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133조, 삼성전자 171조 — 장사는 우리가 더 했는데, 사위 대접은 왜 저쪽이 받을까
간밤에 숫자가 나왔습니다.
엔비디아 2분기 매출 962억 달러. 원화로 약 133조 원입니다. 1년 전보다 106% 늘었습니다. 덩치가 이만한 회사가 1년 만에 몸을 두 배로 불렸다는 건, 코끼리가 다이어트 대신 증량에 성공한 것 같은 소리인데, 어쨌든 났습니다.
그런데 같은 분기 삼성전자 매출은 171조 5천억 원이었습니다.
38조를 더 팔았습니다. 그런데 시가총액은 엔비디아 약 6,900조, 삼성전자 1,529조. 네 배 넘게 벌어집니다.
명절에 보면 꼭 이런 집이 있습니다. 큰아들이 제일 많이 벌어다 주는데, 정작 상다리 부러지게 대접받는 건 사업한다고 나가 있는 둘째입니다. 억울한데 뭐라 하기도 애매합니다. 오늘은 그 애매한 지점을 좀 파보려 합니다.
숫자부터 나란히 놓고 보겠습니다
| 엔비디아 | 삼성전자 | SK하이닉스 | |
|---|---|---|---|
| 2분기 매출 | 962억 달러 (약 133조) | 171조 5천억 | 79조 3천억 |
| 1년 전 대비 | +106% | +130% | +257% |
| 수익성 | 매출총이익률 75.0% | 영업이익률 52.2% | 영업이익률 76.3% |
| 영업이익 | — | 89조 5천억 | 60조 5천억 |
표를 보다가 한 번 멈칫하게 되는 칸이 있습니다.
SK하이닉스 영업이익률 76.3%. 만 원짜리 팔면 칠천육백 원이 남는다는 뜻입니다. 국밥집인 줄 알았는데 강남 피부과 마진이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엔비디아의 75.0%는 계산 단계가 다른 지표라 나란히 놓고 우열을 가릴 성질은 아닙니다. 다만 "메모리는 죽어라 만들어봐야 남는 게 없다"는 20년 묵은 통념이 지금 어디쯤 가 있는지는 확실히 보여줍니다.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작년 2분기 4조 7천억에서 89조 5천억이 됐습니다. 열여덟 배가 넘습니다. 오타인가 싶어 세 번 봤습니다.
2023년에 하이닉스가 분기 적자 3조를 찍었던 걸 기억하시는 분들은, 이 표 앞에서 기분이 좀 복잡하실 겁니다. 그때는 반도체 접는다는 얘기까지 나왔으니까요. 라면 끓여 먹으며 버틴 집이 3년 만에 갈비를 굽고 있는 격인데, 이런 건 축하하면서도 어쩐지 마음 한구석이 조마조마합니다. 왜 그런지는 조금 뒤에 말씀드리겠습니다.
엔비디아는 사실 외발자전거를 타고 있습니다
이번 실적에서 진짜 봐야 할 건 총액이 아니라 구성입니다.
데이터센터 부문 890억 달러. 전체 962억 달러의 92.5%입니다. 나머지(엣지 컴퓨팅) 72억 달러를 다 긁어모아도 7.5%입니다.
게임용 그래픽카드 팔던 회사가, 이제 열에 아홉을 AI 데이터센터에서 법니다.
이걸 어떻게 봐야 할까요.
한쪽에서 보면 교과서에 실릴 집중입니다. 세상에서 제일 빨리 자라는 밭 하나에 회사 전체를 심었고, 그게 맞았습니다. 3분기 가이던스로 1,080억 달러를 불렀습니다. 중국 데이터센터 매출은 아예 빼고 계산한 숫자인데도 그렇습니다. 이게 맞으면 다음 분기에 12% 더 큽니다.
다른 쪽에서 보면, 외발자전거입니다.
빠릅니다. 균형 잡는 솜씨도 훌륭합니다. 문제는 내리막에서 브레이크를 잡을 때입니다. 삼성전자가 메모리 겨울에 스마트폰과 가전으로 버텼던 그런 나머지 다리가, 엔비디아에는 없습니다. 못 만든 게 아니라 안 만든 겁니다. 만들 이유가 없었으니까요. 잘 굴러갈 땐 바퀴 하나가 제일 빠릅니다.
