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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키 주가 하락 이유 — 고점에서 78% 떨어진 '스포츠 회사', 신발을 파는 회사가 아니라고 스스로 말하는 이유 (브랜드 경제학 ⑦)

2026-09-06 · 상한가클럽

2026년 6월 30일, 나이키 4분기 실적 발표 전화회의였습니다. 취임 스무 달째인 엘리엇 힐 최고경영자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 자리에 앉은 뒤로 정상이었던 게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한 문장을 더 보탰습니다.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다음 날 주가는 장중 9% 빠지며 52주 최저가를 찍었습니다. 두 달 뒤인 9월 3일에는 37달러 95센트, 2014년 이후 12년 만의 최저가였습니다. 2021년 11월 5일 177달러 51센트에서 78%가 사라진 자리입니다.

지난 편에서 우리는 손님이 가격표를 외우는 나라와 모르는 나라를 봤습니다. 이번 편은 가격표를 자기 마음대로 쓰던 회사가 그 힘을 잃어가는 장면입니다. 같은 고무와 천으로 만든 운동화에 왜 세 배 값을 받을 수 있었는지, 그리고 그 값이 왜 요즘 안 받아지는지. 나이키 이야기입니다.

와플 틀에 고무를 부은 아침

1971년 어느 일요일 아침, 오리건대 육상 코치 빌 바우어만이 부엌에서 아내의 와플 틀을 꺼냈습니다. 1936년 결혼선물로 받은 물건이었습니다. 거기에 액체 고무를 부었습니다. 트랙에 스파이크 대신 쓸 밑창을 만들어보려던 겁니다. 와플 틀은 못 쓰게 됐고, 밑창은 됐습니다. 이듬해 유진에서 열린 올림픽 선발전에 그 밑창을 단 신발이 나갔고, 1975년에 나온 와플 트레이너는 첫해에 10만 켤레 넘게 팔렸습니다.

그 코치의 제자였던 필 나이트는 1964년에 일본 오니츠카 타이거 운동화를 수입해 파는 블루리본스포츠라는 회사를 차렸습니다. 트렁크에 신발을 싣고 육상 대회를 돌며 팔았습니다. 1971년에 자기 신발을 만들기로 하고 이름을 나이키로 바꿨고, 로고는 포틀랜드주립대 학생 캐롤린 데이비드슨에게 35달러를 주고 받았습니다. 스우시입니다. (12년 뒤 회사는 그 학생에게 주식 500주를 따로 줬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싸게 산 로고에 대한 뒤늦은 미안함이었을 겁니다 ^^;)

여기까지는 운동화 회사 이야기입니다. 나이키가 운동화 회사가 아니게 되는 건 1984년입니다.

500만 달러가 1억 2,600만 달러가 된 해

1984년 나이키는 시카고 불스 신인 마이클 조던과 계약했습니다. 5년간 해마다 50만 달러, 여기에 신발 판매 로열티. 당시 나이키가 기대한 건 4년 동안 300만 달러어치를 파는 것이었습니다. 이듬해 4월 1일 에어조던 1이 나왔고, 첫해에 1억 2,600만 달러가 팔렸습니다. 기대의 마흔 배였습니다.

이때 나이키가 배운 게 있습니다. 사람들은 신발을 산 게 아니라 조던을 산 것이었습니다. 신발은 그 마음을 담는 그릇이었습니다. 1988년 "Just Do It"이 나옵니다. 광고회사 와이든앤케네디의 댄 와이든이 사형수 게리 길모어의 마지막 말 "Let's do it"에서 따온 문장입니다. 이 세 단어가 나온 뒤 10년 동안 나이키의 미국 운동화 점유율은 18%에서 43%로, 매출은 8억 7,700만 달러에서 92억 달러로 갔습니다.

1992년 필 나이트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이키는 마케팅 지향 회사이고, 제품은 우리의 가장 중요한 마케팅 도구다." 신발을 파는 회사가 아니라고 스스로 말한 겁니다. 신발은 도구고, 파는 건 마음이라고.

