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소 매출 4조 5,363억, 원가는 200원대 — 1,000원의 절반은 유통 몫인데 아성다이소는 왜 상장을 안 하나 (브랜드 경제학 ⑪)
지난 편 끝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천 원짜리를 500원 이하에 사들여 천 원에 파는 회사, 그러면 물건을 만든 사람 손에는 얼마가 남느냐고요.
먼저 답부터 드리겠습니다.
200원에서 300원 사이입니다. 그 안에서 원료를 사고, 공장을 돌리고, 사람 월급을 주고, 화물차를 부릅니다.
오늘은 그 숫자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이야기하겠습니다.
급식표를 먼저 짜고 반찬을 정하는 집
보통 가게는 물건을 만들고 나서 값을 붙입니다. 원가가 얼마 들었으니 얼마를 남기고 얼마에 팔자, 이 순서입니다.
다이소는 순서가 거꾸로입니다. 값이 먼저 못 박혀 있고, 물건이 거기 맞춰 들어갑니다.
학교 급식을 떠올려 보시면 됩니다. 한 끼 단가가 먼저 정해집니다. 영양사 선생님은 그 단가 안에서 반찬을 짭니다. 소고기가 비싼 달에는 돼지가 들어가고, 애호박이 금값이 되면 무가 들어갑니다. 아이들은 급식비가 올랐다는 걸 모릅니다. 반찬이 바뀐 것만 압니다.
다이소 매대가 정확히 그렇습니다. 값은 1,000원에서 안 움직이는데, 그 안에 들어가는 물건은 계속 바뀝니다. 매달 새로 들어오는 물건이 600종이 넘습니다. 전체 상품의 절반이 1,000원이고, 제일 비싼 것도 5,000원을 안 넘습니다.
이게 왜 무서운 구조인지는 뒤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일단은 이것만 기억해 두시면 됩니다. 다이소가 파는 건 물건이 아니라 값입니다. 정확히는 "여기 있는 건 전부 천 원대"라는 안심입니다. 손님이 가격표를 안 보고 집게 만드는 것, 그게 이 회사가 만들어 낸 물건입니다.
그 천 원을 갈라 보면
한 납품업체 대표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다이소와 올리브영을 통해 물건을 팔면 50% 정도를 수수료로 줘야 한다고요. 1차 벤더를 한 번 거치면 그쯤 됩니다.
숫자를 세워 보겠습니다.
- 손님이 내는 값: 1,000원
- 유통이 가져가는 몫: 500원 안팎
- 만든 회사에 들어오는 돈: 500원 이하
- 그 안에 든 진짜 원가: 200~300원
여기서 오해하기 쉬운 대목이 하나 있습니다. 남는 게 200원이니 20%나 남는다고 읽으면 안 됩니다. 저 200~300원은 원료값만이 아니라 공장·인건비·물류·불량까지 다 뺀 자리에서 나오는 숫자이고, 실제로는 그 대부분이 도로 나갑니다.
같은 기사에 이런 말도 있었습니다. 5,000원에 맞춰 제품을 만들면 마진이 안 남는다고요. 기획전이나 할인 행사 때는 적자를 예상하고 납품한다는 증언도 나옵니다.
그럼 왜 넣느냐. 안 넣으면 물량이 아예 없으니까요.
전국에 매장이 1,500개를 넘습니다. 중소 제조사 입장에서 여기 한 칸을 얻으면 영업사원 없이 전국 유통이 됩니다. 대신 그 칸의 임대료가 판매가의 절반입니다. 비싸다고 말하기도 어렵고, 싸다고 말하기도 어려운 값입니다. 그래서 이 논쟁이 몇 년째 안 끝납니다.
4조 5,363억이 만들어지는 자리
2025년 아성다이소 매출이 4조 5,363억 원입니다. 전년보다 14.3% 늘었습니다. 영업이익은 4,424억 원, 19.2% 늘었습니다.
영업이익률로 바꾸면 9.8%입니다.
2021년 매출이 2조 6,000억 원쯤이었으니, 4년 만에 74%가 불었습니다. 그 4년이 어떤 4년이었는지는 굳이 설명 안 드려도 되겠지요. 장바구니 물가가 매달 올라가던 시기입니다. 남들이 값을 올릴 때 값을 안 올린 회사가 제일 많이 컸습니다.
