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SP 주가, 독점 왕국에 금이 간 걸까 (예스티, 그리고 한미반도체 이야기)
장비 회사인데 매출의 절반이 영업이익으로 남는 회사가 있습니다. 백 원 팔면 오십 원이 남는 장사. 반도체 장비 업계에서는 거의 반칙 소리를 듣는 숫자인데, 그 주인공이 HPSP입니다. 오늘은 이 회사의 주가를 둘러싼 삼국지를 정리해 봅니다. 주인공 HPSP, 도전자 예스티, 그리고 잠시 스쳐 갔지만 가장 큰 웃음을 지은 한미반도체까지.
먼저 HPSP가 뭘 하는 회사냐. 고압 수소 어닐링 장비를 만듭니다. 어려운 말 같지만 비유하면 웨이퍼 찜질방입니다. 반도체 공정을 거치고 나면 웨이퍼 표면에 미세한 상처(계면 결함)가 남는데, 고온고압 수소 분위기에서 푹 쪄주면 이 상처가 아물면서 반도체 성능이 좋아집니다. 회로가 미세해질수록 상처에 민감해지니, 첨단 공정으로 갈수록 이 찜질방을 그냥 지나치기 어렵습니다.
문제는 이 찜질방이 세계에 딱 하나였다는 것. 수소는 폭발성 기체라 고압으로 다루는 기술 장벽이 높아서, HPSP가 사실상 세계 유일 사업자였습니다. 삼성, 하이닉스 같은 큰손들이 줄 서는 가게. 영업이익률 50%는 그 독점의 가격표였습니다. 올해 1분기에도 매출 316억에 영업이익 158억, 정확히 절반입니다.
그런데 작년 말, 도전자가 나타났습니다. 예스티가 고압 어닐링 장비 시장에 진입했고, 올해 3월에는 삼성전자 납품 소식까지 알렸습니다. 독점 왕국의 성벽에 사다리가 걸린 겁니다.
당연히 특허 전쟁이 붙었죠. 2023년부터 이어진 소송전인데, 올해 6월 특허법원 판결이 묘합니다. "HPSP의 특허는 유효하다. 그런데 예스티 장비는 그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 성문은 인정하되, 도전자는 성문이 아니라 사다리로 넘어갔다는 판정이랄까요. 실리는 예스티가 챙긴 셈이고, 남은 본안 소송은 10월 중순 최종 변론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 판결문이 두 회사 주가의 다음 변곡점입니다.
여기서 한미반도체 이야기. 한때 HPSP의 2대주주였습니다. 2021~2022년에 회사와 곽동신 회장이 각각 375억씩, 합쳐 750억을 투자했는데요. 올해 1월 이 지분을 전량 매도하면서 약 5,500억을 회수했습니다. 수익률 639%. 넣은 돈의 일곱 배 가까이를 들고 나온, 교과서에 실릴 만한 투자 회수입니다. 회수한 돈은 자기 본업인 차세대 본딩 장비 개발에 넣는다고 하고요. 그러니 지금 "한미반도체가 HPSP 대주주"라는 말은 옛날 지도입니다. 현재 최대주주는 크레센도라는 사모펀드입니다.
자, 그럼 숫자를 보죠. 지난 금요일(8/21) 종가로 HPSP 44,900원(-6.46%), 예스티 29,550원(+2.43%), 한미반도체 213,500원(-5.32%). 코스닥이 급하게 식은 날이었는데 예스티만 홀로 올랐습니다. 시장이 특허전 승기와 시장 진입 기대를 사고 있다는 뜻이겠죠.
다만 체급 차이는 봐야 합니다. 예스티는 아직 적자권이고 납품도 초기 단계입니다. HPSP는 이익률 50%에 양산 레퍼런스를 쌓아둔 챔피언이고, 최근에는 키옥시아 장비 인증을 마쳐 낸드 투자 수혜가 대기 중이며, 하반기에는 D램 첨단 공정 파일럿 적용 이야기까지 나옵니다. 잘 되면 2027년부터는 로직, 낸드, D램 전 종목에 찜질방을 차리는 그림입니다.
그래서 HPSP 주가의 핵심 질문은 이겁니다. 독점 프리미엄이 얼마나 깎이느냐, 그리고 새 고객(낸드, D램)이 그 깎임을 얼마나 메꾸느냐. 저라면 10월 본안 판결, 예스티의 추가 수주 공시, HPSP의 낸드·D램 수주 소식, 이 세 가지를 달력에 적어두고 관찰하겠습니다.
독점은 영원하지 않고, 도전자는 언제나 생각보다 빨리 옵니다. 그게 이 바닥의 인간사와 닮은 점이죠,,, 특정 종목 추천이 아니라 관전 지도입니다. 매매 판단은 언제나 각자의 몫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