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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기차 '0km 중고차' 100만 대 — 4,200만 원짜리가 2,300만 원, 34% 깎아도 안 팔리는 이유 (브랜드 경제학 ⑩)

2026-09-09 · 상한가클럽

2025년 5월 23일, 금요일이었습니다. BYD가 웨이보에 글을 하나 올렸습니다. 22개 차종 값을 6월 말까지 내린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인하폭이 10%에서 34%였습니다. 친PLUS DM-i는 7만 9,800위안에서 6만 3,800위안이 됐습니다. 우리 돈으로 1,600만 원짜리 차가 1,270만 원이 된 겁니다.

사흘 뒤 월요일, 홍콩 증시에서 BYD 주가가 7.5% 빠졌습니다.

이상하지 않습니까. 물건값을 내리면 많이 팔릴 테니 보통은 좋은 소식입니다. 그런데 시장은 정반대로 읽었습니다.

대목이 끝난 떡집

동네 떡집을 하나 떠올려 보겠습니다.

명절 대목에 맞춰 떡을 잔뜩 쪘습니다. 그런데 대목이 지났습니다. 손님이 뚝 끊깁니다. 값을 내립니다. 반값까지 내려도 안 나갑니다.

여기서 보통 사람이라면 부엌을 끕니다. 그런데 이 떡집은 못 끕니다. 세를 준 사람도 있고, 일하는 사람도 있고, 무엇보다 옆 골목 떡집이 안 끄고 있습니다. 내가 먼저 끄면 그 자리를 뺏깁니다.

그래서 계속 찝니다. 안 팔리는데도 계속 찝니다.

이게 지금 중국 자동차 공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이 낸 보고서에 숫자가 있습니다. 중국의 자동차 생산능력은 연 5,507만 대인데 내수 판매는 2,690만 대입니다. 만들 수 있는 양이 팔리는 양의 두 배입니다. 주요 업체 평균 가동률이 72%, 전체 제조사로 넓히면 실질 가동률이 절반쯤 됩니다.

전기차를 만드는 회사가 중국에 130곳이 넘는데, 그중 돈을 버는 곳은 네 곳입니다. BYD와 테슬라 중국법인, 리오토, 지리. 나머지는 다 적자입니다.

그래서 나온 것이 '0km 중고차'

값을 내려도 안 나가면 그다음엔 뭘 할까요.

중국에서는 이런 방법이 나왔습니다. 딜러가 새 차를 자기 이름으로 등록합니다. 그 순간 그 차는 서류상 '중고차'가 됩니다. 그리고 중고차 값에 내놓습니다.

주행거리 0킬로미터짜리 중고차. 중국에서는 이걸 영공리이수차(零公里二手车)라고 부릅니다.

파는 쪽 입장에서는 세 가지가 해결됩니다. 재고가 빠지고, 판매 실적으로 잡히고, 신차 등록 보조금에 더해 중고 재판매 보조금까지 한 번 더 받는 지역도 있습니다. 오늘 아침에 찐 떡에 "어제 떡" 딱지를 붙여 파는 셈입니다. 떡은 그대로인데 딱지만 바꾼 겁니다.

사는 쪽은 손해를 봅니다. 최초 소유자에게만 주는 혜택을 못 받고, 나중에 팔 때 감가가 한 번 더 붙습니다.

규모가 작지 않습니다.

'0km 중고차'수치
2025년 유통 전망약 100만 대
출시 3개월 미만·주행거리 50km 이하 중고 매물1,960만 대 초과 (모건스탠리)
이런 차를 취급하는 중고차 업체3,000~4,000곳
중국 전기차 중고 수출분 중 이 유형 비중90% 이상
부정 수령된 것으로 추산된 보조금약 730억 원

값 차이도 봅니다. 화웨이가 체리와 만든 럭시드 S7은 신차가 29만 위안인데 0km 중고차는 25만 위안입니다. 15% 싸게 나옵니다. 주행거리 100km도 안 된 고가 차가 40% 깎여 돌아다닌 사례도 잡혔습니다.

2025년 6월 10일, 인민일보가 이 관행을 정면으로 지적했습니다. "위장된 가격 인하이자 자동차 산업 '내권(内卷)'의 전형"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상무부가 BYD와 둥펑 등 완성차 업체, 협회, 중고차 플랫폼 관계자를 한자리에 불러 모았습니다. 지금은 신차 등록 후 6개월이 안 된 차의 중고 거래를 제한하는 제도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왜 여기까지 왔느냐. 2025년 4월 기준 중국의 자동차 재고가 350만 대로 2023년 12월 이후 가장 많았습니다. 같은 달 완성차들의 평균 할인율은 16.8%였는데, 전년 평균 8.3%의 두 배로 사상 최고였습니다.

