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보조지표 완전정복 ⑭ 윌리엄스 %R 지표 — 천장에서 몇 뼘 내려왔나 재는 자, 스토캐스틱의 사촌이 따로 필요한 이유, 30년 주식쟁이의 강의노트 [보조지표 시리즈]
지난 편 끝에 윌리엄스 %R을 예고하면서 "스토캐스틱의 사촌인데 왜 사촌이 따로 필요한지부터 이야기하겠다"고 했습니다. 오늘은 그 약속부터 지킵니다.
HTS 보조지표 목록에서 이 지표를 눌러 본 분은 아실 겁니다. 선이 하나 나오고, 눈금이 0에서 −100까지 거꾸로 붙어 있고, 위에 −20, 아래에 −80 선이 그어져 있습니다. 스토캐스틱을 위아래로 뒤집어 놓은 것처럼 생겼습니다. 실제로 그렇습니다. 계산식을 나란히 놓으면 둘은 같은 재료로 같은 것을 재고, 부호만 다릅니다. 그러면 왜 굳이 두 개가 있을까요.
같은 방, 다른 벽
한 사람이 방 안에 서 있다고 해 봅시다. 천장이 최근 14일 최고가, 바닥이 최근 14일 최저가, 그 사람의 키가 오늘 종가입니다.
⑥편의 스토캐스틱은 바닥에서 몇 뼘 올라왔나를 잽니다. 바닥에 붙어 있으면 0, 천장에 닿으면 100. 윌리엄스 %R은 천장에서 몇 뼘 내려왔나를 잽니다. 천장에 닿으면 0, 바닥에 붙어 있으면 −100. 같은 방에서 자를 대는 벽이 다를 뿐입니다. 스토캐스틱 80은 윌리엄스 −20이고, 스토캐스틱 20은 윌리엄스 −80입니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둘 중 하나는 없어도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차이가 하나 있습니다. 스토캐스틱은 그 값을 한 번 더 평균 내서 부드럽게 만든 선(%D)을 같이 그리고, 대개 그 부드러운 선으로 신호를 냅니다. 윌리엄스 %R은 평균을 내지 않습니다. 오늘 종가가 천장에서 몇 뼘인지 그대로 찍습니다. 다듬지 않은 날것입니다.
이 지표를 만든 래리 윌리엄스는 1973년에 이걸 내놓은 뒤로 반세기 넘게 단기 매매를 해 온 사람입니다. 그에게 필요했던 건 "며칠 평균해서 보니 슬슬 과열이네"가 아니라 "오늘 천장에 닿았다"는 그 자체였습니다. 부드럽게 만들면 편안한 대신 늦습니다. 날것은 시끄러운 대신 빠릅니다. 사촌이 따로 필요한 이유가 이겁니다. 같은 것을 재는데 한쪽은 늦고 조용하고, 한쪽은 빠르고 시끄럽습니다.
책에 나오는 사용법과 그 함정
책은 이렇게 가르칩니다. −20 위는 과매수, −80 아래는 과매도. −80 밑에서 위로 올라오면 사고, −20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면 팔아라.
⑥편에서 스토캐스틱을 두고 "횡보장의 명의, 추세장의 돌팔이"라고 했는데, 사촌도 같은 병을 앓습니다. 옆으로 기어가는 장에서는 천장과 바닥이 그 자리에 있으니, 천장 근처에서 팔고 바닥 근처에서 사는 게 맞습니다. 그런데 오르는 장에서는 천장이 매일 올라갑니다. 어제 천장이 오늘은 방 한가운데입니다. 그러니 강한 종목은 −20 위, 그러니까 천장 바로 밑에 붙어서 걷습니다. 몇 주씩 그럽니다. 그걸 "과매수니 팔자"로 읽으면 제일 잘 가는 종목을 제일 먼저 내리게 됩니다.
윌리엄스 본인도 이걸 알고 있었습니다. 그가 강조한 건 −20을 넘었다고 파는 게 아니라, −20 위에 있다가 다시 밑으로 내려올 때까지 기다리라는 것이었습니다. 천장에 붙어 있는 동안은 건드리지 말고, 천장에서 떨어져 나올 때 움직여라. 책이 앞 문장만 옮기고 뒷 문장을 빠뜨리는 바람에, 이 지표로 강한 종목을 일찍 파는 사람이 많이 생겼습니다.
실전 — 이 지표의 두 얼굴
알람으로는 제일 빠릅니다. 평균을 안 내니까, 종가가 천장에 닿는 날 그날 바로 0 근처에 찍힙니다. 스토캐스틱이 "슬슬 과열"이라고 말할 때 윌리엄스는 이미 "닿았다"고 말한 뒤입니다. 하루 이틀 먼저 아는 것이 단기 매매에서는 전부일 때가 있습니다.
