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기판 관련주 총정리 — 삼성전기는 2028년, 앱솔릭스는 「예측 어렵다」, 양산이 또 밀린 이유와 국내 9곳 지도 (차세대 컴퓨팅 ⑧)
유리기판 뉴스에는 이상한 버릇이 하나 있습니다.
양산이 늘 내년입니다.
2022년에 들어도 내년, 2024년에 들어도 내년, 2026년에 들어도 내년입니다. 무지개처럼 다가가면 딱 그만큼 물러납니다. 그런데 그 무지개를 쫓는 회사들이 한국에 셋이나 있고, 그 뒤로 장비와 소재를 대는 회사들이 줄을 서 있습니다.
이번 편에서는 그 무지개가 왜 자꾸 도망가는지, 그리고 그래도 왜 다들 쫓아가는지를 보겠습니다.
유리기판이란 — 반찬이 늘면 상이 휩니다
반도체 칩은 맨몸으로 컴퓨터에 꽂히지 않습니다. 칩을 올려놓고 수천 가닥 전선을 바깥으로 이어 주는 받침판(기판) 위에 앉습니다. 지금 이 받침판은 대부분 유기 소재, 쉽게 말해 단단한 플라스틱 판입니다. 우리 블로그의 「FC-BGA 관련주」 글(전자산업의 쌀과 밥상)에서 다룬 그 기판입니다.
그런데 AI 칩이 커졌습니다.
④편 칩렛 이야기를 떠올려 보시면, 요즘 AI 칩은 한 덩어리가 아니라 연산 조각 여러 개와 HBM 메모리 여러 층을 한 판에 올린 한 상 차림입니다. 반찬이 늘면 상이 커지고, 상이 커지면 가운데가 처집니다. 뜨거운 냄비를 올린 플라스틱 도마가 살짝 휘는 것처럼, 칩이 열을 내면 플라스틱 판도 휩니다. 판이 휘면 그 위의 수만 개 접점 중 몇 개가 떨어지고, 그 칩은 버려야 합니다.
그래서 나온 생각이 도마를 유리로 바꾸자는 것입니다.
인텔이 2023년 9월 유리기판을 발표하면서 내놓은 설명이 교과서처럼 쓰입니다. 유리는 더 높은 온도를 견디고, 무늬 뒤틀림이 50% 적고, 표면이 아주 평평하며, 그래서 연결 밀도를 10배까지 높일 수 있다고 했습니다. 같은 면적에 반찬 접시를 훨씬 촘촘하게, 더 많이 놓을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유리 도마를 써 보신 분은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아실 겁니다. 안 휘고, 칼자국도 잘 안 나고, 반듯합니다. 대신 떨어뜨리면 끝입니다.
그래서 양산이 늘 내년인 이유
유리기판의 가장 큰 적은 경쟁사가 아니라 깨짐입니다.
MIT 테크놀로지리뷰가 2026년 3월 인텔 연구진을 취재한 기사에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유리 패널은 두께가 0.7~1.4mm 정도라 금이 가거나 아예 산산조각 날 수 있고, 초기 시험 때는 며칠마다 수백 장씩 깨졌다고 합니다. 연구실의 한숨이 들리는 것 같습니다.
깨지는 것만 문제가 아닙니다. 유리판 위아래로 전기가 다니려면 판에 구멍을 뚫고 그 속을 구리로 채워야 합니다. 이 구멍을 TGV(Through Glass Via, 유리 관통 전극)라고 부르는데, 머리카락보다 가는 구멍을 유리에 수없이 뚫는 일입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2026년 6월 보고서에서 걸림돌로 이런 것들을 꼽았습니다. 구멍 크기가 고르지 않은 것, 뚫다가 생기는 미세한 금, 10마이크로미터보다 가는 구멍 속을 구리로 채우기 어려운 것, 그리고 유리와 다른 재료가 열에 늘어나는 정도가 달라서 생기는 휨.
유리 도마에 바늘구멍을 수없이 내면서 금 하나 안 가게 하라는 주문입니다. 되기는 됩니다. 문제는 한 장이 아니라 매일 수천 장을 그렇게 만들어야 돈이 된다는 것이죠. 이걸 수율이라고 부릅니다. 유리기판의 달력이 자꾸 넘어가는 이유는 거의 다 여기 있습니다.