이 문장이 브랜드 경제학의 원형입니다. 같은 고무와 천인데 세 배 값을 받는 이유는 밑창에 있지 않습니다. 밑창 위에 얹힌 이야기에 있습니다. 조던, 타이거 우즈, 그리고 2018년 콜린 캐퍼닉. 무릎 꿇은 미식축구 선수를 광고에 세웠을 때 사람들이 나이키 신발을 불태우는 영상을 올렸고, 주가는 하루 3% 빠졌습니다. 열흘 뒤 주가는 사상 최고가였습니다. 온라인 매출은 그 주에 31% 늘었습니다. 신발을 태운 사람보다 산 사람이 많았던 겁니다.

숫자로 보는 브랜드 — 그 이야기가 지금 얼마짜리인가

구분2024 회계연도2025 회계연도2026 회계연도 (2025.6~2026.5)
매출514억 달러463억 달러 (−10%)464억 달러 (0%)
매출총이익률44.6%42.7%42.9%
영업이익(EBIT)률12.7%8.2%8.3% (관세 환급 빼면 약 6%)
순이익57억 달러32억 달러31억 달러
광고·마케팅비매출의 8.4%10.1%10.2% (47억 5천만 달러)
조던 브랜드 매출73억 달러70억 달러 (−3%)

세 줄만 보면 됩니다. 매출은 2년 전보다 50억 달러 줄었고, 100달러어치를 팔아 남는 돈은 12달러 70센트에서 8달러 30센트로 줄었으며, 그 8달러 30센트 안에도 일회성이 섞여 있습니다. 올해 2월 미국 대법원이 비상권한법에 근거한 관세를 무효라고 판결하면서 나이키가 냈던 관세 9억 8,600만 달러가 돌아왔고, 이게 4분기 이익에 들어갔습니다. 그걸 빼면 영업이익률은 6%대입니다. 2년 전 회계연도엔 12%대였습니다.

광고비를 보세요. 매출은 줄었는데 광고·마케팅비는 매출의 10.2%, 47억 달러로 늘었습니다. 브랜드가 강할 때는 광고가 마음을 만들고, 브랜드가 흔들릴 때는 광고가 마음을 붙잡느라 비쌉니다. 같은 돈인데 하는 일이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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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자와 나란히 놓으면 그림이 더 또렷합니다. 호카를 만드는 데커스는 지난 회계연도 매출 54억 7천만 달러에 영업이익률 23.0%입니다. 나이키의 세 배 가까운 이익률입니다. 아식스는 2025년 매출 19.5% 늘어 영업이익률 17.6%. 스위스의 온(On)은 매출총이익률이 65%입니다. 나이키는 43%. 같은 러닝화인데 온은 100달러어치 팔면 원가가 35달러고, 나이키는 57달러입니다. 아디다스는 2025년 매출 13% 성장에 영업이익률 8.3%로 나이키와 비슷한데, 방향이 반대입니다. 아디다스는 올라오는 8.3%고 나이키는 내려온 8.3%입니다.

브랜드 가치 순위도 같은 말을 합니다. 인터브랜드 글로벌 100대 브랜드에서 나이키는 2022년 9위였습니다. 2024년 14위, 2025년 23위(337억 달러, 26% 감소). 칸타 브랜드Z 2026에서는 자라가 나이키를 제치고 의류 1위가 됐습니다. 신발 회사가 아니라고 말해 온 회사가, 브랜드 순위표에서 밀리고 있는 겁니다.

러닝화 매대에서 벌어진 전쟁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러닝화 매대를 보면 압니다.

2020년 무렵 나이키는 큰 결정을 했습니다. 도매상을 줄이고 직접 팔기로 한 겁니다. 풋락커 같은 매장에 주던 물량을 줄이고, 2019년에는 아마존에서 나왔습니다. 자기 앱과 자기 매장에서 팔면 마진이 더 남고 손님 데이터도 갖게 된다는 계산이었습니다. 계산은 맞았는데, 빈자리가 문제였습니다.

