고 믿은 제가 문제였습니다. 여러분이 지금 쓰는 지표도 한 번 세어보시길 권합니다. 엑셀로도 됩니다. 신호가 난 날짜를 쭉 뽑고, 5일 뒤 종가가 올랐는지 내렸는지만 세면 됩니다. 백 번쯤 세어보면 그 지표가 나에게 무엇인지 알게 됩니다.
50%가 나오면 버리라는 뜻이 아니라, 방아쇠로 쓰지 말라는 뜻입니다. 지표는 대부분 방향을 맞히려고 만들어진 게 아니라 상황을 요약하려고 만들어졌으니까요.
다음 편은 ⑬ CCI입니다. 이번엔 처음부터 세어보고 시작하겠습니다.
※ 본 글은 교육 목적의 자료이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 추천이 아닙니다. 백테스트 결과는 특정 상품·기간의 과거 데이터이며 미래 성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투자의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