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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차세대 컴퓨팅 ② 실리콘 포토닉스 — 구리가 막히자, 반도체가 빛을 켰습니다

2026-08-26 · 상한가클럽

질문 하나로 시작하겠습니다. AI 데이터센터에서 GPU 수만 개를 이어 붙일 때, 가장 먼저 한계에 부딪히는 것은 무엇일까요. 칩의 연산 속도? 메모리 용량? 둘 다 아닙니다. 정답은 의외로 소박합니다. 전선입니다.

칩과 칩 사이, 서버와 서버 사이를 잇는 구리 배선은 신호가 빨라질수록 열이 나고, 멀어질수록 신호가 뭉개집니다. 도시가 커지는데 도로는 2차선 그대로인 상황이죠. 1편에서 "AI의 병목은 반도체가 아니라 전기"라고 말씀드렸는데, 오늘은 그 짝꿍 병목입니다. 데이터가 지나다닐 길이 막히고 있습니다. 그래서 반도체 업계가 꺼낸 카드가, 전기 신호를 아예 빛으로 바꿔서 광섬유로 쏘는 기술 — 실리콘 포토닉스입니다.

반도체 공장에서 광학 부품을 찍어낸다는 것

빛으로 통신하는 것 자체는 새롭지 않습니다. 바다 밑 해저케이블도, 집 앞 광랜도 다 빛입니다. 실리콘 포토닉스의 새로움은 그 광학 부품을 반도체 공정으로, 실리콘 웨이퍼 위에 찍어낸다는 데 있습니다. 수제 안경방에서 하나씩 깎던 렌즈를 반도체 공장에서 수백만 개씩 찍는 셈입니다. 크기는 손톱만 해지고, 값은 내려가고, 무엇보다 연산 칩 바로 옆자리에 붙일 수 있게 됩니다.

이 '옆자리'가 핵심입니다. 지금 데이터센터의 광통신은 스위치 앞면에 꽂는 착탈식 모듈(플러그러블)이 담당하는데, 전기 신호가 칩에서 모듈까지 한참 구리 위를 달린 뒤에야 빛으로 바뀝니다. 이 구간이 전기를 먹고 열을 뿜습니다. 그래서 업계가 가는 방향이 CPO(코패키지드 옵틱스) — 광 송수신 엔진을 아예 연산 칩과 한 패키지 안에 동거시키는 구조입니다. 우체국까지 가서 편지를 부치던 사람이, 책상 서랍에 우체통을 들여놓는 격이죠.

큰손들은 이미 움직였습니다

이 판이 연구실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은 등장인물 명단이 말해줍니다. 엔비디아는 광 엔진을 스위치에 통합한 퀀텀-X·스펙트럼-X 포토닉스 스위치를 공개하며 기존 방식 대비 전력 효율을 크게 끌어올렸다고 공언했고, 브로드컴은 토마호크 스위치 칩에 광 엔진을 붙인 CPO 플랫폼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둘의 뒤에는 같은 이름이 있습니다. TSMC. 광 칩과 전자 칩을 한 몸으로 쌓는 전용 패키징 플랫폼(COUPE)을 로드맵에 올려두고, 파운드리 단계에서 포토닉스를 표준 메뉴로 만들고 있습니다. 인텔이 십수 년 실리콘 포토닉스를 갈고닦아 왔고, 아야 랩스·라이트매터 같은 광 I/O 스타트업에는 큰손들의 투자가 몰렸습니다.

왜 이렇게들 진심이냐. AI 클러스터가 커질수록 GPU들은 '함께' 일해야 하고, 함께 일하려면 서로 쉼 없이 대화해야 합니다. 그 대화 비용이 이미 연산 비용만큼 무거워졌기 때문입니다. 업계에서는 이를 '대역폭의 벽'이라고 부릅니다.

한국의 현주소 — 8월에 나온 반가운 논문 한 편

솔직히 이 분야에서 한국은 오랫동안 조연이었습니다. 광통신 부품은 미국·일본·중국 회사들 틈에서 버텨왔고, 파운드리 포토닉스 플랫폼은 TSMC가 앞서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달, 무게 있는 변화가 하나 있었습니다. SK하이닉스 연구진이 국내외 대학들과 함께 CPO 기반 AI 인프라 로드맵 논문을 네이처 일렉트로닉스에 실은 것입니다. 노드당 100테라비트급 대역폭, 비트당 1피코줄 이하의 에너지, 10나노초 이하의 지연 — 그리고 패키징을 2D에서 2.5D, 3D로 올려가며 종국에는 메모리와 프로세서를 빛으로 직결하겠다는 단계적 청사진까지 담았습니다.

이게 왜 의미심장하냐면, HBM으로 AI 메모리 판을 쥔 회사가 "다음 병목은 연결이고, 그 연결을 우리가 빛으로 풀겠다"고 공개 선언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메모리 강국의 다음 수가 포토닉스와 만나는 지점, 여기가 한국의 승부처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삼성전자 역시 파운드리·패키징 양쪽에서 광 I/O 대응을 준비하고 있고, 국내 광통신 부품 기업들에게는 CPO 시대의 새 일감(외부 광원, 광 엔진 부품)이 열리고 있습니다. 이 돈의 지도는 오늘 저녁 관련주편에서 종목 단위로 펼쳐보겠습니다.

관전 포인트 셋

하나, CPO 채택 속도입니다. 엔비디아·브로드컴의 광 스위치가 데이터센터에 실제로 깔리는 속도가 이 시장의 시계입니다. 둘, 파운드리의 포토닉스 메뉴판입니다. TSMC에 이어 삼성이 어떤 플랫폼을 내놓는지가 국내 생태계의 운명을 가릅니다. 셋, 메모리와 빛의 결합입니다. HBM 다음 세대에서 광 연결이 표준이 되는 순간, 이 기술은 테마가 아니라 인프라가 됩니다.

구리 시대의 전화선이 광랜으로 바뀌는 데 한 세대가 걸렸습니다. 데이터센터 안에서는 그 교체가 지금, 훨씬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다음 편은 이 모든 칩들을 쌓고 붙이는 기술 — 최첨단 패키징(HBM·CoWoS·3D 적층)입니다.

*본 글은 공개 자료를 정리한 정보 제공 목적의 콘텐츠이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 추천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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