값을 34% 깎았습니다. 그래도 안 팔려서 새 차를 헌 차로 만들었습니다. 그런데도 안 팔립니다.

여기까지가 배경입니다.

안 팔린다는 게 어느 정도인지

숫자를 보겠습니다. 중국승용차연석회(CPCA) 집계입니다.

2026년 중국 내대수전년 대비
승용차 소매 (1~8월)1,171만 6,000대−20.8%
신에너지차 소매 (8월)100만 5,000대−10.1%
신에너지차 침투율 (8월)65.2%역대 최고

전기차 비중은 역대 최고인데 판매 자체는 줄었습니다. 파이가 작아지는 중에 전기차 몫만 커진 겁니다.

BYD 혼자 떼어 보면 더 선명합니다. 2026년 1~8월 중국 내수 판매가 150만 5,755대로 32.7% 줄었습니다. 2월 한 달은 41% 빠졌고, 그해 1~2월에는 중국 내 판매 순위가 4위까지 밀렸습니다. 상하이자동차와 지리, 이치에 차례로 추월당한 겁니다.

이유는 정책입니다. 중국은 2024년부터 2025년까지 신에너지차 구매세를 전액 면제해 줬습니다. 차 한 대당 최대 3만 위안이었습니다. 그게 2026년 1월 1일부터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감면 한도도 1만 5,000위안으로 깎였습니다.

세뱃돈이 끊긴 겁니다. 그것도 예고된 채로 끊겼으니, 살 사람은 2025년 말에 미리 다 샀습니다.

그런데 진짜 이야기는 BYD가 아닙니다

여기까지는 1등 이야기입니다. 1등은 그래도 팝니다.

문제는 뒤에 있는 회사들입니다.

창청자동차 웨이젠쥔 회장이 2025년 5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몇 년 사이에 22만 위안짜리 차가 12만 위안까지 떨어졌다." 우리 돈으로 4,200만 원짜리가 2,300만 원이 된 겁니다. 값을 조금 깎은 게 아니라 반토막입니다.

같은 인터뷰에서 그는 한 마디를 더 했습니다. "자동차업계의 헝다는 이미 존재한다. 아직 터지지 않았을 뿐이다." 회사 이름은 대지 않았습니다. 업계는 BYD를 지목한 것으로 읽었고, BYD는 곧바로 반박문을 냈습니다.

반값이라도 팔리면 다행입니다.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반값에 산 상품권, 그런데 가게가 문을 닫았습니다

동네에 새로 생긴 가게가 상품권을 반값에 팝니다. 10만 원짜리를 5만 원에 줍니다. 사시겠습니까.

싸긴 쌉니다. 그런데 그 가게가 6개월 뒤에 문을 닫으면, 그 상품권은 그냥 종이입니다. 반값이 문제가 아니라 가게가 남아 있느냐가 문제입니다.

전기차가 정확히 그렇습니다. 전기차는 쇳덩이가 아니라 부품과 소프트웨어와 정비망이 살아 있어야 차입니다. 배터리를 갈 곳이 있어야 하고, 소프트웨어가 계속 업데이트돼야 하고, 고장 나면 부품이 와야 합니다. 그 회사가 사라지면 셋 다 멈춥니다.

중국에서 이미 벌어진 일입니다. 웨이마(WM Motor)라는 회사가 파산했습니다. 8만 명이 부품도 서비스도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도 끊긴 차를 떠안았습니다. 배터리가 나가면 교체비가 차값에 육박합니다. 그래서 중고로 팔리지도 않습니다.

고급 브랜드라고 다르지 않았습니다. 벤틀리와 롤스로이스를 겨냥하겠다던 하이파이(HiPhi)는 2024년 2월부터 반년간 생산을 세웠습니다.

130곳이 만들고, 4곳이 법니다

숫자로 보면 이렇습니다.

