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사 상장·매출·조만호 — '무진장 신발 사진이 많은 곳'이 거래액 5조가 되기까지, 자기 브랜드가 없다는 게 브랜드가 된 회사 (브랜드 경제학 ⑧)
2001년, 서울 은평구의 고등학교 3학년 조만호가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프리챌에 게시판을 하나 열었습니다. 이름이 "무진장 신발 사진이 많은 곳"이었습니다. 운동화 사진을 올리고 서로 어디서 샀는지 묻는 곳. 회사 이름을 이렇게 지어서 투자심의에 들고 가면 3분 안에 잘릴 겁니다. 그 게시판 이름의 앞 글자 셋을 딴 회사가 이달 코스피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하고, 내년 초 상장을 목표로 몸값 10조 원을 부르고 있습니다.
지난 편 나이키는 자기 브랜드를 너무 많이 찍어서 체한 회사였습니다. 오늘은 반대입니다. 자기 브랜드가 없어서 큰 회사, 그래서 "자기 브랜드가 없다는 것"이 브랜드가 된 회사. 그리고 지금 그 회사가 자기 브랜드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나이키가 걸었던 길의 입구에 서 있는 겁니다. 게시판에서 시작해서 상장 심사장까지, 25년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서버비 때문에 운동화를 판 대학생
게시판은 곧 커졌고, 커지니까 돈이 들었습니다. 2003년에 독립 사이트로 나오면서 서버비가 한 달에 30만~40만 원씩 나갔습니다. 대학생 조만호는 그 돈을 아르바이트로 댔고, 그것도 모자라면 아끼던 운동화를 팔았습니다. 신발 사진 게시판을 지키려고 신발을 판 겁니다. 회사 역사에서 이보다 이 회사다운 장면은 없습니다.
2005년 회원이 15만 명을 넘었습니다. 그해에 '무신사 매거진'이라는 웹진을 만들었는데, 기자가 없으니 조만호가 직접 카메라를 들고 거리에 나가 옷 잘 입은 사람을 찍었습니다. 스트릿 스냅입니다. 여기서 이 회사의 첫 번째 정체성이 만들어집니다. 무신사는 물건을 팔기 전에 6년 동안 이야기를 팔았습니다. 어떤 신발이 있고, 누가 어떻게 신었고, 어디에 어울리는지. 지난 편에서 나이키가 "밑창이 아니라 밑창 위의 이야기"를 판다고 했는데, 무신사는 남의 밑창 위에 이야기를 얹는 일부터 배운 회사입니다.
2009년에 드디어 물건을 팔기 시작합니다. 무신사 스토어. 처음 입점한 브랜드가 커버낫, 디스이즈네버댓, 로맨틱크라운 같은 이름들이었습니다. 지금은 다들 아는 브랜드지만 그때는 홍대 골목의 작은 가게였습니다. 백화점은 안 받아 주고, 자기 쇼핑몰을 열 돈은 없고, 그런 브랜드들이 "무진장 신발 사진이 많은 곳"에 물건을 올렸습니다. 2012년 6월에 법인을 세웠는데 처음 이름이 ㈜그랩이었습니다. 무신사로 바꾼 건 나중입니다. 이 회사는 법인을 세운 뒤 별도 기준으로 한 해도 적자를 낸 적이 없습니다. 게시판 시절부터 서버비를 자기 돈으로 낸 사람이 만든 회사답습니다.
거래액이 어떻게 컸는지 보면 이렇습니다. 2013년 100억. 2016년 1,990억. 2019년 9,000억. 2020년 1조 2천억, 국내 온라인 패션 플랫폼 중 처음으로 1조를 넘었습니다. 2021년 2조 3천억, 2024년 4조 5천억. 2025년은 5조를 넘긴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회사가 공식 숫자를 내진 않았습니다. 11년 사이 450배입니다. 신발 사진 게시판치고는 무진장 컸습니다 ^^;
7대 3 — 자기 브랜드가 없다는 게 브랜드가 된 이유
2000년 전후에 비슷한 생각을 한 사람이 조만호만은 아니었습니다. 옷 잘 만드는 사람은 많은데 자기 이름으로 팔 판이 없으니 그 판을 인터넷에 깔아 주자는 사이트가 그 무렵 여럿 있었습니다. 대부분 판을 먼저 만들고 손님이 오길 기다렸습니다. 조만호는 순서가 반대였습니다. 판에 올 사람들을 먼저 6년 동안 모았고, 그 사람들이 살 만한 물건이 뭔지 매거진으로 6년 동안 물어본 다음에 판을 깔았습니다. 판은 돈으로 만들 수 있는데 손님은 세월로만 모입니다. 그 무렵의 사이트들과 무신사의 차이는 아이디어가 아니라 순서였습니다.