한국 선수 셋, 각자의 달력
### SKC 앱솔릭스 — 가장 먼저 공장을 지은 집
SKC 자회사 앱솔릭스는 미국 조지아주 커빙턴에 유리기판 공장을 지었습니다. 2022년 착공 당시 발표로는 총 6억 달러, 1단계 연 1만 2,000㎡ 규모에 2024년 2분기 생산이 목표였습니다. 미국 정부는 2024년 12월 칩스법 보조금을 최대 7,500만 달러로 확정하면서 「첫 고객 납품은 2025년, 생산능력은 2027년에 본격화」라고 적었습니다.
그 뒤의 소식은 이렇습니다.
- 2026년 5월, SBS Biz 보도: 고객 인증은 아직 따내는 중이고, 보조금 7,500만 달러 중 4,000만 달러를 받았으며, 나머지는 SKC가 지을 계획이 없는 2공장과 묶여 있다. SKC는 양산 시점을 「예측하기 어렵다」고 했습니다.
- 2026년 8월 21일, 앱솔릭스가 4,011억 원 유상증자를 결정했습니다.
- 2026년 9월, SKC는 921억 원을 더 넣기로 해 이번 증자에 넣는 돈이 약 3,731억 원이 됐습니다. 제품은 두 갈래로 가는데, 칩을 기판 속에 묻는 임베디드 제품은 사전 평가를 마치고 신뢰성 평가에 들어갔고, 그렇지 않은 제품은 공급사 선정 단계라 연내 개념검증(PoC)을 목표로 한다고 전해졌습니다.
정리하면, 공장은 있고 샘플은 돌고 있는데 「이 기판을 사서 쓰겠다」는 고객의 도장이 아직 없습니다. 첫 손님이 도장을 찍는 날이 이 회사의 진짜 개업일입니다.
### 삼성전기 — 2027년에서 2028년으로
삼성전기 장덕현 사장은 2025년 1월 라스베이거스에서 2027년부터 양산하겠다고 했습니다. 세종에 시범 라인을 깔고, 2025년 2분기부터 가동해 미국 빅테크 두세 곳에 샘플을 보낸다는 계획이었습니다.
2026년 7월 30일 실적 발표에서는 본격 양산 목표가 2028년이 됐습니다. 목표가 밀린 이유로는 고객사의 품질·신뢰성 검증이 길어진 점이 꼽힙니다. 대신 판을 키웠습니다. 7월에 일본 스미토모화학 계열 동우화인켐과 유리 코어 합작사를 만들기로 하고 지분 약 66%를 가져가기로 했습니다. 유리 원판 자체를 직접 확보하겠다는 겁니다.
### LG이노텍 — 가장 조심스러운 집
LG이노텍 문혁수 대표는 2026년 1월 CES에서 유리기판 수요가 본격화하는 건 2030년쯤일 수 있다면서 대체 기술의 가능성도 언급했습니다. 다른 보도는 LG이노텍이 2028년 양산을 목표로 한다고 전합니다. 두 말이 반드시 부딪히는 건 아닙니다. 만들 준비는 2028년, 크게 팔리는 건 2030년이라는 뜻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바깥 선수들의 달력
인텔은 2023년에 「2020년대 후반」이라고 했고, 2025년에는 유리기판을 포기하고 외부에서 사다 쓰려 한다는 보도가 돌자 「2023년 로드맵에서 바뀐 것이 없다」고 부인했습니다. 2026년 7월에는 중국 렌즈테크놀로지와 손잡았다는 보도가 나왔는데(아직 초기 협의일 뿐 합의는 없다는 보도도 있습니다), 트렌드포스 같은 시장조사업체는 인텔의 상용화를 2030년 무렵으로 봅니다.
TSMC는 유리보다 한 걸음 앞의 기술, 큰 네모 패널로 칩을 포장하는 방식(CoPoS)을 2027년 시범 생산, 2028년 하반기 양산으로 잡고 있고, 트렌드포스는 유리 코어의 본격 물량은 2030년 이후로 봤습니다. 일본 DNP는 2025년 12월부터 시범 라인을 단계적으로 돌리기 시작했고, 도판은 2026년 7월 시범 라인 가동을 예고했습니다.
한국 셋과 바깥 셋의 달력을 겹쳐 보면 대략 2028년에 첫 물건, 2030년 전후에 본격 물량으로 모입니다. 무지개가 도망가긴 하는데, 도망가는 방향은 다 같습니다.