중국 전기차 산업수치출처
전기차 제조사130곳 이상한국자동차연구원
그중 흑자4곳 (BYD·테슬라차이나·리오토·지리)한국자동차연구원
상위 10개사의 시장 점유율약 95% (2~3년 전 60~70%)CITIC CLSA
2026년 축소·폐업 압박을 받는 업체약 50곳SCMP 애널리스트 종합
장기 생존 전망 브랜드 비중약 10%AlixPartners
산업 영업이익률2017년 8.0% → 2024년 4.3%한국자동차연구원
전기차 평균 판매가격2021년 3만 1,000달러 → 2024년 2만 4,000달러한국자동차연구원
딜러 평균 총이익률(2024)3% 미만, 약 15% 도산전국공상련 자동차딜러상회

130곳이 만드는데 돈을 버는 곳은 넷입니다. 그리고 상위 열 곳이 시장의 95%를 가져갑니다. 나머지 120곳이 남은 5%를 나눠 갖는 겁니다.

장사를 해보신 분이라면 아는 장면입니다. 상가에 커피집이 열 개 들어왔는데 손님은 그대로일 때 벌어지는 일. 처음엔 아메리카노 값을 내립니다. 그다음엔 케이크를 끼워 줍니다. 그러다 하나둘 셔터가 내려갑니다.

다만 규모가 다릅니다. 커피집은 문을 닫으면 그걸로 끝인데, 자동차 회사가 문을 닫으면 그 차를 산 사람 8만 명이 남습니다.

항저우 들판의 전기차 무덤

중국 몇몇 도시 외곽에는 잡초가 무성한 빈 들판에 전기차가 수백 대씩 세워져 있습니다. 항저우 근교의 한 절터 아래에도 그런 곳이 있습니다.

버려진 겁니다. 그 차들을 굴리던 차량공유 회사가 망했거나, 아니면 더 좋은 신형이 계속 나와서 그 차가 쓸모없어졌기 때문입니다.

보조금이 들어오던 시절에 만들어진 차들입니다. 보조금을 받으려면 만들어야 했고, 만들었으니 어딘가에는 세워둬야 했습니다.

부엌을 끄지 못한 떡집이 만든 떡이 어디로 가는지, 그 들판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리어카를 끌고 나갔습니다

떡집으로 돌아가겠습니다.

값을 내려도 안 나가고, 어제 떡 딱지를 붙여도 안 나가고, 부엌은 못 세웁니다. 그러면 남은 방법은 하나입니다. 리어카에 싣고 옆 동네로 가는 겁니다.

BYD 수출이 이렇게 늘었습니다.

BYD 해외 판매대수전년 대비
2023년24만 2,765대+334%
2024년41만 7,204대+72%
2025년104만 6,083대2.4배
2026년 1~8월116만 2,260대+85.7%

2년 반 만에 스물넷에서 백열여섯이 됐습니다.

더 상징적인 숫자가 있습니다. 2026년 상반기, BYD의 해외 매출이 처음으로 국내 매출을 넘었습니다. 해외 1,812억 위안 대 국내 1,635억 위안. 중국 회사가 중국 밖에서 더 버는 회사가 된 겁니다.

중국 전체로 보면 2026년 상반기 자동차 수출이 509만 대로 65% 늘었습니다. 6월 한 달 수출이 처음으로 100만 대를 넘었습니다.

여기까지 보면 "중국차의 역습"이라는 말이 맞는 것 같습니다.

절반만 맞습니다.

밀려 나간 것인데, 나가 보니 더 남았습니다

이 이야기의 반전은 여기입니다.

JP모간 아시아태평양 자동차 리서치를 총괄하는 닉 라이의 계산에 따르면, 중국 완성차 업계가 중국 안에서 차 한 대 팔아 남기는 순이익은 약 5,000위안입니다. 우리 돈 100만 원입니다. 4,000만 원짜리 물건을 팔아 100만 원 남기는 장사입니다.

그런데 밖에서 팔면 약 2만 위안이 남습니다. 네 배입니다.

BYD 고위 관계자도 같은 말을 했습니다. 해외 대당 이익이 국내의 약 네 배라고.

그러니까 이건 재고 떨이로 시작해서 본업이 된 경우입니다. 안 팔려서 어쩔 수 없이 내보냈는데, 내보내고 보니 안에서 파는 것보다 훨씬 남더라는 겁니다.

떡을 리어카에 실어 옆 동네에 갔더니 거기서는 제값을 받더라, 그것도 네 배로. 그러면 그다음부터는 아예 옆 동네에 솥을 겁니다.

BYD가 지금 하는 게 정확히 그겁니다. 태국 라용 공장이 2024년에 돌기 시작했고, 브라질 카마사리에서 첫 차가 나왔고, 우즈베키스탄 공장이 섰고, 헝가리 세게드 공장이 올해 말 조립을 시작합니다. 중국 완성차 회사가 유럽에 짓는 첫 승용차 공장입니다.

