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gh-NA EUV 관련주 총정리 — 삼성과 하이닉스가 같은 날 2028년을 말했습니다, 그리고 떡살이 두 배로 커지는 이유 (차세대 컴퓨팅 ⑦)
어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같은 날, 같은 연도를 말했습니다.
2028년.
두 회사가 D램 양산 라인에 하이 NA(High-NA) EUV 장비를 넣겠다고 했습니다. 메모리에 이걸 쓰는 건 업계 처음입니다. 삼성은 여기에 하나를 더 붙였는데, ASML과 12인치 포토마스크를 같이 개발하겠다는 겁니다.
이 12인치라는 말이 오늘 글의 전부입니다. 여기에 돈이 걸려 있거든요.
돋보기를 눈에 바짝 대면 생기는 일
반도체를 만드는 건 도장 찍기와 비슷합니다. 회로 무늬가 새겨진 판(마스크)에 빛을 쏘면, 그 그림자가 웨이퍼에 찍힙니다. EUV는 그 빛을 아주 짧은 파장으로 쓰는 방식이고요.
여기서 개구수(NA)라는 게 나옵니다. 지금 쓰는 장비가 0.33, 새로 나온 하이 NA가 0.55입니다.
숫자가 커지면 좋은 겁니다. 더 가늘게 새길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세상에 공짜가 없습니다.
돋보기를 얼굴에서 멀리 두면 넓게 보이는 대신 흐릿합니다. 눈에 바짝 대면 선명해지는데 보이는 범위가 확 좁아지죠. 하이 NA가 딱 그렇습니다. 선명해진 대가로 한 번에 찍히는 면적이 절반으로 줄어듭니다.
떡살 이야기
시골 할머니 댁에 떡살이 하나씩 있었습니다. 떡에 대고 누르면 무늬가 찍히는 나무판이요.
무늬를 더 곱게 넣고 싶어서 정교한 떡살을 새로 깎았다고 해봅시다. 그런데 정교하게 깎다 보니 판이 절반 크기가 됐습니다. 무늬는 훨씬 예쁜데, 떡은 그대로 큽니다.
방법은 하나뿐입니다. 반쪽씩 두 번 찍고 이어 붙이는 것.
해보신 분은 아실 겁니다. 이은 자리가 티가 납니다. 손이 조금만 흔들려도 무늬가 어긋나고, 어긋나면 그 떡은 버려야 하죠. 시간은 두 배로 들고요.
반도체에서는 이걸 스티칭(stitching)이라고 부릅니다. 회로를 반으로 나눠 새기고 이어 붙이는 작업. 하이 NA 장비를 그냥 들여오면 이 일을 매번 해야 합니다.
그래서 나온 답이 떡살을 두 배로 키우자는 겁니다. 지금 쓰는 마스크가 6인치(150mm)인데, 이걸 12인치(300mm)로 바꾸면 절반 면적에도 필요한 회로가 다 들어갑니다. 이어 붙일 일이 없어지고, 공정 단계가 줄고, 칩 하나 만드는 값이 내려갑니다.
삼성이 ASML과 개발하겠다는 게 이 큰 떡살입니다.
그런데 떡살을 키우면, 떡살 만드는 집이 바빠집니다
여기가 중요합니다.
장비는 ASML이 만듭니다. 전 세계에 이걸 만드는 회사가 거기 하나뿐이라 우리가 낄 자리가 없습니다. 인텔이 내년에 여섯 대를 산다는데, 한 대에 수천억입니다. 그 돈은 네덜란드로 갑니다 ㅠㅠ
우리 자리는 다른 데 있습니다. 장비가 바뀌면 그 장비에 물려 들어가는 것들이 전부 새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
규격이 바뀌면 판을 다시 짭니다. 6인치 마스크를 만들던 설비로 12인치를 못 만듭니다. 그 위에 씌우는 덮개(펠리클)도 크기가 달라집니다. 감광액은 더 얇게 발려야 하고, 정렬이 조금만 틀어져도 불량이 나니 재는 장비가 더 정밀해져야 합니다.
바뀌는 자리마다 회사 이름이 붙습니다.
국내 지도 — 바뀌는 자리별로
| 바뀌는 자리 | 종목 | 연결 고리 |
|---|---|---|
| 마스크 원판·덮개 | 에스앤에스텍 | EUV 블랭크마스크와 펠리클을 국산화 중. 용인에 EUV 전용센터를 지었고, 삼성 공급 이야기가 오가는 단계. 12인치 전환은 이 회사의 판 자체가 바뀌는 일 |
| 감광액(포토레지스트) | 동진쎄미켐 | 반도체용 감광액 국내 대표. EUV용은 난도가 다른 영역 |
| 삼양엔씨켐 | 소부장 국산화 축의 후발 | |
| 와이씨켐 | 반도체 소재 계열 | |
| 정렬·검사 | 오로스테크놀로지 | 오버레이 계측. 이어 붙이는 작업이 줄어도 정렬 정밀도 요구는 더 올라감 |
| 넥스틴 | 웨이퍼 패턴 검사 | |
| 파크시스템스 | 원자현미경 계측 | |
| 노광 앞뒤 공정 | 피에스케이 | 노광 후 세정·스트립 |
| HPSP | 고압 수소 어닐링 | |
| 케이씨텍 | 세정·연마 |
표를 보시면서 하나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이 회사들이 "하이 NA 수혜주"라서 오르는 게 아닙니다. 하이 NA로 가면 각자 하던 일의 규격이 바뀌고, 그 규격을 먼저 맞춘 회사가 자리를 잡는 겁니다. 지금은 누가 맞출지 아무도 모릅니다.
2028년이라는 숫자를 보십시오
여기서 찬물을 한 바가지 끼얹어야겠습니다.
2028년입니다. 지금이 2026년 9월이니 2년 4개월이 남았습니다. 그 사이에 일정이 밀릴 수도 있고, 12인치 마스크 개발이 생각보다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반도체 로드맵이 발표대로 간 적이 얼마나 되는지는 이 바닥 오래 보신 분들이 더 잘 아실 겁니다.
주가는 그것보다 훨씬 빨리 움직입니다. 뉴스가 나온 날 오르고, 다음 날 빠지고, 반년쯤 잊혔다가 다음 발표에 또 오릅니다. 저는 이걸 여러 번 봤습니다. 2019년 EUV 처음 들어올 때도 똑같았고요.
그러니 이 지도는 오늘 살 종목 명단이 아니라 앞으로 2년 동안 뉴스가 나올 때마다 펴볼 지도로 쓰시는 게 맞습니다. 어느 회사가 12인치 규격 인증을 받았다더라, 어느 회사가 샘플을 통과했다더라 하는 소식이 나올 때, 그게 어느 자리 이야기인지 알고 계시면 됩니다.
마지막으로
떡살 이야기를 꺼낸 김에 하나만 더 말씀드리면요.
할머니가 떡살을 고를 때 무늬만 보지 않으셨습니다. 나무가 뒤틀리지 않았는지, 손에 익는 크기인지를 먼저 보셨죠. 무늬 예쁜 떡살은 시장에 널렸는데, 십 년 쓰는 떡살은 따로 있었습니다.
종목도 그렇습니다. 하이 NA라는 말이 붙으면 그날 다 오릅니다. 그런데 2년 뒤에도 그 자리에 있을 회사는 따로 있을 겁니다. 지금 매출이 어디서 나오는지, 그게 없어도 버티는지, 그걸 보시면 됩니다.
넣어두시고 천천히 보십시오. 2028년까지는 시간이 많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