신호로는 제일 시끄럽습니다. 같은 이유로, −20과 −80 선을 하루에도 몇 번씩 넘나듭니다. 5분봉에 이 지표를 걸어 두면 화면이 온종일 울립니다. 알람이 자주 울리면 사람은 알람을 끄거나, 알람마다 뛰어나가거나 둘 중 하나를 합니다. 둘 다 계좌에 좋지 않습니다.
그러니 사용법은 이렇게 좁혀집니다. 윌리엄스 %R은 "지금 천장(바닥)에 닿았다"를 알려주는 알람이지, "지금 사라 팔라"는 신호가 아닙니다. 알람이 울리면 그때부터 다른 참모의 말을 듣기 시작하면 됩니다.
설정값 이야기도 짧게 하겠습니다. 기본은 14일입니다. 윌리엄스 본인은 더 짧은 기간을 쓰기도 했습니다. 기간을 줄이면 천장과 바닥이 가까워져서 알람이 더 자주 울리고, 늘리면 덜 울립니다. 알람이 더 자주 울린다고 더 잘 맞는 게 아닙니다. 지난 편 CCI에서 한 말 그대로입니다. 설정값을 바꾸면 신호의 개수가 바뀌지 정확도가 바뀌지 않습니다.
계좌를 부수는 장면
하나. −80 밑을 "바닥"으로 읽고 물타기. 급락장에서 이 지표는 −100 근처에 며칠씩 붙어 있습니다. 바닥에 닿았다는 뜻이지 바닥이 끝났다는 뜻이 아닙니다. 방의 바닥에 닿아도 그 밑에 지하실이 있으면 바닥은 다시 내려갑니다. 14일 최저가는 매일 갱신되고, 지표는 계속 −100입니다. 거기서 "더는 못 내려간다"며 두 번, 세 번 사는 게 이 지표로 계좌를 부수는 가장 흔한 방법입니다.
둘. −20 위를 "과열"로 읽고 강한 종목 던지기. 위에서 말한 그대로입니다. 천장에 붙어서 걷는 종목은 과열이 아니라 힘입니다. 던진 다음 날 또 천장을 올리는 걸 보면서 더 비싸게 다시 사거나, 자존심 때문에 구경만 하게 됩니다.
셋. 알람마다 매매하기. 짧은 봉에 걸어 두고 −20, −80을 넘을 때마다 사고팝니다. 하루에 열 번 넘게 매매가 나옵니다. 방향은 절반쯤 맞고 수수료는 매번 나갑니다. 반을 맞히면서 매번 수수료를 내는 게임의 끝은 정해져 있습니다. 시끄러운 지표일수록 매매 횟수를 지표가 정하게 두면 안 됩니다.
다른 참모들과의 궁합
- ⑥ 스토캐스틱과는 같은 방에서 다른 벽에 자를 댄 사이입니다. 둘 다 띄우면 같은 말을 두 번 듣습니다. 빠른 알람이 필요하면 윌리엄스를, 편안한 확인이 필요하면 스토캐스틱을. 하나만 고르십시오.
- ⑫ DMI의 ADX가 당번을 정해 줍니다. ADX가 낮은 횡보장에서는 윌리엄스의 −20·−80이 쓸모 있고, ADX가 높은 추세장에서는 그 알람을 꺼 두는 편이 낫습니다.
- ① 이동평균은 방향 필터입니다. 20일선 위에 있는 종목에서만 −80 알람을 듣고, 아래에 있는 종목에서는 듣지 않는 식으로 절반을 걸러냅니다. 급락장 물타기 장면이 이 필터 하나로 대부분 걸러집니다.
- ⑤ 거래량은 알람 뒤에 부르는 참모입니다. −100에 붙은 종목에서 거래량이 마르면 팔 사람이 줄었다는 뜻이고, 터지면 아직 던지는 사람이 남았다는 뜻입니다.
⑪편의 회의 순서, 위치 다음에 진심을 묻는 순서 그대로입니다.
강의노트의 마지막 줄
이 지표를 오래 쓰면서 남은 문장은 이겁니다.
"제일 먼저 우는 지표는 제일 자주 운다. 그래서 그 울음은 신호가 아니라 알람이다."
알람은 깨우는 일까지만 합니다. 일어나서 뭘 할지는 알람이 정하지 않습니다. 윌리엄스 %R이 울면 그때 차트를 열고, 추세와 거래량에게 물으면 됩니다. 알람 소리에 맞춰 매매 버튼을 누르는 건, 자명종이 울릴 때마다 출근하는 것과 같습니다.
다음 편은 ⑮ MFI입니다. RSI에 거래량을 얹은 지표인데, "돈이 실린 RSI"라는 별명이 왜 절반만 맞는지부터 이야기하겠습니다.
※ 본 글은 교육 목적의 자료이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 추천이 아닙니다. 투자의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