나이키가 비운 매대에 호카가 들어갔고, 온이 들어갔고, 아식스와 브룩스와 뉴발란스가 들어갔습니다. 러닝을 새로 시작한 사람들은 나이키가 없는 매장에서 첫 러닝화를 샀습니다. 올해 상반기 미국 러닝화 시장은 13% 컸는데, 그 성장의 큰 몫이 나이키가 아닌 브랜드로 갔습니다. 뉴발란스는 2025년 매출 92억 달러로 19% 늘었습니다. 아디다스 러닝은 28% 늘었습니다.

그사이 나이키는 에어포스1, 덩크, 조던1 같은 옛날 신발을 너무 많이 찍었습니다. 잘 팔리니까 더 찍었고, 더 찍으니까 희소성이 사라졌고, 희소성이 사라지자 값이 안 받아졌습니다. 이 회사가 1984년에 배운 것과 정확히 반대로 한 겁니다. 조던 브랜드 매출도 줄고 있습니다.

위기와 재발명 — 힐의 스무 달

2024년 10월 14일, 나이키에서 32년을 일하고 은퇴했던 엘리엇 힐이 최고경영자로 돌아왔습니다. 첫 실적 발표에서 그가 한 말은 "나이키는 스포츠 회사다"였습니다. 필 나이트의 1992년 문장을 뒤집은 게 아니라 되돌린 겁니다. 마케팅 회사라는 말이 어느새 "패션 회사"로 흘러가 있었고, 그걸 운동장으로 다시 끌고 오겠다는 뜻이었습니다.

한 일은 이렇습니다. 에어포스1·덩크·조던1 공급을 한 해에 20억 달러어치 줄였습니다. 잘 팔리는 신발을 덜 만드는 결정이니 매출이 줄 걸 알고 한 일입니다. 2019년에 떠났던 아마존에 2025년 5월 돌아갔고, 풋락커·메이시스·DSW 매대를 다시 채웠습니다. 러닝에 사람과 돈을 몰았고, 러닝 매출은 다섯 분기 연속 두 자릿수로 늘었습니다. 8천 명을 종목별 조직으로 다시 짰습니다. 물류센터 775명, 기술·운영 1,400명을 줄였습니다. 재무책임자도 바꿨습니다.

여기에 관세가 얹혔습니다. 나이키 신발의 52%가 베트남, 27%가 인도네시아, 16%가 중국에서 나옵니다. 2025년 6월 회사는 관세로 한 해 10억 달러가 더 든다고 했고, 미국에서 100~150달러 신발은 5달러, 150달러 넘는 건 10달러씩 값을 올렸습니다. 에어포스1(115달러)과 아동화는 뺐습니다. 신라면을 뺐던 농심과 같은 자리입니다. 가장 많이 팔리는 물건은 값을 못 올립니다. 분기마다 매출총이익률이 3%포인트씩 관세에 깎였고, 그러다 대법원이 관세를 무효라고 하자 냈던 돈이 돌아왔습니다. 돌아온 돈은 좋은데, 다시 걷힐 관세는 10%에서 15%로 올라 있습니다.

그리고 중국. 중화권 매출이 2026 회계연도에 11% 줄었습니다. 회사는 "전면 재정비"라는 말을 썼고, 중국에서 기획하고 중국에서 만드는 제품을 내년 연말에 내놓겠다고 했습니다. 한때 나이키에게 중국은 다음 미국이었습니다. 지금은 다음 숙제입니다.

투자자의 눈

주가 38달러 40센트(9월 4일). 주가수익비율 18배, 배당수익률 4.3%. 시가총액 570억 달러. 1년 전 이 주식은 77달러였고, 5년 전엔 177달러였습니다.

싸 보입니다. 배당 4%대는 이 회사 역사에 없던 숫자입니다. 그런데 30년 주식쟁이가 배운 게 하나 있다면, 싸 보이는 주식에는 이유가 있고 그 이유가 없어지기 전엔 계속 싸다는 겁니다 ㅠㅠ 이유는 위에 다 적었습니다. 영업이익률이 12%에서 6%로 반 토막 났고, 그게 돌아온다는 증거는 아직 러닝 하나뿐입니다. 회사 스스로 다음 상반기 매출이 줄 거라고 했고, 조던과 스포츠웨어(매출의 절반)는 계속 역성장이라고 했습니다.