수출 목표도 계속 올라갑니다. 올해 1월에 130만 대라고 했다가, 3월에 150만 대로 올리더니, 이번 달에는 190만~200만 대라고 했습니다. 내년엔 250만 대를 넘기겠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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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는 건 BYD만이 아닙니다

중국 자동차 수출 1등은 BYD가 아닙니다.

체리(Chery)입니다. 2025년에 134만 대를 수출했고, 이걸로 중국 수출 1위를 23년 연속 지켰습니다. 안후이성 우후시가 세운 지방 국영기업으로 출발한 회사입니다. 생산 면허가 없어서 상하이자동차에 지분 20%를 그냥 주고 면허를 빌려 쓰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지리(Geely)는 리수푸라는 사람이 1986년에 냉장고 부품을 만들며 시작한 회사입니다. 오토바이를 거쳐 1997년에 중국 최초의 민영 자동차 회사가 됐고, 2010년에 포드에서 볼보를 18억 달러에 샀습니다. 지금은 볼보 78.7%, 폴스타, 로터스 51%, 벤츠와 반반씩 나눠 가진 스마트까지 거느립니다. 2025년 판매가 302만 대로 39% 늘었습니다.

상하이자동차(SAIC)는 상하이시가 62.7%를 가진 국영기업입니다. 폭스바겐·GM과 반반씩 합작사를 차려 40년을 벌었고, 그러는 사이 영국에서 무너진 MG 브랜드를 손에 넣었습니다. 2025년에 450만 대를 팔았고 그중 107만 대를 수출했습니다.

세 회사 다 같은 방향으로 걷고 있습니다. 안에서 밀려 밖으로.

그런데 이 차들, 서로 얼마나 다를까요

여기서 이 글의 핵심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용산에서 조립 PC를 맞춰 보신 분은 아실 겁니다. CPU는 인텔에서 사고, 메모리는 삼성에서 사고, 그래픽카드는 엔비디아에서 삽니다. 조립집이 백 곳이어도 안에 들어가는 물건은 거의 같습니다. 다른 건 케이스와 스티커입니다.

지금 중국 전기차가 그렇습니다.

화웨이를 보시면 됩니다. 화웨이는 차를 안 만듭니다. 대신 훙멍 운영체제, 자율주행 시스템(ADS), 라이다, 헤드업 디스플레이, 오디오, 스마트 헤드램프, 차량용 반도체, 클라우드까지 공급합니다. 차에서 '똑똑한' 부분은 전부 화웨이 것입니다.

2023년에 화웨이가 HIMA(훙멍즈싱)라는 연합을 만들었습니다. 지금 다섯 개 브랜드가 들어 있습니다.

HIMA 브랜드만드는 회사
아이토(AITO·问界)세레스그룹
럭시드(Luxeed·智界)체리
스텔라토(Stelato·享界)베이징자동차
마에스트로(Maextro·尊界)JAC
상제(尚界)상하이자동차

간판은 다섯입니다. 안에 든 두뇌는 하나입니다.

화웨이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완성차 14곳, 차종 33개로 넓혔습니다. 2025년 10월까지 이 연합으로 100만 대 가까이 인도했습니다.

배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화웨이는 2022년 12월 CATL과 협약을 맺고, 파트너 완성차들에게 CATL을 1순위 배터리 공급사로 추천하기로 했습니다. CATL은 지금 중국 배터리 시장의 42%를 쥐고 있습니다.

플랫폼 이름이 'CHN'입니다

이보다 노골적인 증거를 저는 못 봤습니다.

창안자동차가 만드는 고급 전기차 브랜드 아바타(Avatr)가 있습니다. 이 차가 올라탄 플랫폼 이름이 CHN입니다.

중국(China)의 약자 같지만 아닙니다. 창안(Changan)의 C, 화웨이(Huawei)의 H, CATL(닝더스다이)의 N을 딴 겁니다. 창안 회장이 직접 그렇게 설명했습니다.

차 한 대를 세 회사가 나눠 만들고, 플랫폼 이름을 앞글자로 지은 겁니다. 껍데기는 창안이고, 머리는 화웨이고, 심장은 CATL입니다.

그러면 브랜드에 뭐가 남습니까

세레스라는 회사가 있습니다. 몇 년 전만 해도 둥펑샤오캉이라는 이름으로 값싼 미니밴을 만들던 회사였습니다. 고급차를 만들어 본 적이 없었고 인지도도 거의 없었습니다.