집중은 잘될 때는 전략이고, 꺾이면 그냥 집중입니다.
그리고 시장이 요즘 자꾸 묻는 것
여기서부터가 사장님들이 궁금해하실 대목입니다.
엔비디아는 빅테크들과 손을 아주 넓게 잡았습니다. 오픈AI, 오라클, 코어위브, 소프트뱅크. 손잡은 것 자체는 훌륭합니다. 시장이 갸웃하는 건 그 손에 뭐가 들려 있느냐입니다.
7월에 알려진 바로는, 엔비디아가 오픈AI의 오하이오 데이터센터 자금조달에 2,500억 달러 규모 보증을 검토 중입니다. 오픈AI가 엔비디아 칩을 사는 데 필요한 3,500억 달러 자금조달도 따로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구조를 한 줄로 줄이면 이렇습니다. 내가 고객에게 돈을 빌려준다. 고객은 그 돈으로 내 물건을 산다. 내 매출이 오른다.
곗돈 냄새가 나지 않으십니까.
계주가 곗돈을 대주고, 계원이 그 돈으로 계를 붓고, 장부는 아주 예쁘게 돌아갑니다. 실제로 잘 도는 계도 많습니다. 문제는 계원 하나가 삐끗하는 순간 계주까지 같이 넘어간다는 겁니다. 어머니 세대가 계 깨져서 겪은 일들을 옆에서 본 사람이면, 이 구조가 왜 등을 서늘하게 하는지 길게 설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시장도 눈치채고 있습니다. 엔비디아 5년물 CDS — 이 회사가 빚을 못 갚을 위험에 드는 보험료라고 보시면 됩니다 — 가 거래 시작 이래 최대 폭으로 튄 적이 있습니다. 주식 시장은 폭죽을 터뜨리는데 채권 시장은 구석에서 소화제를 찾고 있었던 셈입니다.
닷컴 얘기도 어김없이 나옵니다. 루슨트와 노텔이 통신장비를 팔면서 살 돈까지 빌려줬고, 고객이 못 갚으면서 같이 주저앉았습니다. 깔아둔 광케이블은 10년 넘게 불이 안 들어왔습니다. 업계에서 '다크 파이버'라고 부르는 그 유령들입니다.
그럼 이번에도 같은 영화일까요.
반론도 셉니다. 그때 광케이블은 깔아놓고 쓸 사람이 없었지만, 지금 GPU는 대기표를 뽑고 기다립니다. 노는 물건이 없습니다. 새 AI 모델이 나오면 몇 시간 만에 전 세계 수십억 대 스마트폰에 닿습니다. 1999년에는 일단 모뎀부터 깔아야 했지요. 공급도 정반대입니다. 남아도는 게 아니라 모자라서, TSMC가 2027년에 가격을 최대 25% 올린다는 말이 나옵니다. 그리고 루슨트는 수요가 빠지니까 어쩔 수 없이 빌려줬지만, 엔비디아는 수요가 넘쳐서 고객이 더 빨리 크라고 빌려준다 — 이게 반론의 뼈대입니다.
어느 쪽이 맞는지 저는 모릅니다. 알았으면 이 글 안 쓰고 다른 걸 하고 있었겠지요 ^^;
다만 두 이야기가 동시에 참일 수는 있습니다. 지금 수요는 진짜인데, 자금 구조는 약할 수 있습니다. 진짜 수요 위에 세운 계도 계주가 흔들리면 깨집니다. 이건 계가 가짜라서가 아니라 계라서 그렇습니다.
이 실적이 우리 밥상에 닿는 자리
엔비디아 데이터센터 890억 달러는 남의 집 잔치가 아닙니다.
GPU 한 장에는 HBM이 붙습니다. 안 붙으면 안 돌아갑니다. 엔비디아가 데이터센터에서 117% 더 팔았다는 말은, 거기 들어갈 고대역폭 메모리가 그만큼 더 필요했다는 뜻입니다. 하이닉스 매출이 257% 뛴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그래서 지난 1년, 한국 반도체는 엔비디아 실적일이 사실상 자기 실적일이 됐습니다. 새벽에 미국에서 숫자 하나 나오면 아침에 코스피 시총 1, 2위가 같이 웃거나 같이 굳습니다. 남의 집 제사에 우리 집 곳간이 열렸다 닫혔다 합니다.
