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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S 녹인 50% 뜻 — "삼성전자가 반토막 날 리 없다"에 1조가 걸렸습니다, 홍콩 손실 4.6조의 복습 (금융상품 완전정복 ④)

2026-09-13 · 상한가클럽

증권사 창구에서 제일 많이 나오는 문장이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설마 반토막 나겠습니까?"

이 문장은 질문처럼 생겼지만 질문이 아닙니다. 상품 설명입니다. 그리고 이 문장 하나에 올해 상반기에만 1조 315억 원이 걸렸습니다.

오늘은 ELS를 보겠습니다. ①편 배당 ETF,
②편 S&P500,
③편 나스닥100까지는 전부 ETF였습니다. 이번엔 종류가 다릅니다. ETF는 바구니고, ELS는 계약서입니다. 그 차이가 오늘 글의 전부입니다.

늘 하던 대로 추천은 안 합니다. 구조를 펴 보고 계산기를 두드리는 데까지만 하겠습니다.

ELS는 투자가 아니라 계약입니다

먼저 이름부터. ELS는 주가연계증권(Equity-Linked Securities)입니다. 길어서 헷갈리는데, 실제로 하는 일은 단순합니다.

"어떤 주식이 정해진 선 아래로 안 떨어지면, 제가 이자를 드리겠습니다. 떨어지면 그 손실을 가져가십시오."

이게 전부입니다. 증권사가 이 계약을 팔고, 손님이 삽니다.

여기서 제일 먼저 짚어야 할 게 있습니다. 이 계약에서 손님은 어느 편에 서 있는가.

보험으로 비유하면 이해가 빠릅니다. 보험은 이렇게 생겼습니다.

ELS를 사면 손님은 보험료를 받는 쪽입니다. 이자(쿠폰)를 조금씩 받고, 주가가 무너지면 물어 주는 자리입니다.

이 자리가 나쁜 자리냐 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보험사는 이 자리에 앉아서 돈을 법니다. 사고가 안 나는 게 보통이니까요. 다만 보험사는 그 대가로 통계를 붙들고 삽니다. 사고가 얼마나 자주 나는지, 났을 때 얼마를 물어야 하는지를 계산해서 보험료를 정합니다.

ELS를 사는 분들이 그 계산을 하시는지가 오늘의 질문입니다.

스텝다운 — 계단이 내려옵니다

요즘 팔리는 ELS는 대부분 스텝다운(Step-Down) 형입니다. 계단이 내려온다는 뜻인데, 이렇게 굴러갑니다.

만기는 보통 3년이고, 6개월마다 한 번씩 기초자산의 값을 봅니다. 그때 정해진 선 위에 있으면 그 자리에서 끝내고 이자까지 얹어 돌려줍니다. 이걸 조기상환이라고 합니다.

선은 회차가 갈수록 낮아집니다. 흔한 모양이 이렇습니다.

평가 시점조기상환 기준통과하면
6개월처음 값의 90%끝. 원금 + 6개월치 이자
12개월85%끝. 원금 + 1년치 이자
18개월85%
24개월80%
30개월75%
36개월(만기)70%

계단이 90 → 85 → 80 → 75 → 70으로 내려옵니다. 시간이 갈수록 조건이 헐거워지는 겁니다. 그래서 "웬만하면 중간에 끝난다"는 말이 나옵니다. 실제로 웬만하면 중간에 끝납니다.

문제는 웬만하지 않을 때입니다.

녹인 50% — 이 선이 오늘의 주인공입니다

위 표의 계단과 따로 노는 선이 하나 더 있습니다. 녹인(Knock-In) 배리어입니다.

계단은 6개월마다 한 번만 봅니다. 녹인은 다릅니다. 3년 내내, 장중 어느 한 순간이라도 그 선을 찍으면 작동합니다.

녹인 50%라면, 기초자산이 한 번이라도 반토막이 나면 그때부터 계약의 성격이 바뀝니다.