화웨이가 붙었습니다. 아이토 M9이 나왔고, 평균 판매가 50만 위안(약 1억 원)이 넘는 차가 월 1만 6천 대씩 팔렸습니다. 벤츠·BMW·아우디와 같은 자리에서 겨루는 브랜드가 됐습니다.

값은 이렇습니다. 세레스가 4년 동안 화웨이에 낸 돈이 1,000억 위안, 우리 돈으로 20조 원을 넘었습니다. 일부 분석에 따르면 아이토 한 대를 팔 때마다 약 14만 위안, 2,900만 원가량이 화웨이 쪽으로 갑니다.

그리고 2026년 상반기, 세레스는 신모델 전환 비용과 부품값 상승으로 다시 적자를 낼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재고와 설비와 원자재 위험은 만드는 쪽이 지고, 라이선스료는 소프트웨어를 가진 쪽이 안전하게 가져가는 구조입니다.

숫자 하나만 더 보시겠습니다. 중국 A주에 상장된 자동차 회사들의 평균 부채비율이 150%를 넘습니다. 그중 가장 높은 곳이 어디냐면, 세레스입니다. 692%. 베이징자동차가 305%, BYD가 294%, 창청자동차가 175%입니다.

벤츠와 겨루는 브랜드를 가진 회사가 부채비율 692%입니다. 화웨이의 두뇌를 붙이는 값이 그만큼 비쌌다는 뜻이기도 하고, 그 값을 감당할 수 있는 회사가 몇 안 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한 업계 분석은 이 상황을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여러 브랜드가 똑같은 시스템을 깔면, 경쟁은 오로지 가격과 디자인과 브랜드 이미지로 옮겨간다. 마진은 눌린다. 소프트웨어가 새 수익원이 될 줄 알았는데 도리어 범용 부품이 됐다.

브랜드 경제학 시리즈를 아홉 편 쓰면서 계속 확인한 게 있습니다. 브랜드의 값은 가격을 올릴 수 있는 힘에서 나온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안에 든 게 다 같으면 그 힘이 안 생깁니다. 남는 건 값을 깎는 것뿐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뻥파워'가 나옵니다

조립 PC 이야기를 조금만 더 하겠습니다.

같은 부품시장에서 사도 집집마다 물건이 다릅니다. 돈이 있는 집은 제대로 된 파워서플라이를 답니다. 없는 집은 정격 500W라고 써 붙였는데 실제로는 300W도 못 버티는 것을 답니다. 속칭 뻥파워입니다. 메모리도 그렇고 저장장치도 그렇습니다.

사는 사람은 모릅니다. 케이스를 열어야 보이고, 열어도 모릅니다. 그러다 부하가 걸리는 날 터집니다.

중국 전기차 130곳 중에 세레스처럼 4년에 20조 원을 낼 수 있는 회사가 몇이나 되겠습니까. 화웨이의 좋은 물건을 붙일 형편이 안 되는 회사가 훨씬 많습니다. 그 회사들은 어딘가에서 값을 깎아야 하고, 깎을 수 있는 곳은 눈에 안 보이는 곳입니다.

실제로 2025년 5월, 창청자동차 회장이 경쟁사를 겨냥해 "값싼 부품으로 배출가스 기준을 우회한다"고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했고, 중국 당국이 합동조사단을 꾸린 일이 있었습니다.

주행거리 표기도 그렇습니다. 중국이 쓰는 CLTC 기준은 미국이나 유럽 기준보다 후하게 나옵니다. 카탈로그의 700킬로미터가 실제 700킬로미터가 아닙니다. 이건 특정 회사의 잘못이 아니라 기준 자체의 문제인데, 여기에 부품 등급까지 낮으면 차이는 더 벌어집니다.

호주에서는 2026년 7월에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2026년식으로 팔린 차 1,265대가 실제로는 2025년에 만들어진 물건이었습니다. 나중에 500대가량 더 나와 1,500대쯤으로 늘었습니다. 회사는 "공장을 떠난 날을 생산일로 적은 관리상 오류"라고 했고, 보상금을 1,100호주달러에서 시작해 전액 환불로, 다시 3,500호주달러로 올렸습니다.

보험을 들려던 고객 한 명이 서류의 날짜가 안 맞는 걸 발견해서 드러난 일입니다.

옆 동네에서도 같은 일이 시작됐습니다

리어카를 끌고 나간 옆 동네가 지금 유럽입니다.

2026년 상반기 유럽에서 중국 브랜드가 66만 3천 대를 팔았습니다. 점유율 9.2%, 열한 대 중 한 대입니다. 6월 한 달은 10.9%까지 올라 사상 최고를 찍었습니다.