조만호가 회사 안에서 오래 반복한 말이 있습니다. "브랜드가 70이고 우리는 30이다." 무대의 주인공은 입점 브랜드이고 무신사는 조명과 음향을 맡는다는 뜻입니다. 이 말이 그냥 구호가 아니었다는 걸 보여 주는 숫자가 있습니다.
2015년부터 무신사는 입점 브랜드에 무이자로 생산 자금을 빌려줬습니다. 옷은 팔기 전에 먼저 만들어야 하고, 만들려면 원단값과 공임이 먼저 나갑니다. 작은 브랜드는 그 돈이 없어서 잘 팔릴 옷을 적게 만듭니다. 무신사가 그 돈을 이자 없이 댔습니다. 2025년 한 해에 802억 원, 누적으로 4,094억 원입니다. 백화점은 입점 브랜드에게 자릿세를 받는 곳이고, 무신사는 장사 밑천을 대 주는 곳이었습니다. 같은 "물건 파는 자리"인데 관계가 반대입니다. 재래시장에 비유하면 자릿세 받는 시장 관리소가 아니라, 새로 들어온 국밥집에 첫 달 재료비를 꿔 주는 상인회장입니다. 국밥집이 잘돼야 장이 커지고, 장이 커져야 자기도 큰다는 계산입니다.
계산은 맞았습니다. 2023년에 무신사 안에서 연 거래액 10억 원을 넘긴 브랜드가 500개쯤이었고, 100억 원을 넘긴 브랜드도 전년보다 36% 늘었는데 그중 70%가 국내 신진·중소 브랜드였습니다. 2024년엔 연 거래액 1억 원 이상 브랜드가 1,931개였습니다. 무신사가 키운 브랜드의 대표 사례가 마르디 메크르디입니다. 꽃 한 송이 그려진 맨투맨을 파는 회사(피스피스스튜디오)인데 2024년 매출 1,138억 원에 영업이익 282억 원, 영업이익률 24.8%였습니다. 나이키 본사의 세 배입니다. 이 회사가 올해 6월 8일 코스닥에 상장했습니다. 무신사보다 먼저, 무신사가 키운 브랜드가 증시에 갔습니다(첫날 공모가 아래로 20% 넘게 빠지긴 했습니다. 브랜드와 주가는 다른 이야기라는 걸 이 시리즈 내내 보고 있습니다). 마뗑킴은 하고하우스가 인수할 때 연 매출 50억 원이었는데 지난해 2,000억 원 안팎으로 추정됩니다. 40배입니다.
무신사가 이 장사에서 가져가는 몫은 2024년 숫자로 계산하면 거래액 100원에 수수료 매출 11원 안팎입니다. 백화점이 옷에서 떼는 것으로 알려진 30% 안팎의 3분의 1 수준입니다. 싸게 떼는 대신 많이 팔고, 많이 팔리게 하려고 밑천을 대고, 그렇게 큰 브랜드가 다른 데 안 가고 남아 있는 구조. 자기 브랜드를 안 만드는 게 아니라 안 만들어야 돌아가는 구조였습니다. 세입자가 주인공인 건물은 건물주가 장사를 하면 안 됩니다.
그런데 상인회장이 국밥집을 차렸습니다 — 무신사 스탠다드
2017년, 무신사는 자기 브랜드를 냅니다. 무신사 스탠다드. 처음엔 남자 기본 티셔츠와 슬랙스였습니다. 로고도 없고 튀는 것도 없는, 그야말로 '기본'. 2021년 5월 홍대에 첫 매장을 열었고, 지금은 국내 매장이 41개(올해 6월 말), 상하이에 3개, 항저우에 1개, 이달엔 선전에도 엽니다. 2025년 거래액 4,700억 원으로 한 해 40% 컸고, 대표 상품인 슬랙스는 지난해에만 101만 장이 팔렸습니다. 누적 방문객 2,800만 명, 올해 2분기엔 한 분기 방문객이 처음으로 1,000만 명을 넘었습니다. 회사가 내건 목표는 올해 거래액 1조 원입니다.