지난
⑨편의 올리브영과 비교해 보면 성격 차이가 선명합니다.
| 하는 일 | 재고 위험 | 2025 영업이익률 | |
|---|---|---|---|
| 올리브영 | 자리를 빌려주고 수수료를 받는다 | 브랜드가 진다 | 12.8% |
| 아성다이소 | 아예 사서 판다 | 다이소가 진다 | 9.8% |
이익률이 3%포인트 낮은 건 다이소가 장사를 못해서가 아닙니다. 안 팔리면 그 물건이 자기 창고에 남기 때문입니다. 올리브영은 안 팔리면 브랜드에 돌려주면 되지만, 다이소는 도로 못 물립니다.
그래서 이 회사는 매입가를 깎는 것 말고는 살 길이 없습니다. 값을 못 올리기로 스스로 못을 박아 놨으니, 남길 자리가 매입가 쪽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앞에서 "무서운 구조"라고 한 게 이 뜻입니다. 1,000원이라는 약속은 손님에게는 선물이고, 만드는 쪽에는 천장입니다.
국경 하나 넘으면 두세 배
여기서부터가 요즘 이야기입니다.
다이소 안에서 외국 카드로 긁힌 금액이 이렇게 늘었습니다.
| 연도 | 해외 카드 결제금액 증가율 |
|---|---|
| 2023년 | 130% |
| 2024년 | 50% |
| 2025년 | 60% |
| 2026년 상반기 | +100% (전년 동기 대비) |
3년 내리 늘다가 올해 상반기에 다시 두 배가 됐습니다. 명동이나 강남 매장에 가 보시면 계산대 줄의 절반이 캐리어를 끌고 있습니다.
그런데 진짜 이야기는 그다음입니다. 그 물건이 국경을 넘으면 값이 두세 배가 됩니다.
여기서 천 원인 클렌징 제품이 저쪽 나라 온라인몰에서는 2,000원, 3,000원에 팔립니다. 물건은 하나도 안 변했습니다. 성분표도 그대로고 포장도 그대로입니다. 바뀐 건 그 물건이 놓인 자리뿐입니다.
급식 비유를 조금 늘려 보겠습니다. 급식실에서 나오면 한 끼 단가짜리 반찬인데, 그걸 도시락 통에 담아 국경을 넘기면 백반집 값이 됩니다. 반찬을 만든 사람은 여전히 급식 단가를 받습니다.
그 차액을 누가 가져가는지 물으면, 지금으로서는 구매대행 업체와 되파는 사람들입니다. 화제가 된 콜라보 굿즈는 중고 거래 앱에 매물이 수천, 수만 건씩 올라옵니다. 5,000원짜리가 2~3만 원에 거래되는 물건도 나옵니다. 다이소가 그 돈을 받는 게 아닙니다.
200원에 만들어서, 천 원에 팔고, 삼천 원에 다시 팔린다. 이 사슬에서 제일 적게 가져가는 쪽이 제일 오래 일한 쪽입니다. 새삼스러운 이야기는 아닙니다만, 그래도 매번 마음이 좀 그렇습니다.
반대로도 비틉니다
값을 아래로만 누르는 회사라고 생각하면 절반만 본 겁니다. 이 회사는 위로도 비틉니다.
올해 봄, 다이소가 저소음 블루투스 키보드를 5,000원에 내놨습니다. 같은 종류가 다른 데서는 5만 원에서 10만 원 합니다. 기사 제목이 아예 이랬습니다. "딴 데선 10만원, 여긴 5000원."
며칠 만에 품절이었습니다.
이게 시장에 무슨 짓을 하는지 생각해 보시면 좀 아찔합니다. 같은 물건을 5만 원에 팔던 회사들은 그날부터 그 값을 설명해야 하는 처지가 됩니다. 손님이 "다이소에 5천 원짜리 있던데요"라고 한마디만 하면 됩니다.
그래서 이 회사의 정체는 이렇게 정리됩니다. 아래로는 만드는 쪽 단가를 200원까지 누르고, 위로는 남의 시장 값을 20분의 1로 무너뜨립니다. 그 사이에 낀 폭이 영업이익률 9.8%입니다.
무너지는 장면 — 이름이 일본어였던 시절
이 회사에도 오래 아팠던 자리가 있습니다.
박정부 회장이 아성산업을 세운 게 1992년, 마흔다섯 살 때입니다. 1997년 서울 천호동에 첫 점포를 냈는데, 그때 간판은 다이소가 아니라 「아스코 이븐플라자」였습니다.
2001년에 일본 다이소산업이 38억 엔을 넣고 지분 34.21%를 가져갑니다. 간판이 그때 '다이소'로 바뀝니다. 점포가 100개를 넘긴 해였습니다.
그리고 그 34.21%가 20년 넘게 이 회사를 따라다녔습니다. "저거 일본 회사 아니냐"는 말이 명절마다 돌았고, 불매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매출이 흔들렸습니다. 박 회장은 그때마다 일본 쪽은 위험을 나눠 진 투자자일 뿐이라고 설명했지만, 설명으로는 안 지워지는 종류의 이야기였습니다.