같은 기간 현대차·기아의 유럽 점유율은 7.4%였습니다. 지리(3.1%)와 상하이차(2.5%)와 BYD(2.4%)를 더하면 8.0%. 이미 넘어섰습니다.

그런데 유럽 중고차 시장에서 신호가 하나 켜졌습니다.

독일의 자동차 데이터 기관 DAT가 올해 낸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에서 3년 된 중국산 전기차의 값은 신차가의 38% 수준입니다. 가치가 떨어지는 속도가 시장 평균의 두 배입니다. DAT의 수석 분석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뛰어난 사양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부품 공급망과 탄탄한 서비스센터망, 안정적인 사후관리 체계가 없으면 중고차 구매자의 신뢰를 얻을 수 없습니다."

DAT 설문에서 독일 소비자의 절반 가까이가 "5년 안에 중국 브랜드 상당수가 유럽에서 철수할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반값에 산 상품권 이야기가 유럽에서 반복되고 있는 겁니다.

관세도 걸려 있습니다. EU가 2024년 10월 말부터 기존 10% 관세에 상계관세를 더 물리고 있습니다. BYD 17.0%, 지리 18.8%, 상하이차 35.3%입니다. 그래서 다들 유럽에 공장을 짓습니다. 상하이차는 스페인 페롤에, BYD는 헝가리 세게드에.

그리고 지난주에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2026년 9월 3일, 중국 상무부·공업정보화부·시장감독관리총국이 공동으로 「자동차 산업 해외 경쟁행위 지침」을 냈습니다. 내용이 뭐냐면, 해외에서 빈번하고 대폭적인 가격 조정을 하지 말라는 겁니다. 태국 같은 곳에서 중국 업체들이 값을 급하게 내리다 현지 소비자 반발을 산 사례가 배경이었습니다.

안에서 하던 가격 싸움을 밖에서까지 하기 시작하니, 정부가 나서서 말린 겁니다.

그래서 우리는

한국 이야기로 오겠습니다.

BYD는 2025년 4월에 첫 차를 인도했습니다. 그해 6,107대를 팔았습니다. 그리고 2026년 1~8월에 1만 7,523대를 팔았습니다. 여덟 달 만에 여덟 배입니다.

8월 한 달 3,002대로 수입차 브랜드 4위입니다. 테슬라, BMW, 벤츠 다음입니다. 수입차 열 대 중 한 대가 BYD입니다.

숫자를 하나 더 보겠습니다. 8월에 BYD 돌핀이 1,202대 등록됐습니다. 같은 달 현대 아이오닉5가 1,372대였습니다. 170대 차이입니다. 집계 기준이 달라 딱 붙여 비교할 수는 없지만, 이 정도로 붙었다는 것 자체가 작년까지는 없던 장면입니다.

올해 4월에는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중국차(6.0%)가 처음으로 일본차(5.8%)를 넘었습니다.

7월부터는 국고보조금도 못 받고 있습니다. 정부 평가에서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판매가 유지되고 있습니다. BYD가 자기 돈으로 100만~170만 원씩 보전해 주고 있습니다.

한국의 전기차 보조금 산식은 사실 중국이 주로 쓰는 LFP 배터리에 불리하게 짜여 있습니다. 배터리효율계수(에너지밀도)와 배터리환경성계수(재활용 가치)가 각각 최저 0.6까지 내려가는데, 이 둘이 곱해집니다. 최악의 경우 0.6 × 0.6 = 0.36, 보조금이 3분의 1로 깎입니다. LFP는 에너지밀도가 낮고 니켈·코발트가 없어 재활용 가치도 낮아 양쪽에서 다 감점을 받습니다.

정서가 아니라 산식으로 명문화돼 있는 겁니다.

인식과 행동이 따로 놉니다

재미있는 게 하나 있습니다.

한 매체가 올해 5월에 성인 400명에게 물었습니다(자체 조사, 오차범위 ±4.49%p). 중국차의 품질과 내구성이 불안하다는 답이 67%, 배터리 안전이 걱정된다가 60%, "어떤 조건에서도 고려하지 않겠다"가 44%였습니다.

그런데 같은 해에 BYD는 수입차 4위가 됐습니다.

그리고 사는 사람이 누구냐면, BYD 구매자 세 명 중 두 명이 40대와 50대입니다. 젊은 얼리어답터가 아니라 실속을 따지는 세대입니다.

