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도 안 샀는데 지분이 3.43%p 올랐습니다 — 자사주 소각·주식담보대출로 읽는 세아홀딩스·엑셈, 그리고 SK오션플랜트 매각 (9월 2~7일 지분공시)
지난주 월요일에 올라온 대량보유 보고서 하나를 오래 들여다봤습니다.
세아홀딩스, 보고자 이태성. 지분율 77.69%. 직전 보고보다 3.43%p 늘었습니다. 3%p 넘는 변동이면 이 시리즈에서 큰 글씨로 다루는 구간입니다.
그런데 매수 수량 칸이 0이었습니다.
한 주도 사지 않았는데 지분율이 3.43%p 올랐습니다. 오타가 아닙니다. 사유란에 답이 적혀 있었습니다. "㈜세아홀딩스의 자기주식 소각에 따른 지분율 변동."
상속을 포기한 형제
지분율은 나눗셈입니다. 내가 가진 주식 수를 회사가 발행한 전체 주식 수로 나눈 값이죠. 분자가 늘면 지분율이 오릅니다. 그런데 분모가 줄어도 오릅니다.
형제가 다섯인 집에 유산이 있다고 해봅시다. 한 사람 몫은 5분의 1입니다. 그런데 한 명이 상속을 포기하면 남은 넷은 4분의 1씩 갖게 됩니다. 아무도 돈을 더 내지 않았고, 누구도 뭘 사지 않았습니다. 그냥 나눌 사람이 하나 줄었을 뿐입니다.
자기주식 소각이 딱 이겁니다. 회사가 자기 주식을 사서 없애 버리면 세상에 존재하는 그 회사 주식 수가 줄어듭니다. 남은 주주들의 몫은 자동으로 커집니다.
세아홀딩스는 지난 5월 말부터 6월 초까지 공개매수로 자사주를 사들였습니다. 주당 16만 원에 300억 원어치, 18만 7천 주. 사겠다고 내건 물량보다 두 배 훨씬 넘게 응모가 몰렸습니다. 그리고 8월 18일에 소각을 결정하고 8월 25일에 없앴습니다.
이걸로 발행주식총수가 424만 2,236주에서 405만 5,236주가 됐습니다.
이태성 씨 쪽이 들고 있는 주식은 315만 327주로 그대로입니다. 나눗셈만 다시 해보면 이렇게 됩니다.
- 소각 전: 315만 327 ÷ 424만 2,236 = 74.26%
- 소각 후: 315만 327 ÷ 405만 5,236 = 77.69%
3.43%p. 공시에 적힌 숫자와 정확히 맞습니다. 회사가 자기 주식을 태운 값이 오너 지분율로 옮겨 앉은 겁니다.
이번 주에만 세 번 나왔습니다
이게 세아홀딩스 한 곳의 이야기였다면 그냥 재미있는 계산 문제로 끝났을 겁니다. 그런데 같은 장면이 한 주 안에 세 번 나왔습니다.
엑셈은 8월 3일에 314만 7,049주를 소각했습니다. 발행주식총수가 7,068만 6,423주에서 6,753만 9,374주로 줄었습니다. 최대주주 조종암 씨는 9월 1일부터 3일까지 장내에서 7만 5천 주를 사기도 했습니다만, 지분율이 37.68%에서 39.55%로 오른 것의 대부분은 소각 몫입니다. 산 것보다 태운 것이 더 크게 작용했습니다.
우리기술투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완근 씨 지분이 32.53%로 1.62%p 올랐는데 사유가 "자기주식 이익소각에 따른 보유 비율 변동"이고, 여기도 매수 수량은 0입니다.
우연이 아닙니다. 지난해 시가총액 500대 기업 중 80곳이 21조 원어치 자사주를 소각했습니다. 올해는 상법이 바뀌면서 새로 사들인 자사주는 1년 안에 소각하도록 의무가 생겼고요. 밸류업이라는 이름으로 회사들이 자기 주식을 태우기 시작한 겁니다.
주주 입장에서 자사주 소각은 좋은 소식입니다. 내 몫이 커지니까요. 다만 커지는 건 소액주주 몫만이 아닙니다. 오너 몫도 같은 비율로 커집니다.
두산이 자사주 3조 원어치 소각 계획을 내놨을 때 이 대목이 논란이 됐습니다. 소각이 끝나면 최대주주 측 지분율이 41.08%에서 46.7% 안팎으로 오르는 것으로 계산됐거든요. 회사 돈으로 산 주식을 태웠는데 지배력은 오너 쪽이 가져가는 구조라는 지적이었습니다.
한쪽에서 보면 주주환원이고 다른 쪽에서 보면 지배력 강화입니다. 같은 행동에 얼굴이 둘입니다.
그런데 세 건 다 '담보'라는 단어가 같이 적혀 있습니다
여기서부터가 오늘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세 건의 사유란을 나란히 놓아 보겠습니다.
