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CI 편출되면 어떻게 되나 — LG디스플레이 21년 만의 강등, 블랙록이 하루에 1,742만 주를 판 이유 (큰손 지분추적 ⑤)
지난주 공시를 훑다가 손이 멈춘 자리가 있습니다.
블랙록이 하루에 두 종목을 던졌습니다. LG디스플레이 1,742만 5,531주, HLB 503만 3,460주. 합쳐서 2,245만 주입니다.
그리고 두 종목 다 5% 아래로 내려갔습니다.
이 문장이 오늘 글의 전부입니다. 왜 팔았는지, 그리고 5% 아래로 내려간다는 게 우리한테 무슨 뜻인지.
MSCI 편출이 뭔지부터
먼저 오해부터 풀고 가겠습니다.
"블랙록이 LG디스플레이를 팔았다"를 "블랙록이 LG디스플레이를 나쁘게 봤다"로 읽으면 안 됩니다. 이건 판단이 아니라 규칙입니다.
MSCI는 세계 각국 주식을 묶어 지수를 만드는 회사입니다. 우리나라 종목이 들어가는 칸이 크게 둘인데, 덩치 큰 쪽이 스탠다드이고 작은 쪽이 스몰캡입니다. 그리고 이 명단을 1년에 네 번 손봅니다. 시가총액과 거래가 잘 되는 정도를 기준으로 넣고 뺍니다.
여기서 편출은 상장폐지 같은 게 아닙니다. 지수에서 아예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대개는 스탠다드에서 스몰캡으로 칸이 바뀌는 것입니다. 회사는 그대로 있고 이름표가 옮겨 갑니다.
문제는 그 이름표를 보고 움직이는 돈이 있다는 겁니다.
LG디스플레이가 지난달 8월 리뷰에서 스탠다드에서 빠져 스몰캡으로 내려갔습니다. 전신인 LG필립스LCD가 2005년 8월에 편입된 뒤 21년 만에 처음 있는 일입니다.
명단에서 빠지면 버스는 그냥 안 옵니다
여기서 블랙록의 정체를 알아야 합니다. 이 회사가 굴리는 돈의 대부분은 지수를 그대로 따라가는 돈입니다. 사람이 종목을 골라 담는 게 아니라, 지수에 들어 있으면 담고 빠지면 뺍니다.
동네 학원 셔틀버스를 생각해 보시면 됩니다. 기사님은 노선표에 적힌 집 앞에만 섭니다. 어느 집이 명단에서 빠지면 그다음 날부터 그 집 앞에 안 섭니다. 그 집 아이가 미워서가 아닙니다. 명단에 없어서입니다. 기사님한테 "우리 애가 뭘 잘못했냐"고 물으면 대답할 말이 없습니다.
지수가 노선표고, 패시브 자금이 셔틀버스입니다.
유진투자증권은 LG디스플레이가 스탠다드에서 빠지면 1,580억 원가량의 패시브 자금이 빠져나갈 것으로 봤습니다. 실제로 블랙록 한 곳에서만 그만한 물량이 나왔습니다.
주가는 어땠느냐. 5월 29일 16,090원이던 것이 8월 31일 9,440원이 됐습니다. 넉 달에 41.3% 빠졌습니다. 지수에서 빠질 만한 주가였고, 빠지니까 또 팔려 나갔습니다.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따지기 어려운 자리입니다.
HLB도 같은 날입니다. 7.15%에서 3.37%로, 503만 3,460주. 주당 3만 5,611원, 약 1,255억 원어치입니다. 목적란에는 '단순투자'라고만 적혀 있습니다.
전출신고는 한 번뿐입니다
①편에서 5%룰을 전입신고 게시판에 비유했습니다. 어떤 집에 5% 넘게 지분을 가진 사람이 이사 오면 게시판에 이름이 붙는다고요.
오늘은 그 게시판의 반대쪽 이야기입니다.
5% 밑으로 내려가면, 전출신고를 딱 한 번 하고 그걸로 끝입니다.