이 숫자를 SPA 세 회사 옆에 놓아 보겠습니다.
| 브랜드 | 최근 연매출(거래액) | 비고 |
|---|---|---|
| 유니클로 (에프알엘코리아) | 1조 3,524억 (2024.9~2025.8, +28%) | 영업이익 2,704억(+82%), 2019년 정점 회복 |
| 탑텐 (신성통상) | 1조 1,248억 (2025) | 전년 1조 1,550억, 제자리 |
| 무신사 스탠다드 | 4,700억 (2025, +40%) | 2026년 목표 1조 |
유니클로가 불매 이전 매출을 거의 회복했고, 탑텐은 1조에서 멈췄고, 무신사 스탠다드가 40%씩 올라오고 있습니다. 3등이 제일 빨리 뜁니다. 그런데 이 국밥집이 커질수록 상인회장 자리가 불편해집니다. 무신사 안에서 티셔츠와 슬랙스를 팔던 세입자 브랜드들에게 무신사 스탠다드는 이제 옆 가게 경쟁자입니다. 아마존이 '아마존 베이직'을 냈을 때 입점 판매자들이 겪은 일과 같은 구조입니다. 건물주가 1층에 직접 가게를 내면, 2층 세입자는 손님 동선부터 의심하게 됩니다.
이 긴장이 숫자로 드러난 게 2024년 8월 공정거래위원회 현장조사입니다. 입점사에 대한 불이익, 직접 매입한 상품의 할인 비용을 누가 부담했는지가 쟁점이고 올해 5월 기준으로 조사가 진행 중입니다. 결과는 아직 없습니다. 다만 "브랜드가 70, 우리는 30"이라던 회사가 "우리 브랜드도 1조"를 말하기 시작한 시점에 이 조사가 왔다는 건 우연이 아닙니다. 7대 3이 6대 4로 가는 순간, 세입자들은 계산기를 두드립니다. 지난해 12월 무신사 스탠다드가 3년 만에 처음 값을 올렸습니다. 508개 상품, 평균 13.6%. 기본 티셔츠 회사가 값을 올릴 수 있게 됐다는 건 브랜드가 생겼다는 뜻이고, 그건 다시 입점 브랜드들과 같은 링에 올라갔다는 뜻입니다.
숫자로 보는 브랜드
| 구분 | 2022 | 2023 | 2024 | 2025 | 2026 상반기 |
|---|---|---|---|---|---|
| 매출(연결) | 7,083억 | 9,931억 | 1조 2,427억 | 1조 4,679억 | 8,217억 (+22.5%) |
| 영업이익(연결) | 32억 | −86억 | 1,028억 | 1,405억 | 523억 (−11.2%) |
| 영업이익률 | 0.5% | 적자 | 8.3% | 9.6% | 6.4% |
| 거래액 | 3조 4천억대 | 4조 | 4조 5천억 | 5조 이상(추정) | — |
| 수출 | — | — | 약 50억 | 489억 | 372억 |
이 표에서 세 가지를 보시면 됩니다.
하나, 거래액은 5조인데 매출은 1조 5천억입니다. 무신사에서 팔린 옷값이 매출이 아닙니다. 매출은 자릿세(수수료)와 국밥집(무신사 스탠다드) 매출을 합친 겁니다. "거래액 5조 회사"와 "매출 1조 5천억 회사"를 헷갈리면 뒤에 나오는 몸값 계산이 다 틀어집니다. 둘, 2022년과 2023년의 영업이익이 이상합니다. 잘 팔리는데 이익이 없습니다. 임직원에게 나눠 준 주식 보상(2022년 3월, 1,000명에게 1,000억 원어치를 무상으로 줬습니다), 인수한 회사의 가치 손상, 리셀 자회사 솔드아웃의 적자가 겹친 해입니다. 별도 기준으론 계속 흑자였는데 연결로 묶으면 적자였습니다. 셋, 올해 상반기입니다. 매출은 22% 늘었는데 영업이익이 11% 줄었습니다. 상장을 앞둔 회사가 가장 보이기 싫은 줄이 이 줄입니다. 원가와 운반비가 늘었다는 게 회사 설명인데, 오프라인 매장 41개와 중국 4개를 한꺼번에 여는 회사의 비용이 늘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합니다.