- 세아홀딩스: 자기주식 소각에 따른 지분율 변동, 보고자의 주식담보대출 계약연장에 따른 변경 보고
- 엑셈: 보고자의 주식담보대출 상환 및 신규 계약 및 장내 매수, 자기주식 소각으로 인한 발행주식총수 변동
- 우리기술투자: 자기주식 이익소각에 따른 보유 비율 변동, 최대주주 보유주식 담보계약 변경
셋 다 '소각'과 '담보'가 한 줄에 같이 적혀 있습니다.
이건 이렇게 읽으면 됩니다. 소각으로 지분율이 1%p 넘게 움직이면 보고 의무가 생깁니다. 어차피 서류를 내야 하니, 그동안 바뀐 담보 계약도 같은 종이에 함께 적어 냅니다. 말하자면 등기소 가는 김에 서류 두 장을 같이 떼는 것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자사주 소각이 늘어난 요즘, 대주주가 주식을 어디에 얼마나 맡겨 뒀는지가 덤으로 드러납니다. 평소에는 잘 안 보이던 것이 소각 덕분에 보이는 겁니다. 지분공시를 읽는 사람에게는 나쁘지 않은 부작용입니다 ^^;
등기는 내 이름, 열쇠는 은행
주식을 담보로 잡힌다는 게 뭔지 잠깐 짚고 가겠습니다.
집을 한 채 갖고 있는데 급전이 필요해서 은행에 맡기고 돈을 빌렸다고 해봅시다. 등기부에는 여전히 내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그 집에 살고, 세도 놓습니다. 다만 은행이 열쇠를 하나 갖고 있습니다.
평소에는 그 열쇠가 서랍에 잠들어 있습니다. 그런데 집값이 어느 선 밑으로 떨어지면 은행이 서랍을 엽니다. 돈을 더 넣든지, 아니면 집을 내놓든지.
주식담보대출이 정확히 이 구조입니다. 담보로 맡긴 주식의 값이 빌린 돈에 비해 일정 비율 아래로 내려가면 증권사가 연락을 합니다. 흔히 쓰는 기준이 140~150%인데, 계산해 보면 주가가 17%에서 23%쯤 빠지면 그 선에 닿습니다. 추가로 담보를 넣지 못하면 증권사가 그 주식을 시장에 내다 팝니다. 반대매매입니다.
이게 남의 일이 아닌 규모입니다. 올해 6월 기준으로 24개 그룹 오너 일가 117명이 주식을 맡기고 빌린 돈이 7조 6,688억 원입니다. 삼성가가 상속세 연부연납을 끝내면서 2조 5천억 원 넘게 갚아 전체 금액은 줄었지만, 삼성을 빼고 세면 오히려 늘었습니다.
엑셈의 경우 조종암 씨가 8월 31일 한국증권금융과 236만 주를 담보로 새 계약을 맺으면서, 맡겨 둔 주식이 292만 주가 됐습니다. 보유 주식 2,671만 주 가운데 열 주에 한 주 남짓이 은행 서랍에 들어가 있는 셈입니다.
지난주에 실제로 서랍이 열렸습니다
이론으로만 말씀드리면 와닿지 않을 테니 실제 사례를 하나 붙이겠습니다. 마침 같은 주에 있었습니다.
마이크로디지털이라는 회사입니다. 9월 3일 공시로 최대주주가 바뀌었다는 사실이 알려졌는데, 사유가 주식담보대출 상환 불이행이었습니다. 기존 최대주주 쪽이 들고 있던 485만 908주, 지분 25.87%가 강제로 팔렸습니다.
경영권 분쟁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누가 인수하겠다고 나선 것도 아닙니다. 빌린 돈을 못 갚아서 담보가 실행됐고, 그걸로 회사 주인이 바뀌었습니다.
대주주가 주식을 담보로 맡겼다는 공시는 그 자체로는 아무 일도 아닙니다. 사업 자금이 필요할 수도 있고, 상속세를 내야 할 수도 있고, 이유는 회사마다 다릅니다. 다만 그 순간부터 그 지분에는 조건이 하나 붙습니다. 주가가 버텨 주는 동안에만 온전히 내 것이라는 조건입니다.
그래서 저는 담보 관련 공시를 볼 때 숫자 두 개를 같이 봅니다. 담보로 맡긴 물량이 보유 지분의 몇 퍼센트인지, 그리고 지금 주가가 담보를 잡을 때보다 얼마나 내려와 있는지. 이 둘이 동시에 나빠져 있으면 그때부터가 주의 구간입니다.
주인이 바뀌는 또 다른 방법 — SK오션플랜트
이번 주 지분공시에서 점수가 가장 높았던 건 사실 따로 있습니다. SK오션플랜트입니다. 그리고 여기에도 담보 이야기가 끼어 있어서 오늘 같이 다룹니다.
9월 3일, 창업자인 송무석 씨가 보고서를 냈습니다. 지분율 8.81%, 변동 0.00%p, 사유는 담보계약 변경입니다. 산 것도 판 것도 없이 맡긴 조건만 손본 겁니다.