2023년 12월, 결국 그 지분을 전량 사들입니다. 지금 아성HMP가 84.23%를 들고 있습니다.
브랜드 이야기를 열 편 넘게 쓰면서 확인한 게 있습니다. 브랜드에서 제일 비싼 항목은 로고도 광고도 아니고, 손님이 그 이름을 어떻게 읽느냐입니다. 그걸 되사는 데 20년이 걸렸습니다.
투자자의 눈 — 왜 상장을 안 하나
'아성다이소 주가'를 검색하는 분들이 꾸준히 계십니다. 비상장 회사입니다. 살 수 있는 주식이 없습니다.
무신사도 올리브영도 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사람들이 사고 싶어 하는 회사일수록 상장이 늦습니다. 재미있는 역설입니다.
회사가 상장 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힌 적은 없습니다. 그러니 아래는 제 추정이라고 분명히 적어 두겠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단순합니다. 돈이 급하지 않습니다. 한 해 영업이익이 4,424억 원입니다. 매장을 내는 데 쓰는 돈을 벌어들이는 돈으로 감당할 수 있으면, 상장해서 남의 돈을 받을 이유가 약해집니다.
두 번째는 지분입니다. 84.23%를 한 곳이 들고 있습니다. 20년 걸려 겨우 정리한 지분 구조를 다시 여는 일입니다.
세 번째가 제일 중요하다고 봅니다. 상장하면 이 구조가 분기마다 공개됩니다.
매입 단가가 얼마인지, 협력업체에 얼마를 주는지, 재고를 얼마나 떠안고 있는지가 공시로 나갑니다. 지금은 "50% 정도"라는 납품업체 증언과 기자들의 취재로만 오가는 이야기가, 상장 뒤에는 숫자로 확정돼 매 분기 시장에 걸립니다. 값을 눌러서 남기는 사업은 그 눌린 자리가 보일수록 압박을 받습니다.
물론 저 세 가지는 회사가 한 말이 아닙니다. 다만 상장을 미룰 이유를 찾자면 이쯤이 자연스럽다는 정도로 읽어 주시면 되겠습니다.
격언 한 줄
이 편을 쓰면서 남은 문장은 이겁니다.
값은 물건에 붙는 게 아니라 자리에 붙습니다.
같은 물건이 공장에서는 200원, 다이소 매대에서는 1,000원, 국경 너머에서는 3,000원입니다. 물건은 처음부터 끝까지 똑같습니다. 값을 정한 건 물건이 아니라 그 물건이 놓인 자리였습니다.
⑨편에서 가격결정력은 물건을 가진 쪽이 아니라 손님을 가진 쪽에 생긴다고 했습니다. 다이소는 거기서 한 걸음 더 갔습니다. 손님을 가진 정도가 아니라, 손님이 값을 안 보고 들어오게 만들었습니다. 가격표를 안 보는 손님만큼 강한 자산이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천 원짜리를 집어 계산대에 올리는 그 손이 가벼운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실패해도 천 원이라서 그렇습니다. 잘못 사도 화가 안 나는 값, 그게 이 회사가 우리한테 판 진짜 물건입니다.
그리고 그 가벼움의 반대편에, 그 물건을 200원에 만들어 내는 공장이 있습니다. 그 공장 사장님은 아마 오늘도 단가표를 놓고 계산기를 두드리고 계실 겁니다. 이번 기획전은 넣어야 하나 빼야 하나 하면서요.
둘 다 우리입니다. 계산대 앞에 선 사람도 우리고, 계산기를 두드리는 사람도 우리입니다.
천 원의 값이 싼지 비싼지는 어느 쪽에 서 있느냐로 갈립니다. 그래서 저는 이 회사를 좋다 나쁘다로 말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 구조가 누가 참아서 굴러가는지는 알고 사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알고 사면 그 천 원이 조금 다르게 보이거든요 ^^;
다음 편은 편의점입니다. 마트에서 900원인 콜라가 왜 편의점에서는 두 배가 되는지, 그런데도 왜 편의점 본사는 남기는 게 얼마 없는지. 다이소가 값을 눌러서 이겼다면 편의점은 값을 올리고도 못 남기는 자리입니다. 같은 유통인데 정반대입니다 ㅎㅎ
※ 이 글은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인용한 수치는 각 사 공시와 언론 보도를 기준으로 했으며, 기준 시점과 집계 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납품 단가·원가 관련 숫자는 업계 증언과 보도를 종합한 범위이며 회사가 공식 확인한 값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