그리고 수출. 2024년에 50억 남짓이던 수출이 2025년 489억, 올해 상반기에만 372억입니다. 일본에서는 2년 사이 거래액이 다섯 배가 됐고, 47개 도도부현 전부에서 매출이 나오고, 올해는 7개월 만에 작년 1년 치를 팔았습니다. 지난 편들에서 "국민 브랜드는 안방에선 값을 못 올리고 이익은 해외에서 난다"고 했는데, 무신사는 아직 그 단계 전입니다. 해외는 이제 막 시작이고 국내가 전부입니다. 좋게 보면 해외가 남아 있고, 나쁘게 보면 국내 성장이 꺾이면 받쳐 줄 데가 아직 없습니다.
손님은 에이블리, 돈은 무신사 — 경쟁 구도
| 플랫폼 | 거래액 (2025) | 매출 | 영업이익 | 월 이용자 (2026년 1분기) |
|---|---|---|---|---|
| 무신사 | 5조 이상 | 1조 4,679억 | +1,405억 | 741만 |
| 에이블리 | 2조 8천억 | 3,697억 | −43억 | 969만 |
| 지그재그 (카카오스타일) | 2조 | 2,192억 | +58억 | 401만 |
| W컨셉 (신세계) | 6,500억 | 1,194억 | −31억 | — |
| 크림 (네이버, 리셀) | — | 3,975억 | −81억 | — |
| 올리브영 (CJ) | — | 5조 8,300억 | +7,447억 | 940만 |
| 조조타운 (일본) | 6,660억 엔 | 2,284억 엔 | +694억 엔 | — |
한 줄로 요약하면 손님은 에이블리가 제일 많고, 돈은 무신사가 제일 많이 법니다. 에이블리는 월 이용자 969만 명으로 무신사보다 230만 명이 많은데 2025년에도 적자였고, 완전자본잠식 상태에서 알리바바가 1,000억 원을 넣었습니다. 지그재그는 흑자지만 58억입니다. W컨셉은 신세계가 인수한 뒤 처음 적자를 냈습니다. 패션 플랫폼 중에 이익다운 이익을 내는 곳이 무신사 하나라는 뜻입니다. 이게 무신사의 진짜 브랜드 가치입니다. 예쁜 앱은 많은데 돈 버는 앱은 하나입니다.
그런데 표의 아래 두 줄을 보세요. 올리브영은 무신사보다 월 이용자가 200만 명 많고 영업이익은 다섯 배가 넘습니다. 화장품 진열대가 옷 진열대보다 훨씬 남습니다. 일본의 조조타운은 취급고 6,660억 엔에 영업이익률이 30% 안팎입니다. 무신사의 세 배입니다. 조조타운은 자기 브랜드 만들었다가 2019년에 접고 창업자가 회사를 야후재팬에 팔았습니다. 지금은 남의 옷만 팔면서 30%를 남깁니다. 무신사가 상장하면 시장은 이 두 회사를 옆에 놓고 값을 매길 겁니다.
브랜드가 무너지는 장면 — 플랫폼의 브랜드는 물건이 아니라 믿음이라서
이 회사가 흔들린 장면들은 전부 옷이 아니라 믿음에서 났습니다.
2021년 봄, 여성 회원에게만 준 쿠폰과 광고 이미지 속 손 모양을 두고 남성 회원들이 들고일어났습니다. 6월 3일 조만호는 대표에서 물러나며 "무신사와 저는 분리돼야 한다"고 썼습니다. 창업자가 자기 이름을 회사에서 떼어 낸 겁니다. 2022년에는 명품 편집 코너에서 판 티셔츠가 가짜라는 걸 경쟁사 크림이 밝혀냈고, 무신사는 석 달간 "100% 정품"이라고 버티다 4월 1일에 가품임을 인정하고 산 사람들에게 두 배로 물어줬습니다. 옷 한 장이 조 단위 회사를 흔든 겁니다. 그보다 앞서 2019년에는 양말 광고 문구가 1987년 박종철 열사 사건을 떠올리게 한다는 비판에 세 차례 사과했고, 그 일이 올해 5월 대통령의 글로 다시 소환돼 회사가 다시 고개를 숙였습니다. 지난달엔 유료 뷰티 행사에서 유통기한이 임박했거나 지난 사은품을 나눠 줘 또 사과문을 냈습니다.
나이키가 흔들린 건 신발을 너무 많이 찍어서였습니다. 무신사가 흔들린 건 매번 "여기서 파는 건 믿을 수 있다"는 한 줄이 금 갈 때였습니다. 자기 물건이 없는 회사의 브랜드는 물건이 아니라 검품과 태도에 붙어 있습니다. 그래서 티셔츠 한 장, 쿠폰 한 장, 사은품 한 개가 그 회사 크기와 상관없이 브랜드를 때립니다. 2024년 3월 조만호가 3년 만에 총괄대표로 돌아온 것도 이 믿음을 다시 세우는 일이 창업자 몫이라는 판단이었을 겁니다.