여기서 "떨어진 만큼 그대로"가 중요합니다. 만기에 55%에 있으면 원금의 45%를 잃습니다. 40%면 60%를 잃습니다. 완충 장치가 없습니다.

정리하면 이렇게 됩니다.

최대 이익약속한 쿠폰까지. 딱 거기까지입니다.
최대 손실기초자산이 떨어진 만큼. 끝이 없습니다.

이 두 줄이 이 상품의 전부입니다. 위쪽은 잘려 있고 아래쪽은 안 잘려 있습니다.

주가가 두 배로 올라도 손님 몫은 쿠폰까지입니다. 주가가 70%가 빠지면 손님 몫도 70%가 빠집니다. 보험사 자리에 앉았으니 당연한 일이지만, "연 8%"라고 적힌 종이만 보면 이 비대칭이 안 보입니다.

els04_stepdown.png

그럼 쿠폰은 어디서 나옵니까

"연 8%", "연 10%" 같은 숫자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아시면 이 상품이 훨씬 잘 보입니다.

쿠폰의 정체는 옵션을 판 값입니다. 손님은 사실상 풋옵션을 판 셈이고, 그 값이 쿠폰으로 들어옵니다.

그래서 쿠폰이 높아지는 조건은 정해져 있습니다.

1. 기초자산의 변동성이 클수록 높아집니다. 험한 자산일수록 보험료가 비싼 것과 같습니다. 2. 기초자산 종목 수가 많을수록 높아집니다. 두 종목 중 못 한 쪽을 기준으로 삼기 때문입니다. 셋이면 더 높고요. 3. 녹인 선이 높을수록 높아집니다. 사고 기준이 느슨할수록 위험하니까요.

여기서 오늘 글에서 제일 중요한 문장이 나옵니다.

쿠폰이 높다는 건 조건이 좋다는 뜻이 아니라, 위험이 크다는 뜻입니다.

시장은 공짜로 이자를 더 주지 않습니다. 쿠폰이 연 12%인 상품과 연 6%인 상품이 나란히 있으면, 12%짜리는 두 배로 험한 자산이거나, 사고 기준이 두 배로 느슨한 상품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한 겹이 더 있습니다. 변동성은 주가가 많이 오른 뒤에 커집니다. 그래서 이런 일이 생깁니다.

기초자산이 고점 근처일수록 ELS 조건이 제일 좋아 보입니다.

파는 쪽도 이때 팔기 좋고, 사는 쪽도 이때 사고 싶어집니다. 오르는 걸 봤으니까요. 가장 위험한 자리에서 가장 매력적으로 보이는 상품입니다. 업계에서 "상투 발행"이라는 말이 왜 나오는지가 여기 있습니다.

2024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복습합니다

이건 가정이 아니라 일어난 일입니다.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가 2021년 전후에 대량으로 팔렸습니다. 그때 그 지수는 높았고, 쿠폰은 좋아 보였습니다. 팔린 곳은 주로 은행 창구였습니다.

그리고 지수가 내려갔습니다. 반토막보다 더 내려갔습니다. 녹인이 줄줄이 걸렸고, 만기가 돌아왔습니다.

금융위원회가 집계한 결과입니다.

홍콩H지수 ELS 손실액4조 6,000억 원
평균 배상비율31.6%

4조 6,000억 원. 그리고 배상은 평균 31.6%였습니다. 불완전판매가 인정된 만큼만 돌려받았다는 뜻이고, 나머지 약 3분의 2는 투자자 몫으로 남았습니다.

그 여파로 2025년 파생결합증권 잔액은 10년 만에 최저로 떨어졌습니다. 시장이 통째로 얼어붙은 겁니다.

그런데 2026년 숫자가 이렇습니다

2년이 지났습니다. 2026년 상반기 발행 실적입니다.

2026년 상반기발행액전년 대비
국내 주식형 ELS7,157억 원1,008억 원 → 7.1배
혼합형 ELS9,178억 원+54.3%
전체 ELS10조 1,604억 원+20.7%

그리고 기초자산을 보면 이렇습니다.