블랙록의 LG디스플레이 지분은 지금 3.67%로 적혀 있습니다. 1,835만 6,568주입니다. 그런데 이 숫자는 8월 31일자입니다.
그 뒤로 블랙록이 남은 걸 다 팔았을 수도 있고, 한 주도 안 팔았을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알 방법이 없습니다. 5% 아래에서는 보고 의무가 없기 때문입니다.
들어올 때는 5%를 넘는 순간 이름이 붙습니다. 나갈 때는 5%를 밑도는 순간 이름이 사라집니다. 그 뒤에 뭘 하는지는 아무도 안 알려 줍니다.
들어올 때는 요란한데 나갈 때는 조용합니다.
그래서 이런 공시를 볼 때 제가 스스로에게 거는 제동이 하나 있습니다. "3.67%"를 현재 보유량으로 읽지 않는 것입니다. 그건 마지막으로 확인된 값이지 지금 값이 아닙니다. 마지막으로 목격된 자리일 뿐입니다.
안 해도 되는 신고를 한 쪽
같은 주에 재미있는 게 둘 더 있었습니다.
모건스탠리가 RFHIC와 비츠로셀 지분을 5% 아래로 내리면서 보고를 올렸는데, 사유란에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직전보고서 기준으로 변동 비율이 1% 미만으로 변동보고의 의무 대상은 아니나, 대량보유상황보고의 한도 기준(5%)보다 하락에 따른 자발적 변동 보고
풀어 쓰면 이렇습니다. "안 해도 되는데 그냥 알려 드립니다."
RFHIC는 1.44%까지 내려갔습니다. 96만 4,925주를 팔았고 38만 1,806주가 남았습니다. 비츠로셀은 3.56%, 87만 9,118주를 정리했습니다.
의무가 아닌데 왜 할까요. 저는 이걸 문 닫고 나가면서 불 끄고 가는 사람으로 봅니다. 규정상 안 꺼도 되는데 끄고 갑니다. 큰 기관일수록 감독당국·투자자와의 관계가 길기 때문에, 안 해도 되는 신고를 해서 잃을 게 없고 안 해서 생길 오해가 더 비쌉니다.
읽는 우리 입장에서는 고마운 일입니다. 이런 자발적 보고가 없으면 그 기관은 소리 없이 5% 밑으로 사라진 것이 됩니다.
스웨덴 운용사 스웨드뱅크 로부르도 바텍에서 30만 1,600주를 장내 매도해 3.02%가 됐습니다. 사유란은 짧습니다. "장내에서 발행회사 주식 매도."
반대로, 선을 정확히 알고 판 쪽
같은 주 공시에서 정반대 장면이 하나 있었습니다.
포스코홀딩스가 포스코인터내셔널 3,643만 4,963주, 포스코DX 2,338만 5,917주를 처분했습니다. 지분율이 각각 20.71%p, 15.38%p 내려갔습니다. 이 시리즈를 쓰면서 본 것 중 가장 큰 변동입니다.
그런데 남은 지분율을 보시면 좀 웃음이 납니다.
| 회사 | 처분 후 지분율 |
|---|---|
| 포스코인터내셔널 | 50.01% |
| 포스코DX | 50.00% |
우연이 아닙니다. 상장 자회사 지분을 2027년 말까지 50%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방침에 따른 것이고, 그 선에서 정확히 멈췄습니다. 총 처분 금액이 2조 5,002억 원입니다.
50%는 아무 숫자가 아닙니다. 그 위에 있으면 연결 자회사고 그 아래로 내려가면 관계가 달라집니다. 지주회사 할인은 덜면서 최대주주 자리는 지키는 자리, 그게 50.01%입니다. 한 발짝 더 팔면 다른 회사가 되는 선에서 딱 멈춘 겁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실탄 2.5조 확보"로 끝나는 이야기인데, 한 겹이 더 있습니다.