말과 지갑이 다른 겁니다. 이런 일이 처음도 아닙니다 ^^;

중고값이 진짜 승부처입니다

국내 중고차 시장에서 BYD는 아직 신차가의 80% 수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나쁘지 않습니다.

다만 지금 매물로 나온 차들은 대부분 출고한 지 1년 안팎입니다. 3년, 5년 탄 차가 얼마에 팔리는지 보여주는 데이터는 아직 없습니다. 중고차 업계에서는 신차 판매가 중고 시세에 반영되기까지 보통 3~5년이 걸린다고 봅니다.

그때 갈리는 건 사양이 아니라 정비망입니다. 숫자를 보시면 감이 오실 겁니다.

브랜드국내 정비·서비스 거점
현대차 블루핸즈1,200여 곳
기아 오토큐 + 직영750여 곳 + 17곳
BMW코리아68곳
테슬라16곳
BYD코리아전시장 37곳 (2026년 9월)

차는 사고 나면 십 년을 탑니다. 사양표는 오늘 보는 것이고, 정비망은 십 년 동안 보는 것입니다.

판매량은 세는 것이고, 이익률은 남는 것입니다

이제 대비를 보겠습니다. 2025년 실적입니다.

판매매출영업이익영업이익률
현대차413만 8천 대186조 3천억 원11조 4,679억 원6.2%
기아313만 6천 대114조 1천억 원9조 781억 원8.0%
폭스바겐그룹898만 대3,219억 유로89억 유로2.8%
BYD460만 대8,040억 위안순이익 326억 위안약 5%

BYD는 판매량으로 현대차 하나를 넘었습니다. 그런데 2025년 매출은 3.5% 늘었는데 순이익은 19% 줄었습니다. 2026년 상반기에는 매출이 7% 줄고 순이익이 21% 줄었습니다.

많이 팔았는데 덜 벌었습니다. 그게 가격 싸움의 결과입니다.

반대로 현대차그룹은 2026년 1~7월 전기차를 44만 2천 대 팔아 24.2% 늘렸습니다. 같은 기간 세계 전기차 시장 성장률이 6.3%였으니 네 배 가까운 속도입니다.

그리고 이 표에서 눈여겨보실 건 폭스바겐입니다. 판매량이 현대차의 두 배가 넘는데 영업이익률은 2.8%입니다. 기아의 3분의 1입니다.

판매량은 세는 것이고, 이익률은 남는 것입니다. 세어서 이긴 쪽이 남아서도 이기는 건 아닙니다.

브랜드가 무너지는 장면

이 시리즈에는 매편 이 코너가 있습니다. 이번 편에는 세 장면이 있습니다.

첫째, 딜러가 먼저 무너집니다. 2025년 봄에 산둥성의 한 BYD 딜러 그룹이 매장 스무 곳을 닫았습니다. 차값을 냈는데 차를 못 받은 고객 500명 넘게 모여 온라인 모임을 만들었습니다. 랴오닝성에서도 한 곳이 같은 일을 겪었습니다. 2024년 중국 자동차 딜러의 평균 총이익률은 3%가 안 됐고, 약 15%가 문을 닫았습니다.

값을 깎는 싸움에서 제일 먼저 피가 나는 곳은 만드는 회사가 아니라 파는 가게입니다.

둘째, 대금 지급일입니다. 블룸버그 집계로 BYD가 협력사에 대금을 주기까지 걸린 기간이 2021년 198일에서 2023년 275일로 늘었습니다. BYD는 "평균 127일이고 경쟁사보다 짧다"고 반박했습니다. 어느 쪽이 맞든, 중국 정부가 2025년 6월부터 대금 60일 이내 지급을 의무화했고 완성차들이 줄줄이 서약했습니다. 그런데 2026년 1분기에 BYD의 지급어음이 석 달 만에 116% 늘어 486억 위안이 됐습니다. 현금 대신 어음이 늘어난 겁니다.

셋째, 사람입니다. BYD의 2025년 말 임직원 수가 86만 9,622명으로 10.2% 줄었습니다. 10만 명 가까이가 회사를 떠났습니다.

투자자의 눈

2008년 9월, 워런 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가 BYD 주식 2억 2,500만 주를 주당 8홍콩달러에 샀습니다. 총 18억 홍콩달러, 지분 약 10%였습니다. 찰리 멍거가 강력히 밀었던 투자였고, 멍거는 왕촨푸를 두고 "에디슨과 빌 게이츠를 합친 사람"이라고 했습니다.