국내 9곳 지도 — 근거가 있는 자리만
유리기판 관련주 목록은 인터넷에 넘쳐납니다. 문제는 대부분 왜 그 회사인지가 안 적혀 있다는 겁니다. 아래 표는 공시나 전문지 보도로 유리기판과의 연결 고리를 확인할 수 있는 곳만 모았습니다. 흔히 목록에 오르지만 근거를 찾지 못한 곳은 뺐습니다.
| 자리 | 회사 | 근거로 확인한 내용 | 확인 수준 |
|---|---|---|---|
| 기판 제조 | SKC(앱솔릭스) | 조지아 공장, 신뢰성 평가 단계, 4,011억 증자 | 회사 공시·발표 |
| 기판 제조 | 삼성전기 | 세종 시범 라인, 2028년 양산 목표, 유리 코어 합작사 지분 약 66% | 회사 발표 |
| 기판 제조 | LG이노텍 | 2028년 양산 목표 보도, 대표 「2030년쯤 수요」 | 회사 발언·보도 |
| 구멍 뚫기(TGV 장비) | 필옵틱스 | 2024년 3월 TGV 장비 출하, 고객은 업계에서 앱솔릭스로 전해짐 | 전문지(업계 전언) |
| 구멍 뚫기·가공 | 켐트로닉스 | 제이쓰리 천안 사업장에 TGV 시범 라인, 레이저·검사 장비 발주, 2026년 말~2027년 양산 목표 | 전문지 |
| 유리 가공 | 제이앤티씨 | 510×515mm TGV 유리 샘플을 패키징 업체 세 곳에 공급(비밀유지 계약) | 전문지 |
| 검사·수리 | HB테크놀러지 | 앱솔릭스향 패턴 검사·레이저 리페어 장비 | 전문지(업계 전언) |
| 소재 | 와이씨켐 | 유리기판용 포토레지스트, 국내 고객 양산 평가 통과 뒤 생산 시작 | 보도 |
| 검사 | 인텍플러스 | 유리기판 외관검사(AOI) 장비 첫 수주, 일본 기판사 연구개발용, 2026년 하반기 납품 | 전문지 |
표를 읽는 요령이 하나 있습니다. 「확인 수준」 칸을 먼저 보십시오. 「업계 전언」은 회사가 고객 이름을 밝히지 않았는데 기자가 업계 사람에게 들었다는 뜻입니다. 틀렸다는 뜻이 아니라, 도장이 한 단계 덜 찍혔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구멍 뚫는 레이저 장비 시장에서는 독일 LPKF가 세계 점유율 80%를 주장합니다. 한국 장비사들이 비어 있는 땅에 깃발을 꽂는 게 아니라, 이미 자리 잡은 외국 선수와 겨루는 판이라는 점도 같이 봐 두시면 좋습니다.
도마가 팔리기 전에, 도마 깎는 연장부터 팔립니다.
실제로 이 판에서 매출이 먼저 찍히는 쪽은 장비입니다. 기판 회사가 양산을 하려면 그 전에 라인부터 깔아야 하니까요. 다만 장비 매출은 한 번 깔고 나면 한동안 끊깁니다. 양산이 1년 밀리면 두 번째 주문도 1년 밀립니다.
시장이 얼마나 크냐고 물으면
솔직히 아무도 모릅니다. 숫자가 이렇게 벌어져 있습니다.
- 욜(Yole, 2025년): 2030년 첨단 반도체 기판 전체 시장 310억 달러 중 유리 코어는 수억 달러 규모
- IDTechEx: 반도체용 유리 전체가 2025년 10억 달러에서 2036년 44억 달러
- SEMI·글로벌넷(2026년 5월): 2028년 전후 첫 생산, 2028~2040년 연평균 67.2% 성장
「수억 달러」와 「연평균 67%」가 한 시장을 두고 나온 말입니다. 출발점이 작으니 비율은 크게 나오고, 금액은 아직 작습니다. 유리기판 관련주가 뉴스 한 줄에 크게 오르내리는 이유가 이 간극에 있습니다. 기대는 퍼센트로 붙고, 실적은 금액으로 들어옵니다.