이 거래에는 PRS라는 구조가 붙어 있습니다. 주식은 넘겼는데 주가가 떨어지면 그 차액을 포스코홀딩스가 물어 주는 계약입니다. 그것도 3년간입니다. 두 종목이 기준가보다 10% 빠지면 대략 2,500억 원을 물어 줘야 하고, 여기에 증권사에 주는 금리가 따로 붙습니다. 금리가 1%포인트만 달라져도 연 250억 원이 왔다 갔다 합니다.
④편에서 "지분율이 올랐다고 그 사람이 산 건 아니다"라고 했습니다. 오늘은 그 문장의 뒷면입니다.
팔았다고 위험까지 넘긴 건 아닙니다. 등기부에서 이름은 지워졌는데 값이 떨어지면 전화가 오는 자리. 이런 걸 공시 한 줄로는 알 수 없고, 계약 구조를 따로 봐야 압니다.
이번 주 한눈에
| 종목 | 보고자 | 보유율 | 증감 | 무슨 일 |
|---|---|---|---|---|
| 포스코인터내셔널 | POSCO홀딩스 | 50.01% | −20.71%p | 2.5조 처분, 50% 선에서 정지 |
| 포스코DX | POSCO홀딩스 | 50.00% | −15.38%p | 위와 같은 건 |
| HLB | 블랙록 | 3.37% | −3.78%p | 8/31 하루 503만 주, 5% 이탈 |
| LG디스플레이 | 블랙록 | 3.67% | −3.49%p | MSCI 편출, 1,742만 주, 5% 이탈 |
| RFHIC | 모건스탠리 | 1.44% | −3.63%p | 자발적 보고 |
| 비츠로셀 | 모건스탠리 | 3.56% | −1.92%p | 자발적 보고 |
| 바텍 | 스웨드뱅크 로부르 | 3.02% | −2.03%p | 장내 매도 |
| 엘앤씨바이오 | 이환철 | 21.92% | −3.06%p | 최대주주 보유 변동 |
| 호텔신라 | 한국투자신탁운용 | 4.39% | −2.46%p | 단순투자, 5% 이탈 |
격언 한 줄
5% 위에서만 이름이 보입니다. 그 아래로 내려간 사람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공시가 알려 주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시리즈를 다섯 번 쓰면서 매번 같은 말을 하게 됩니다. 공시는 일어난 일을 알려 주지, 왜 그랬는지는 안 알려 준다는 것입니다.
블랙록이 판 이유는 공시 어디에도 없습니다. 목적란에는 '단순투자' 네 글자뿐입니다. MSCI가 지수를 바꿨다는 사실은 공시가 아니라 다른 데서 찾아야 알 수 있고, 그걸 붙여 봐야 비로소 "아, 이건 판단이 아니라 규칙이었구나"가 됩니다.
그래서 이 공시들을 볼 때 저는 두 번 나눠 봅니다. 먼저 숫자가 무엇을 말하는가, 그다음에 그 숫자가 말하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 오늘 글의 절반은 두 번째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
그리고 하나만 덧붙이겠습니다. 지수에서 빠져서 기계가 판 주식과, 사람이 보고 판단해서 판 주식은 다릅니다. 전자는 회사에 대한 평가가 아닙니다. 그 물량이 다 소화되고 나면 값이 어떻게 되는지는 또 다른 이야기이고, 그건 공시가 아니라 시장이 답할 몫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경영권이 실제로 넘어가는 건을 보겠습니다. 이번 주에 어느 회사 지분 28.48%가 통째로 새 주인에게 갔는데, 사유란에 적힌 말이 "매수인 지위 양도·양수계약 체결"이었습니다. 사겠다고 나섰던 쪽이 중간에 바뀐 겁니다. 이런 문장이 왜 지분율 숫자보다 무거운지 이야기하겠습니다.
※ 대량보유(5%룰) 보고는 변동일로부터 5영업일 안에 올라옵니다. 이 글의 숫자는 공시 기준이며 오늘의 실제 보유와 다를 수 있습니다. 특히 5% 아래로 내려간 보고자는 이후 보고 의무가 없어 현재 보유량이 확인되지 않습니다. 인용한 수치는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와 언론 보도를 기준으로 했고,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를 권유하지 않습니다.