좋은 소식이면서, 조금 불편한 소식입니다.
계에 빗대자면 우리는 계주도 계원도 아닙니다. 계원들이 곗돈 모아서 사가는 물건을 만드는 사람입니다. 계가 잘 돌 때는 세상에서 제일 마음 편한 자리이고, 계가 깨지면 제일 늦게 소식을 듣는 자리이기도 합니다. 아까 갈비 앞에서 마음이 조마조마하다고 한 게 이 얘기입니다.
그럼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하나
메모리 슈퍼사이클은 반갑습니다. 반가운데, 이게 실력인지 시절인지는 구분해야 합니다.
지금 영업이익률 76%는 HBM을 제대로 만들 줄 아는 회사가 세계에 셋뿐이라 나온 숫자입니다. 셋뿐이면 부르는 게 값입니다. 기술 장벽이 낮아지거나 증설이 한 바퀴 돌면 이 숫자는 반드시 내려옵니다. 메모리 30년 역사에 예외가 없었습니다. 지금 좋은 게 계속 좋으리라는 보장은 그 역사 어디에도 안 적혀 있습니다.
방향은 이미 나와 있다고 봅니다.
하나는 붙어 있는 자리를 바꾸는 것입니다. 지금 HBM은 납품입니다. 주문서 오면 만듭니다. 여기서 한 걸음 가면 설계 도면 그릴 때부터 같이 앉는 자리가 됩니다. 커스텀 HBM, 로직 다이를 고객 요구에 맞춰 얹는 구조가 그 문입니다. 같이 그린 도면은 쉽게 못 버립니다. 납품업체는 갈아치우지만 공동설계자는 갈아치우기가 어렵습니다.
둘은 패키징입니다. 미세공정이 벽에 부딪히면서 승부처가 '옆으로 줄이기'에서 '위로 쌓기'로 옮겨갔습니다. 여기는 아직 자리가 다 안 정해졌습니다. 소재와 장비 쪽에 비집고 들어갈 틈이 남아 있는 영역입니다. 판이 굳기 전이 들어가기 제일 좋을 때입니다.
셋은 전력입니다. 데이터센터가 늘면 제일 먼저 모자라는 게 전기입니다. 변압기, 전력반도체, 냉각. AI라는 단어가 안 붙어서 조명을 덜 받았을 뿐입니다. 아무리 똑똑한 AI도 두꺼비집 내려가면 그냥 비싼 철제 캐비닛입니다.
공통점이 보이실 겁니다. 셋 다 싸게 많이 만드는 경쟁이 아닙니다. 없으면 안 되는 자리를 차지하는 싸움입니다. 싸게 만드는 경쟁은 언제나 더 싸게 만드는 사람이 나타나 끝나지만, 없으면 안 되는 자리는 잘 안 비워집니다.
마지막으로
처음 질문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장사는 우리가 더 했는데 왜 대접은 저쪽이 받을까.
시장은 지난 분기에 번 돈이 아니라 앞으로 벌 구조를 삽니다. 엔비디아는 자기가 깔아놓은 판 위에서 벌고, 우리는 그 판에 물건을 대면서 법니다. 시장은 그 차이에 값을 매기고 있는 겁니다.
야박합니다. 그런데 틀린 계산은 아닙니다.
그리고 다시 매길 수 있는 계산이기도 합니다. 판을 까는 자리로 옮겨가는 데 걸리는 시간이 짧진 않겠지만, 곳간이 이렇게 두둑할 때 안 하면 대체 언제 하겠습니까. 배고플 때 하는 투자는 투자가 아니라 도박이 됩니다.
호황은 벌라고 오는 게 아니라, 다음을 준비하라고 옵니다.
숫자는 어젯밤 것이고, 우리가 답해야 할 것은 내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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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공개된 실적 자료와 시장 정보를 바탕으로 한 정보 제공 목적의 콘텐츠이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투자 판단과 그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자료: 엔비디아 FY2027 2분기 실적 보도자료(SEC 공시), 삼성전자·SK하이닉스 2026년 반기보고서(금융감독원 DART), 환율 1,385.5원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