그 뒤 주가가 40배 가까이 올랐습니다. 버크셔는 2022년부터 조금씩 팔기 시작해 2025년 9월에 완전히 정리했습니다. 17년이었습니다. 멍거는 그보다 2년 앞선 2023년 11월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버크셔가 나간 자리의 숫자는 이렇습니다.

BYD (1211.HK)2026년 9월 8일 종가 기준
주가83.85 홍콩달러
52주 최고 대비−27.3%
최근 1년−20.2%
PER (후행)22.5배
배당성향2024년 30% → 2025년 10.0%

한 가지 주의하실 게 있습니다. BYD는 2025년 7월에 10주를 30주로 늘리는 주식 분할을 했습니다. 그래서 예전 기사에 나오는 "425홍콩달러"와 지금의 "83홍콩달러"를 직접 비교하시면 안 됩니다. 분할을 반영하면 425홍콩달러는 지금 기준 약 142홍콩달러입니다. 그래도 고점 대비 많이 내려온 건 맞습니다.

우리 쪽 숫자도 하나 붙이겠습니다. 중국을 뺀 시장에서 한국 배터리 3사의 점유율이 2026년 상반기에 27.6%로 떨어졌습니다. 1년 전 37.2%에서 9.6%포인트가 빠지며 30% 선이 무너졌습니다. 삼성SDI는 7.0%에서 3.9%로 반토막 났습니다.

다만 소재 쪽에서는 방향을 튼 곳과 안 튼 곳이 갈렸습니다. 2026년 2분기에 LFP 양극재로 가속한 엘앤에프는 흑자로 돌아섰고 포스코퓨처엠은 영업이익이 크게 늘었는데, 삼원계를 지킨 에코프로비엠은 매출이 26% 줄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나온 이야기를 한 줄로 줄이면 이렇습니다.

새 차를 헌 차로 만들어야 팔린다는 건, 값이 비싸서가 아니라 살 사람이 없다는 뜻입니다.

중국차가 밖으로 나오는 건 이겨서가 아니라 안에서 밀려서입니다. 다만 나와 보니 밖에서 네 배가 남더라는 것, 그래서 이제는 밀려나온 게 아니라 작정하고 나오고 있다는 것. 여기까지가 지금의 자리입니다.

그리고 그 안에 든 물건은 회사마다 생각보다 비슷합니다. 두뇌는 화웨이에서 사고 심장은 CATL에서 삽니다. 그러면 브랜드에 남는 건 껍데기와 값입니다. 값으로 싸우면 껍데기를 만드는 회사부터 무너집니다. 그 회사가 무너지면 그 차를 산 사람에게 남는 건 부품이 안 오는 쇳덩이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주제를 "중국차가 좋냐 나쁘냐"로 보지 않습니다. 그 질문은 답이 안 나옵니다.

대신 이렇게 봅니다. 십 년 뒤에도 그 간판이 붙어 있을 회사인가.

4천만 원대에 좋은 사양의 차를 사는 게 잘못이 아닙니다. 그 돈이 어떤 돈인지 저도 압니다. 아이 학원비를 줄이고, 여름 휴가를 한 번 건너뛰고, 몇 년을 모아서 만든 돈입니다. 그 돈으로 더 많은 사양을 받는 게 왜 나쁘겠습니까.

동시에 걱정하는 것도 유난이 아닙니다. 차는 사양표를 보고 사지만 십 년을 타는 물건이고, 십 년 동안 필요한 건 부품과 정비소와 그 회사가 그때까지 있느냐입니다.

그러니까 결국 브랜드가 파는 건 물건이 아니라 "우리가 그때까지 여기 있겠습니다"라는 약속입니다. 지금 세계에서 그 약속을 가장 비싸게 파는 회사들이 어디인지, 그리고 그 값이 왜 영업이익률로 나타나는지. 아홉 편을 쓰면서 계속 확인한 게 그거였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반대편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천 원짜리를 500원 이하에 사들여 천 원에 파는 회사, 아성다이소입니다. 지난 편의 올리브영은 자리를 빌려주고 수수료를 받았는데, 이 회사는 아예 사서 팝니다. 그러면 물건을 만든 사람 손에는 얼마가 남을까요 ㅎㅎ

※ 이 글은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인용한 수치는 각 사 공시와 언론 보도를 기준으로 했으며, 기준 시점과 집계 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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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쳐이사 · 1997년부터 시장에 있습니다. 팍스넷·씽크풀 시절부터 같은 이름으로 썼고, 지금은 전 종목 자동 스캔 시스템을 직접 만들어 그 데이터로 씁니다. 운영자 소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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