투자자의 눈 — 10조와 4조 5천억 사이
검색창에 '무신사 상장'을 치면 뒤에 '시기', '주관사', '공모가', '관련주'가 붙습니다. 확인된 것부터 적습니다. 지난해 12월 대표 주관사로 한국투자증권, KB증권, 씨티, JP모건이 정해졌습니다. 지난달 거래소와 사전 협의를 마쳤고 이달 예비심사를 청구해 내년 초 코스피 상장이 목표입니다. 공모가와 청약 일정은 심사를 통과한 뒤에 나옵니다. 지금은 없습니다.
몸값이 문제입니다. 회사 쪽에서 나온 숫자는 10조 원, 주관사들이 제시한 건 7조~9조, 그런데 지난달 13일 임직원이 회사 주식을 처분한 가격이 한 주 21,784원이었고 이걸 전체 주식 수로 곱하면 4조 4,500억이 나옵니다. 비상장 거래 시장에서는 5조 안팎에 거래됩니다. 10조와 4조 5천억. 같은 회사를 두고 두 배가 벌어져 있습니다.
10조가 뭘 뜻하는지 계산해 보겠습니다. 2025년 영업이익 1,405억의 71배입니다. 순이익은 상환전환우선주 회계 처리 때문에 77억밖에 안 잡혀서 아예 자로 쓸 수가 없습니다. 영업이익률 30%인 조조타운과 견주자니 무신사는 9.6%이고, 올해 상반기엔 6.4%로 내려왔습니다. 무신사 스탠다드가 1조가 되고 해외가 붙으면 10조를 정당화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쪽 논리이고, 지금 숫자로는 5조가 맞다는 게 시장 쪽 논리입니다. 어느 쪽이 맞는지는 상장 뒤 첫 실적이 말해 줄 겁니다. 이 시리즈에서 배운 대로라면, 브랜드는 이야기로 만들지만 값은 이익률로 받습니다.
'관련주'를 찾는 분께는 이 말씀만 드립니다. 무신사 지분을 뜻있게 들고 있는 상장사는 공개된 것이 거의 없습니다. 무신사 주식은 상장 전엔 살 길이 없다시피 하고, 대신 무신사가 키운 브랜드가 먼저 상장한 사례(마르디 메크르디)가 있으니 그 주가가 상장 뒤 어떻게 움직였는지를 보시는 게 "무신사 관련주"를 찾는 것보다 낫습니다. 첫날 20% 넘게 빠졌습니다 ㅠㅠ 브랜드가 좋다는 것과 공모가가 싸다는 건 다른 문제입니다.
오늘의 한 줄
자기 브랜드가 없다는 브랜드의 가장 큰 위험은, 자기 브랜드를 갖고 싶어지는 날입니다.
고3이 만든 신발 사진 게시판은 남의 브랜드를 주인공으로 세워서 5조가 됐습니다. 이제 그 회사가 자기 브랜드로 1조를 말하고, 10조를 부르며 상장 심사장에 들어갑니다. 7대 3을 지키면서 국밥집을 키울 수 있는지, 그게 이 회사가 앞으로 5년 동안 풀 문제입니다. 나이키는 그 문제를 반대쪽에서 풀다가 체했고, 조조타운은 국밥집을 접고 자릿세만 받기로 했습니다. 무신사가 세 번째 답을 내놓을지, 상장 뒤 첫 성적표부터 지켜보면 됩니다.
다음 편은 진열대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손님은 무신사보다 200만 명 많고 남기는 돈은 다섯 배인 진열대, 올리브영과 그 뒤에서 화장품을 만드는 회사들입니다.
※ 본 글은 공개된 실적 자료와 보도를 바탕으로 한 정보 제공 목적이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 추천이 아닙니다. 무신사 실적은 회사 발표(2026년 3월 31일 연간, 8월 31일 상반기)와 감사보고서 보도, 거래액은 회사 발표 및 언론 추정치, 경쟁사 수치는 각사 공시·보도(2025년 결산), 월 이용자 수는 2026년 1분기 조사 기관 집계, 상장 일정과 기업가치는 2026년 8~9월 보도 기준이며 공모 조건은 확정된 바 없습니다. 논란 관련 서술은 공개 보도된 사실에 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