날짜 두 개를 적어 두시면 됩니다. 10월 1일 1분기 실적. 11월 16~17일 투자자의 날. 힐이 취임 뒤 처음으로 연간 숫자를 내놓겠다고 한 자리입니다. 그 숫자에 영업이익률 두 자리가 다시 보이는지, 아니면 "결과는 아직"이 한 번 더 나오는지. 브랜드가 마음을 되찾았는지는 광고가 아니라 이익률이 말해줍니다.

한 가지 더. 나이키가 못 판 신발은 어디로 갔을까요. 호카·온·아식스 주식으로 갔습니다. 온은 8월에 가이던스를 낮추고 하루 22% 빠졌습니다. 나이키의 빈자리를 채우던 회사들도 이제 서로의 빈자리를 다투기 시작했다는 뜻입니다. 매대의 전쟁은 아직 안 끝났습니다.

한국 기업에의 시사

나이키코리아 유한회사의 지난 회계연도(2024년 6월~2025년 5월) 매출은 1조 8,913억 원, 영업이익 378억 원입니다. 이익률 2.0%. 2조를 파는 회사가 400억을 못 남깁니다. 브랜드가 약해서가 아닙니다. 한국 법인은 파는 곳이고, 브랜드 값은 본사가 로열티로 가져가는 구조라서입니다. 브랜드를 가진 쪽과 브랜드를 파는 쪽의 이익률이 이렇게 갈립니다.

만드는 쪽도 봅시다. 부산의 태광실업은 한 해 6,900만 켤레의 나이키를 만듭니다. 2025년 매출 2조 3,900억 원, 15% 늘었습니다. 나이키 본사가 흔들리는 해에도 만드는 회사는 컸습니다. 나이키가 중국을 줄이고 베트남·인도네시아를 늘리는 동안 그 공장을 가진 한국 회사가 덕을 본 겁니다. 반대로 아디다스 물량을 만드는 화승엔터프라이즈는 같은 해 매출 3% 줄고 영업이익이 57% 줄었습니다. 같은 부산, 같은 신발 공장인데 어느 브랜드를 붙잡았느냐로 갈렸습니다.

그러면 브랜드를 가진 한국 회사는 어떤가. F&F(MLB·디스커버리) 2025년 영업이익률 24.2%. 나이키 본사의 세 배입니다. 휠라홀딩스 10.6%, 무신사 9.6%. 브랜드를 빌려다 파는 회사보다 브랜드를 가진 회사가, 그리고 브랜드를 가진 회사 중에서도 손님이 가격표를 모르는 곳(F&F는 중국이 큽니다)에서 파는 회사가 남깁니다. 지난 편 공식 그대로입니다.

오늘의 한 줄

신발을 파는 회사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동안 나이키는 세 배 값을 받았고, 그 말이 흔들리자 100달러에서 6달러가 남는 회사가 됐습니다.

브랜드는 밑창이 아니라 밑창 위의 이야기입니다. 이야기를 지키는 비용은 광고비가 아니라, 잘 팔리는 신발을 덜 만드는 용기입니다. 힐이 지금 하는 일이 그겁니다. 될지는 이익률이 말해줄 겁니다.

다음 편은 한국으로 돌아옵니다. 자기 브랜드가 없다는 게 브랜드가 된 회사, 무신사 이야기입니다.

※ 본 글은 공개된 실적 자료와 보도를 바탕으로 한 정보 제공 목적이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 추천이 아닙니다. 나이키 실적은 회사 공시(2026년 6월 30일 4분기 발표 및 연차보고서), 주가·시가총액·배당수익률은 2026년 9월 4일 종가 기준이며, 국내 기업 수치는 각사 공시와 보도 기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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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쳐이사 · 1997년부터 시장에 있습니다. 팍스넷·씽크풀 시절부터 같은 이름으로 썼고, 지금은 전 종목 자동 스캔 시스템을 직접 만들어 그 데이터로 씁니다. 운영자 소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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