그런데 나흘 뒤인 9월 7일, 같은 회사에 전혀 다른 보고서가 올라옵니다. 디오션자산운용, 35.62%, 신규. 2,225만 주가 통째로 한 곳에 넘어갔습니다. 사유는 장외 주식매매계약 체결.
SK에코플랜트가 들고 있던 지분 전량입니다. 8월 31일 장 마감 뒤에 계약을 맺었고 금액은 4,100억 원, 올해 12월 안에 마무리한다는 일정입니다. 자기 돈 2,100억 원에 빌린 돈 2,000억 원을 얹었습니다. 사는 쪽인 디오션자산운용은 STX를 이끌던 사람들이 최근에 세운 신생 운용사이고, 오성첨단소재가 함께 들어왔습니다.
이 회사의 지난 25년을 한 줄로 줄이면 이렇습니다. 1999년에 송무석 씨가 삼강특수공업을 인수해 삼강엠앤티로 키웠고, 2021년에 SK가 가져가 SK오션플랜트가 됐고, 이제 다시 주인을 찾습니다. 회사 이름이 세 번 바뀌는 동안 공장은 경남 고성 그 자리에 있습니다.
주가는 정직하게 반응했습니다. 계약 사실이 알려진 9월 1일에 장중 10% 넘게 빠졌고, 대량보유 신고가 뜬 9월 3일에는 변동성완화장치가 걸릴 만큼 급하게 올라 17%까지 뛰었습니다. 사흘 사이에 두 방향으로 다 움직였습니다. 같은 뉴스를 두고 어떤 사람은 SK가 손을 뗀다고 읽었고, 어떤 사람은 새 주인이 온다고 읽은 겁니다 ㅎㅎ
정답은 아직 없습니다. 잔금이 12월에 치러지고, 그 뒤 성적표가 나와야 알 수 있습니다.
9월 2~7일 요약
| 종목 | 보고자 | 성격 | 지분율(변동) | 매수 | 보고일 |
|---|---|---|---|---|---|
| 세아홀딩스 | 이태성 | 자사주 소각 + 담보대출 연장 | 77.69% (+3.43%p) | 0주 | 9/7 |
| 엑셈 | 조종암 | 자사주 소각 + 담보 상환·신규계약 | 39.55% (+1.87%p) | 7만 5천 주 | 9/7 |
| 우리기술투자 | 이완근 | 이익소각 + 담보계약 변경 | 32.53% (+1.62%p) | 0주 | 9/1 |
| SK오션플랜트 | 송무석 | 담보계약 연장 | 8.81% (0.00%p) | 0주 | 9/3 |
| SK오션플랜트 | 디오션자산운용 | 장외매매 신규 (경영권) | 35.62% (+35.62%p) | — | 9/7 |
| 빛과전자 | 비엔에스조합 | 장내매도 + 담보계약 | 29.01% (−5.80%p) | 매도 | 9/4 |
| 세아메카닉스 | 에이치티아이엔티 | 신규 질권 설정 | 45.99% (+0.37%p) | 특관 매수 | 9/4 |
| HLB테라퓨틱스 | HLB | 제3자배정 유상증자 | 19.92% (+3.82%p) | 유증 | 9/4 |
| 하이젠알앤엠 | 미래에셋자산운용 | 신규 5% | 5.13% (+0.26%p) | 매수 | 9/7 |
| 케이티앤지 | GIC | 5% 이탈 | 4.02% (−1.01%p) | 매도 | 9/7 |
대량보유 보고는 변동이 생긴 뒤 5영업일 안에 제출됩니다. 우리가 보는 화면은 언제나 반 박자 늦은 그림입니다.
오늘의 한 줄
지분율이 올랐다고 그 사람이 주식을 산 건 아닙니다. 그리고 지분율이 크다고 그 지분이 온전히 그 사람 것도 아닙니다.
숫자가 커진 이유가 매수인지 소각인지, 그 숫자에 열쇠가 몇 개 걸려 있는지. 대량보유 보고서에서 제가 매수 수량 칸과 사유란을 먼저 보는 이유입니다. 지분율은 맨 나중에 봅니다.
다음 편에서는 이번 주에 5% 아래로 내려간 외국계 기관들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들어올 때는 요란한데 나갈 때는 조용한 쪽이 있습니다. 그 조용한 발소리를 세어 보겠습니다.
※ 본 글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DART)의 주식등의 대량보유상황보고서와 공개된 보도를 바탕으로 한 정보 제공 목적이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 추천이 아닙니다. 지분율·주식수는 각 보고서 기재값이고, 자사주 소각 규모와 매각 계약 조건은 회사 공시 및 언론 보도 기준입니다. 우리기술투자의 소각 주식수는 원문 확인이 되지 않아 본문에 적지 않았습니다. 담보유지비율과 반대매매 발동 조건은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이며 증권사·종목별로 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