이 판을 볼 때 달력에 표시해 둘 것
첫째 표시는 첫 고객 인증입니다. 앱솔릭스든 삼성전기든 「어느 고객의 양산 승인을 받았다」는 공식 발표가 나오는 날이 이 산업의 개업일입니다. 증권가에서도 첫 인증이 나오면 이 사업을 보는 눈금이 「적자 폭」에서 「고객 수와 생산능력」으로 바뀔 거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둘째는 장비사의 두 번째 주문입니다. 시범 라인용 첫 주문은 이미 여러 번 나왔습니다. 양산 라인용 두 번째 주문이 나와야 그 회사가 유리기판으로 계속 먹고살 수 있습니다.
셋째는 인텔과 TSMC의 달력입니다. 결국 이 기판을 쓸 사람들입니다. 쓸 사람의 달력이 2030년이면, 만드는 사람의 달력도 거기서 크게 앞당겨지기 어렵습니다.
마지막으로
유리는 인류가 쓴 가장 오래된 인공 재료 중 하나입니다. 메소포타미아 사람들이 유리구슬을 만든 게 4천 년도 더 전이라고 하죠. 그 오래된 재료가 지금 가장 새로운 칩 밑에 깔리려고 합니다.
⑦편의 떡살처럼, 반도체는 늘 오래된 부엌 살림에서 답을 찾아옵니다.
다만 유리는 성질이 정직합니다. 준비가 안 됐으면 깨집니다. 그래서 이 판에서는 발표 날짜보다 깨지지 않고 나온 물건을 보시면 됩니다.
유리 도마는 떨어뜨려 보기 전까지는 다 튼튼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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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측 출처 — 기술 설명: 인텔 보도자료 「Intel Unveils Industry-Leading Glass Substrates」(2023.09.18)(무늬 뒤틀림 50% 감소·연결 밀도 10배·2020년대 후반), MIT Technology Review 「Future AI chips could be built on glass」(2026.03.13)(두께 0.7~1.4mm·초기 시험의 깨짐). 공정 난제: TrendForce (2026.06.17)(TSMC CoPoS 일정·유리 코어 2030년 이후 포함).*
*앱솔릭스: SK 보도자료 (2022.11.01)(6억 달러·1단계 1만 2,000㎡·2024년 2분기 생산 계획), 미 상무부 칩스 보조금 발표 (2024.12.05), NIST 칩스 사업 페이지(첫 납품 2025년·생산능력 2027년), SBS Biz (2026.05.29)(고객 인증 전·4,000만 달러 수령·「예측 어렵다」), 파이낸셜뉴스 (2026.09.10, IBK투자증권 분석)(4,011억 증자·임베디드 신뢰성 평가·논임베디드 공급사 선정), 아시아경제 (2026.09.22)(921억 추가·약 3,731억).*
*삼성전기: 서울경제 (2025.01.09)(라스베이거스 2027년 양산 발언), 전자신문 (2025.05.29)(세종 시범 라인), 디지털데일리 (2026.07.30)(2028년 본격 양산), 스미토모화학 보도자료 (2026.07.02)(합작사 지분 66:34), 뉴스핌 (2026.09.07)(2027→2028 연기 사유: 고객 검증 장기화). LG이노텍: ZDNet Korea (2026.01.11), 뉴스핌 (2026.09.10). 인텔: Wccftech (2025.09.10, 로드맵 유지 부인), Tom's Hardware (2026.08.27)(2030년 무렵 전망·렌즈테크놀로지 초기 협의). DNP: DNP 보도자료 (2025.12.16). 도판: TOPPAN 보도자료 (2025.12.16).*
*국내 장비·소재: 필옵틱스 전자신문 (2024.04.23), 켐트로닉스 전자신문 (2025.08.26), 제이앤티씨 디일렉 (2024.10.29), HB테크놀러지 디일렉 (2023.06.05), 와이씨켐 머니투데이 (2024.09.10), 인텍플러스 디일렉 (2026.09.08). 시장 전망: Yole, SEMI (2026.05.27), IDTechEx 수치는 MIT Technology Review 기사 인용.*
*메소포타미아 유리구슬 이야기는 역사적 사실을 일반적으로 서술한 것입니다. 「업계 전언」은 회사가 고객명을 공개하지 않아 보도가 업계 관계자를 인용한 경우입니다. 시장 전망치는 기관마다 정의(유리 코어만인지, 반도체용 유리 전체인지)가 달라 서로 비교할 수 없습니다. 본문의 기업명은 산업 구조를 설명하기 위한 예시이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 권유가 아닙니다. 투자 판단과 그 결과는 투자자 본인에게 귀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