기초자산발행액전년 대비
삼성전자1조 315억 원3,055억 원 → 3.4배

증권사별로는 NH투자증권이 1조 5,423억 원(+52.6%), 한국투자증권이 1조 4,823억 원(+22.2%)입니다.

바뀐 것도 있습니다. 판매처가 은행에서 증권사로 옮겨 갔습니다. 홍콩H 사태 이후 은행 창구 판매에 제약이 생기면서 무대가 이동한 겁니다.

바뀌지 않은 것은 무엇이냐 하면, 팔리는 논리입니다. 2021년의 논리는 *"중국이 설마 무너지겠습니까"* 였고, 2026년의 논리는 *"삼성전자가 설마 반토막 나겠습니까"* 입니다.

그래서 계산기를 두드려 봅니다

이 시리즈는 늘 여기서 계산을 합니다.
③편에서 총보수 대신 실부담비용을 세어 봤듯이요.

질문 하나. 삼성전자가 반토막 난 적이 있습니까.

있습니다. 그것도 여러 번입니다. 1997년 외환위기, 2000년 정보기술 거품 붕괴, 2008년 금융위기 — 이 나라 대표 기업이라고 해서 반토막을 피해 간 적은 없습니다. 최근 몇 년만 놓고 봐도 고점에서 40% 안팎 빠진 구간이 있었습니다.

"반토막 날 리 없다"는 문장은 역사적 사실이 아니라 최근 몇 년의 기억입니다.

질문 둘. 녹인은 만기에만 보는 게 아닙니다.

많은 분이 "3년 뒤에 반토막이면 손해"라고 이해하십니다. 아닙니다. 3년 중 단 하루, 장중 단 한 순간이라도 그 선을 찍으면 걸립니다. 그 뒤에 주가가 회복해도 녹인 기록은 남습니다. 만기에 70% 위로 못 올라오면 손실이 확정됩니다.

3년은 짧지 않습니다. 그 안에 큰 사건이 한 번도 없을 확률을 계산하시는 게 이 상품을 사는 일입니다.

질문 셋. 이익은 왜 잘려 있습니까.

같은 돈으로 삼성전자 주식을 그냥 사면, 오르는 만큼 다 가져갑니다. ELS를 사면 쿠폰까지만 가져갑니다. 그런데 내려갈 때는 둘 다 똑같이 맞습니다.

그러니까 ELS는 주식보다 안전한 상품이 아닙니다. 주식의 하락은 그대로 지고, 상승만 쿠폰으로 바꾼 상품입니다. 그 교환이 유리한지 아닌지는 앞으로 3년 동안 그 주식이 어떻게 될지에 달려 있습니다. 그걸 아는 사람은 없고요.

그럼 사면 안 되는 상품인가

그렇게 말씀드리려는 게 아닙니다. 이 시리즈는 추천도 만류도 안 합니다.

ELS가 맞는 자리가 분명히 있습니다. 주가가 크게 오르지도 크게 내리지도 않을 것 같은 구간입니다. 그 구간에서는 주식을 들고 있는 것보다 쿠폰을 받는 게 낫습니다. 실제로 조기상환으로 무난히 끝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조건이 셋 붙습니다.

하나. 그 판단을 본인이 해야 합니다. "설마"는 판단이 아닙니다. 기초자산이 지금 어디쯤 와 있는지, 반토막이 난 적이 있는지, 3년 안에 무슨 일이 있을 수 있는지를 본인이 보셔야 합니다.

둘. 쿠폰이 높으면 의심하셔야 합니다. 높은 쿠폰은 서비스가 아니라 위험의 가격표입니다. 옆 상품보다 2%가 더 높다면, 그 2%가 어디서 나왔는지 물어보셔야 합니다. 종목이 하나 더 붙었는지, 녹인이 올라갔는지.

셋. 몰아넣지 마셔야 합니다. 홍콩H 사태에서 제일 아팠던 분들은 한 상품에 은퇴자금을 다 넣은 분들이었습니다. 상품이 위험한 것과 내가 위험해지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한 가지만 더

올해 9월 3일, 주식형 랩 계좌의 손실이 커지고 있다는 기사가 나왔습니다. 제목에 "ELS 악몽 부르나" 가 붙었습니다.

같은 기억을 가진 사람이 같은 단어를 꺼내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게 맞을지 틀릴지는 3년 뒤에 압니다.

다만 하나는 지금도 확실합니다. 2021년에 홍콩 ELS를 산 분들도, 그때는 그게 위험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셨습니다.

창구에서 그 문장을 들으시면, 종이를 받아 오셔서 딱 세 줄만 찾아보십시오.

1. 기초자산이 몇 개인가 — 많을수록 못 한 쪽에 걸립니다 2. 녹인이 몇 퍼센트인가 — 50인지 45인지 아예 없는지 3. 최대 이익이 얼마인가 — 그게 내가 가져갈 수 있는 전부입니다

이 세 줄이면 그 상품의 성격은 다 나옵니다. 연 몇 퍼센트인지는 그 다음에 보셔도 늦지 않습니다.

보험료를 받는 자리는 나쁜 자리가 아닙니다. 다만 그 자리에 앉은 줄 모르고 앉는 것이 나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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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측 출처: 2026년 상반기 ELS 발행 실적(국내 주식형 7,157억 원 — 전년 동기 1,008억 원 대비 7.1배, 혼합형 9,178억 원 — 전년 대비 54.3% 증가, 전체 10조 1,604억 원 — 전년 대비 20.7% 증가, 삼성전자 기초자산 1조 315억 원 — 전년 3,055억 원 대비 3.4배, NH투자증권 1조 5,423억 원 — 전년 1조 107억 원 대비 52.6% 증가, 한국투자증권 1조 4,823억 원 — 전년 1조 2,130억 원 대비 22.2% 증가)은 2026년 6월 8일 한국경제 보도 인용입니다.*

*홍콩H지수 ELS 손실액 4조 6,000억 원 및 평균 배상비율 31.6%는 금융위원회 집계를 인용한 2024년 10월 한국경제 보도입니다. 2025년 파생결합증권 잔액이 10년 만에 최저였다는 서술은 언론 보도 인용입니다. 손실액은 집계 시점과 기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본문의 스텝다운 조기상환 기준 표(90-85-85-80-75-70)와 녹인 50%는 설명을 위한 예시이며, 실제 상품의 조건은 발행사·기초자산·발행 시점에 따라 모두 다릅니다. 반드시 개별 상품의 투자설명서와 간이투자설명서를 확인하십시오. 쿠폰이 변동성·기초자산 수·녹인 수준에 따라 달라진다는 설명은 일반적인 구조 설명입니다.*

*삼성전자가 과거 고점 대비 반토막 수준까지 하락한 사례가 있다는 서술은 1997년·2000년·2008년 등 과거 시장 급락기를 가리키는 일반적 서술이며, 특정 시점의 정확한 등락률을 제시한 것이 아닙니다. 과거의 주가 움직임이 미래를 보장하거나 예고하지 않습니다.*

*2026년 9월 3일 주식형 랩 손실 확대 관련 서술은 머니투데이 보도 인용입니다.*

*ELS는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상품이며, 발행 증권사의 신용위험(파산 시 원리금 미지급)도 함께 지는 상품입니다. 예금자보호 대상이 아닙니다. 이 글은 상품 구조에 관한 정보 제공이며 특정 상품의 가입 권유나 만류가 아닙니다. 투자 판단과 그 결과는 투자자 본인에게 귀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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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쳐이사 · 1997년부터 시장에 있습니다. 팍스넷·씽크풀 시절부터 같은 이름으로 썼고, 지금은 전 종목 자동 스캔 시스템을 직접 만들어 그 데이터로 씁니다. 운영자 소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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